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함께 찾아오는 ‘천식’

 

 

 

 

따뜻한 봄소식은 겨우내 꽁꽁 얼었던 우리 마음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지만, 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소식도 들린다. 꽃가루나 황사와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인자들이 대표적인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다. 특히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천식은 속 시원한 치료법이 없는 호흡기 질환으로 꼽힌다.

 

 

천식(喘息)은 가슴이 답답해지고, 기침이 나거나, 천명(喘鳴) 혹은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알레르기질환이다. 천식은 가역적인 기류 제한, 기도의 만성적인 염증과 기도과민성의 특징을 가진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날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어떤 날은 전혀 문제없는 날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 질병이라는 뜻이다. 애매한 증상만큼이나 그 원인 역시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고려대병원에서 만난 유영 교수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설명한다.

 

“천식의 원인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숙주인자와 외부 환경인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자는 천식 관련 유전인자나 비만 등이 대표적이고, 환경적 요인으로는 알레르겐(항원)과 감염, 직·간접흡연, 대기오염, 약물, 식품, 스트레스 등이 있습니다.”

 

 

고령의 시니어들에게 위험한 병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겠지만, 천식 역시 나이가 많은 시니어들에게는 위험한 병이다.

 

유 교수에 따르면 천식을 얼마나 앓고 있는지 나타내는 유병률은 인종이나 국가의 경제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의 유병률(100명당 발병인원)이 높은 편이고, 2010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병률은 약 2~13% 정도로 조사됐다고 했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천식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어린이와 노인의 유병률이 더 높다고 했다. 소아와 청소년에게서의 유병률은 약 5~10%로 높아지다가, 성인기에 약간 낮아지고, 다시 65세 이상에서 약 12.5%까지 증가한다.

 

특히 시니어들이 천식과 관련해서 잘 알아야 할 점은 고령인 상태에서 발생한 천식이 젊을 때부터 앓아온 천식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점이다. 시니어 때 발병한 천식은 병을 앓게 되는 기간이나 중증도가 다양하고, 기간과 상관없이 많은 환자에게서 기도폐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유 교수는 “고령에 발병한 천식의 치료는 일반적인 천식의 치료와 같지만 기관지 확장제가 잘 듣지 않거나,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부작용이 많고, 다른 폐질환을 동반하는 때도 적지 않아 까다로운 편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이런 경우 폐기능이 감소하는 정도가 젊은 성인에 비해 빠르고, 사망률도 높아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특효약 없어 장기적인 관리 필요

 

천식은 완치를 위한 특효약이 없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 그래서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원활한 호흡을 유지하고, 염증을 가라앉혀, 폐기능의 악화를 방지하는 데 치료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천식의 약물치료는 크게 증상완화제와 질병조절제로 나눈다. 대표적인 증상완화제는 속효성 베타2항진제(기관지 확장제)가 있는데, 천식의 급성 증상 완화를 위해서 제일 먼저 선택되는 약제다.

 

증상 악화 시 먼저 속효성베타2항진제를 사용하면 수축된 기관지를 확장해, 질병조절제가 효과를 나타내기 전까지 천식 악화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증상이 개선되어 안정화되면 증상 완화제를 주기적으로 계속 사용하기보다는 증상이 있을 때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질병 조절제는 흡입용 스테로이드, 류코트리엔 조절제, 지속성 베타2항진제, 서방형 테오필린 등이 있다. 질병 조절제는 천식의 만성적인 기도염증을 감소시키고 폐기능의 악화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질병 조절제는 약 3개월 간격으로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서 약제의 종류나 사용량 등을 조절하게 된다.

 

 

수면 중 찾아오는 발작 주의해야

 

특히 시니어들의 경우 천식을 앓고 있을 때 간혹 수면 중 심한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호흡곤란이 동반돼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 상비약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갑작스러운 천식 발작이 있으면 상비해 둔 기관지확장제(속효성 베타2항진제)를 이용해 수축된 기관지를 확장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0분 간격으로 3번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한 후에도 호흡곤란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으면 산소 공급이나 스테로이드제 투여가 이뤄져야 하므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급성 천식 발작의 경우 호흡곤란이나 기침, 천명,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갑자기 빠르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특히 전에 기계호흡이나 기관 삽관이 필요했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천식으로 인해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경력이 있는 경우, 최근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갑자기 중단한 경우, 최근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속효성 베타2항진제를 매일 한 통 이상 자주 사용한 경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경우 등은 급작스러운 천식 악화로 사망할 수 있는 고위험군이므로 관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미세먼지 피하고 채소·생선 즐겨야

 

천식을 예방하기 위해 알맞은 음식은 딱히 없다. 다만 최근 연구 결과로는 서구식 식습관이 천식이나 다른 알레르기 질환 증가와 연관성이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항산화 물질과 생선에 많은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위 식도역류가 있는 경우 천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역류를 악화시키는 음식이나 식습관은 피해야 한다. 비만도 위험인자 중 하나로 평가되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호흡기에 좋지 않은 담배 연기나 미세먼지에 노출을 피하고 아스피린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 약제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