'오늘 우리 무역협회의 큰 행사 중 하나인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여러분, 모두 수고 했습니다! ' '우리 모두를 위하여! , 위하여!'

 

이날은 '중장년 전문 인력 채용 박람회'를 마치고, 그동안 본 행사를 위해 수고한 직원들을 위해 협회의 임원 분들이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회식자리의 최고 윗분의 말씀이 끝나고 술잔을 부딪치고 나면, 3~4명씩 앞과 옆의 동료들과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들로 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된다.

 

식당에 추가 서비스를 주문하기도 하고, 서로 술잔을 따라주면서 많은 대화가 오간다. 필자는 두 번째 맥주잔을 받아들고선 한참이나 회식 자리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아주 조용히 그리고, 행복하게 음미하고 있었다.

 

그리곤 식당의 천장을 한참이나 응시 했다. 아무도 이런 행동을 의식하는 동료는 없었다. 서로의 이야기로 떠들썩한 자리여서 옆의 동료를 의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얼마만의 이런 자리인가!

 

필자는 54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나와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해왔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아 예식장, 호텔 등에서 주차업무를 했으며, 그 이후에는 섬에서 2년 넘게 일을 했다. 어느 한적한 날 그 섬의 바닷가에서 소원을 말한 것이 '지붕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다.

올해 10월에 우리은행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주관한 ‘더 행복한 은퇴이야기’ 공모전에서 이 주제로 쓴 글이 운 좋게도 우수상을 받게 됐다.

 

동료들과 회사주관의 식사자리는 취업이 됐다는 의미이면서 소속이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헤맬 때에는 구내식당과 부서 식사모임이 그리웠다.

바쁘게 아침 출근시간에 뛰어가는 모습도 좋아 보였고, 점심시간에 건물에서 우루루 몰려나오는 직장인들이 부럽기도 했다.

 

50+세대가 주된 일자리에서 나오게 되면서 이런 소속감이나 , 모임이 없어지고 회사를 계속 옮긴 경우에는 사회적 관계를 그곳에 계속 다 두고 나오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만나는 친구는 있으나 사회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한 곳을 바라보고 가는 사회적 관계는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아무도 없는 공허함이 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사회적 존재 가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될 수 도 있다.

 

1. 50+의 사회적 관계

 

 

사회적 관계는 다른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을 통하여 맺게 되는 관계를 말하는데 이런 관계는 일반적으로 여성일 경우에는 잘 발달되어 있다.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나, 학부형으로서 또는 지역사회시민으로서 지내면서도 여성은 특유의 사회성을 잘 발달시킨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게 되면 진료실 앞 의자에 앉아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게 되는데 잠시 로비에 다녀 온 사이에 어머니는 옆의 분과 오랜 친구가 되어 있다. 병의 증세며 지나온 진료 과정들, 심지어는 가족 이야기까지 진전이 되어 있어서, 아들로서 인사를 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이런 모습은 지하철의 시니어 좌석에서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런 면에서 남성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여가 문화'의 주제로 강의를 하러 지방의 한 시민대학에 갔었는데. 휴식시간에 여성 수강생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 수강생은 활동하는 모임이 너무 많아서 줄이는 중이라고 했다.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고 더불어서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자녀가 성장하여 이제 그동안 시간을 잘 못 내었던 여러 모임이나 단체에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려 할 즈음이 배우자의 퇴직시기와 비슷하게 맞물린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외부 활동의 적기인데 배우자는 집으로 들어오는 시기인 것이다. 여성은 여러 환경의 일의 영역 즉, 조직 생활 또는 전업주부로서 자녀의 양육 등에서 다소 홀가분해지면서 바깥으로의 영역으로 나가는 시기를 맞게 된다.

 

남성의 경우는 일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일을 통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어 왔는데 은퇴하면서 일과 사회적 관계가 동시에 없어진 것이다.

 

2.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의 사회적 관계 형성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 50+포털을 설명하는데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안내한다.

첫째 : 배움의 장소

둘째 :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보람일자리에 참여의 장소

셋째 : 커뮤니티의 형성 및 지원의 장소

 

첫째 :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배움 프로그램‘은 1학기와 2학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50+관계 맺기 ,인문학 강좌, 여가 찾기 등의 생애전환기에 있는 50+를 위한 과정/스마트폰, 유튜버, 사진, 강사 되기, 문화 기획 등의 일.활동 탐색과정 / 합창교실, 연극교실, 생활 목공교실 등의 생활.문화.기술 과정/ 남자의 부엌, 50+ 이미지 메이킹, DMZ 평화 도보여행, 농촌 체험 등의 기획과정으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데 이러한 ’배움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같은 관심과 취미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동료관계로도 발전될 수 있으며,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재단의 지원도 받으면서 과정 이수 후에도 활동을 이어갈 수가 있다.

 

둘째 : 50+세대가 자신의 사회적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사회공헌의 ‘가치’ 와 ‘일자리’를 동시에 잡아 활기차고 안정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서울시 공공일자리인 ‘50+사회공헌 일자리’는 은퇴한 장년층이 학교·복지시설·지역 등과 연계해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는 제2, 제3의 커리어 탐색형 일자리이다. 여기에는 보람일자리, 사회공헌 활동지원과 이야기 할머니 사업이 있다.

 

필자도 보람일자리의 50+컨설턴트로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직장과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1주일에 2일간의 일정한 시간표가 주어지고 따라서 주된 일자리에서 그랬듯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되며, 또 다른 영역으로의 진로 탐색을 위한 연구의 기회도 있다.

 

셋째 : 재능과 열정을 가진 50+가 모여서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가입할 수 있다. 배움을 통해서 동호인들과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결성할 수 있으며,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모일 수가 있다. 평화 길벗, 50+트렌드 연구 , 서울사랑 오카리나, 지천에 산야초, 1인 미디어를 활용한 창업 준비 모임, 두드림 난타, 그림책으로 마음 읽기, 태양과 낭만, 따사모, 시향 만리, PC강사양성, 친환경 도시농부 등 매우 다양한 재능과 열정의 커뮤니티가 넘쳐 난다.

이러한 활동의 과정들 속에서는 자연스런 사회적 관계를 덤으로 선사하고 있다.

 

3. “치맥 한잔 할까요?”

보람일자리 사업의 50+컨설턴트로서 활약을 하면서 필자의 안색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나를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 일정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은 내가 한 결정 중에서 가장 잘한 것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작지만 일정한 수입이 있고, 나의 존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상담을 할 때에는 컨설턴트가 되고, 그 내용을 전달 할 때에는 강사가 되기도 하고, 글로 쓸 때에는 집필가가 되곤 한다. 조금 더 욕심내어서 관련 있는 자료를 찾고, 서적을 읽게 되면 그 순간은 연구가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계도 만족스러워졌다.

요새 특히 반가운 말은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는 필자에게 직원들이 건네는 "치맥 한 잔 할까요?"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나와서 다양한 경험 끝에 무역협회에서 일하게 되었고 , 그 곳에서 첫번째 맞는 큰 행사를 끝내고 직원들과 함께한 그날의 식사는 나만의 큰 감동이었다.

퇴근길 치맥은 그런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