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전문사회공헌단] '작은도서관지원사업 - 작은도서관 코디네이터' 고인호님 인터뷰

 

작은도서관사업단 코디네이터의 봉사 활동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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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구할 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까? 내 경우엔 정독도서관이 북촌 정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북촌은 유서 깊은 동네인 데다, 서울 한복판이라 사대문 안을 걸어 다닐 수 있고, 절간보다 조용하고 공기 맑은 곳이다. 그러나 정독도서관이 없었다면 이사 올 염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장서량을 자랑하는 데다, 사계절 변화를 보여주는 너른 정원까지 갖춘 정독도서관을 내 서재요 뜰이라 여기니, 내 집 작은 건 문제 되지 않는다. 코로나19도 정독도서관 책 보는 즐거움으로 견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이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종로구에는 특색 있는 작은 도서관이 많은데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우리소리도서관, 인표어린이도서관 등과 더불어 각 주민센터에도 서가가 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5개 50+전문사회공헌단 중 하나인 ‘작은도서관 코디네이터’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2층에 자리한 ‘청운효자동 북카페’ 운영과 특화 프로그램 지원 활동을 한다. 2020년에 발족한 ‘작은도서관사업단’ 활동가를 ‘작은도서관 코디네이터’라 부르는데, 총 10명이 선발되어 봉사하고 있다. 고인호님을 만나 코디네이터의 사회 공헌 활동을 들어보았다.

 

 

Q. 어떻게 지원하시게 됐나요?

 

   지난 5월에 사업단 모집 공고를 보고, ‘액티브 외국어 봉사단’에서 어학과 각종 문화 관련 공부를 하고 봉사했던 분들과 함께 지원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책과 도서관 분위기를 좋아해 끌렸지요. 사회 공헌 기초 교육과 직무 교육을 이수하고, 10명이 2인 1조가 되어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하고 있습니다.

 

 

Q. ‘작은도서관 코디네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일주일에 한 편씩, 네이버 밴드나 블로그에 북카페 소식, 홍보, 특화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글을 올립니다. 신간 도서 입고 안내뿐만 아니라 이 달의 책 선정 및 소개 글이나 새로운 프로그램 소개와 모집, 현장 스케치 등의 안내문도 올립니다. 코로나로 인해 8월부터 본격 활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32편의 홍보 글을 업로드했습니다.

 또, 독서문화프로그램, 특화프로그램 등의 운영 지원을 위해 프로그램 안내 설명에서 세팅, 출결 사항 체크, 수업 물품 관리 등을 하구요. 대출과 반납 관리와 북 트럭 정리, 청소와 일지 쓰기 등도 저희 업무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방문자 발열 체크, 환기 등의 위생 업무가 더해졌지요.

 

Q. 어떤 분들이 ‘청운 효자동 북카페’를 찾나요?

 

   주택가에 위치해서인지, 부모님과 함께 오는 초등학생이 많아요. 책을 좋아하는 학생답게 조용하게 책 속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하지요. 50+전문사회공헌단 ‘외국어 사업단’ 활동가 선생님들과 ‘책과 함께 하는 세계 여행’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우리 북카페에 자주 오는 어린 학생들 질문 수준이 놀랍습니다. 미국의 국방, 경제를 알고 싶다 하고, 최근 이슈인 대선 제도를 물을 정도니까요. 확실히 책 읽는 아이들은 다릅니다.

 

Q. 저는 50+세대가 책 읽는 모범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먹고사는 데 바빠서겠지만, 꼭 필요한 교과서나 업무 서적 외의 교양서를 읽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측면이 있지요. 나이 드니 무거운 책 작은 글씨 보기도 힘들구요. 저는 등산 등의 야외 활동 시 다운받은 오디오 북을 즐겨 듣는데요. 50+세대에게 이 방식의 독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Q. 보람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작은도서관에서 활동하며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 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이를 통한 자아실현이 크지요. 지속적 사회 참여와 소속감은 물론이구요. 도서관에 출근하니 당연히 책 읽고픈 마음이 들어, 여기 장서는 다 섭렵해야겠다는 포부와,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동시에 생겨요.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하더라도 책에 둘러싸여 있으니 마음이 푸근하지요. 다들 조용하게 책을 읽거나 빌려 가는 분위기 그 자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입니다.

 

Q. 힘든 일도 있을 텐데요.

 

   일부 코디네이터가 집과의 거리가 멀어 힘들어하는 걸 봤구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오다보니 일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코로나로 인해 코디네이터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운영이나 피드백을 나눌 수 없는 점도 아쉬움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청운 북카페 사서님께 장서 구비 등을 여쭈었다. “장서 전반이 충실한 게 아니어서 지원받을 수 있는 곳에 적극 응모해서 장서를 충실하게 갖추는 게 급선무입니다. 올해 처음 200만 원 지원을 받게 되어 많이 고무되었습니다. 아파트 밀집 지역에 비해 이용자 저변이 낮기는 하지만, 코로나 시기임에도 꾸준히 홍보하고 행사를 많이 하고 있으니,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보시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청운효자동 북카페에서 운영한 프로그램 면면을 보면, 종로구의 작은 도서관들이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 “우리 도서관도 도와주세요.” 할 날이 머지않았다 싶다. 어린이, 저학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동화책에 나오는 캐릭터를 나무장난감으로 만들어본 ‘꼼지락 꼼지락 함께 놀기!’, 창작 인형극 인형을 만들었던 ‘몸으로 말하고 표현하는 동화 연극’, 전안나 작가와 만난 ‘초등 하루 한 권 책밥 독서법’이 있었고, 성인 대상으로는 독서 동아리 운영을 배우는 ‘ 신나는 독서 동아리를 위한 레시피’, 온라인으로 배우는 사주명리학 ‘나는 어떤 사람인가?’, 책 읽기 기술을 배우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독서 몰입의 비밀’을 기획 운영했다.

 

청운효자동 북카페 정보

종로구 자하문로 92,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2층/ 02-2148-5020/ 평일 10:00 ~ 18:00

각종 행사, 교육 등의 일정은 종로구립도서관 사이트(https://lib.jongno.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