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찻길이니까. 우리 모두 자전거에서 내려서 천천히 길 건너가자!’

 

‘아뇨, 우린 먼저 갑니다! 아빠는 천천히 오세요 ^^ ’

 

‘내려서 가라니깐! 아니, 저것들이, 야∽ 조심해 !!’

 

오늘 주말을 맞아, 두 딸들과 동네에서 자전거를 탔다.

아파트 단지 내에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 가 있어서, 시간만 낼 수 있으면 식구들과 자전거를 타며 운동도 하고 , 또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집사람도 같이 나왔으면 좋을 텐데 TV를 본다고 해서 우리들만 나왔다.

딸들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딸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필자의 퇴근 시간을 맞추어 집사람이 집 앞 공원으로 자전거를 갖고 나왔다. 자전거 한 대는 큰딸이 타게 되고 , 또 한대는 필자가 막내딸을 뒤에 태우고 공원에서 가족들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곳에서 이사를 하게 된 이후 , 자전거를 가족과 같이 타기는 오늘이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회사 다닐 때에는 책임 있는 역할을 맡게 되고 , 주말에도 사무실에 출근하여 필자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연유도 있다. 주말에 업무를 밤새 수행하면서 사무실의 회의실 탁자에 누워 잠시 잠을 청하게 되면 식구의 얼굴들이 천장에 어른거렸었다. 많은 50+세대들이 그랬다고 본다. 그 이후로도 사회 경제 활동 등의 이유로 가족에 대한 시간 할애를 잘 하지 못했다. 이러한 외부적 사회활동의 원인 외에 필자는 뒤돌아보면 ,실제로 삶 속에서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소홀해 왔고, 그러한 가운데 가족 구성원의 욕구에 맞추지 못한 면에서 가족들이 불편하게 지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가족 간의 대화도 끊기고 서로가 같이하는 가족 활동 또한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서 서로가 소홀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된 것도 필자가 투자를 무리하게 해서 모두가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고, 그 여파로 집사람은 후유증을 지금도 겪고 있다. 이제 다시 가족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 할 수 있는 단계에 있지만 그 아쉬움이 집사람에게는 아직도 있는 것이다.

 

 

이번에 서울시 50+재단의 “여가(문화)”를 10회 기획연재 하면서 첫 회 집필 말미에 ‘해당 집필 주제를 위해 연구하고, 필자 또한 좋은 경험을 많이 쌓고자 한다’ 고 언급했듯이 필자 자신부터 가족의 문제를 여가 영역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작은 체험부터 하고자 했다.

여가의 의미를 이제 일의 영역에서 50+가 서서히 나오게 되면서 생기게 되는 ‘조용함, 정지(靜止), 평화로운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하여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에 있다고 봤다. 삶의 의미는 여러 단어로 표현되고 해석될 수 있지만 여기서 일단, 필자는 ‘행복’이라고 보며 그 행복을 이루는 영역을 50+재단의 생의 7가지 영역으로의 분류 관점에서 찾고자 한다.

그렇다면 여가로 풀어보는 가족관계는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과 그 시간의 활용에 있게 된다.

 

 

작은 가족 나들이를 떠나다.

딸 들이 성장함에 따라서도 모두가 시간을 내서 가족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2주 전에 가족 밴드와 단톡을 활용하여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드디어 지난주에 가족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일정계획을 딸들이 맡았는데 우리 부부는 그 일정에 따라 같이 따라가는 형태였다.

점심 식사는 메종뒤샤(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이태리 식당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외국 분위기의 피자 전문점이었는데,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집사람은 핸드폰으로 식당 안의 화분들을 찍으면서 우리 집에도 어울리는 식물들을 딸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곤 했다. 집사람의 전에 없었던 행동이었다. 그런 것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고 현실적인 측면에서만 고민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몇 주 동안에는 집사람과 시간을 가질 필요를 느껴서 양재동 꽃시장을 주말 이른 아침에 둘러보며 지낸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전에는 그냥 잎이 무성한 식물이 좋았는데, 요새는 굵은 나무에 잎이 위쪽으로 무성한 나무가 좋다’고 했다. 집사람이 지목한 나무는 거의 거목 수준이었다. 맞는 화분과 다른 화원에도 둘러보고 다음 주 결정하자고 한 날이 나들이 날이기도 했다.

주문한 식사를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집에서는 잘 하지 않게 되는 주제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본인들의 현재 상황과 그에 따른 생각과 계획, 친가나 외가에 대한 생각들 등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우리 부부들도 딸들이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것에 의아하기도 했다. 한 집에 모두가 같이 살고 있지만 같이 공유하지 못하거나 안하는 영역이 꽤나 있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것은 자칫 서로의 오해를 일으키고 일방적인 언행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했다. 가족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는 문제를 작게 만들게 하고 오해나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도구라 본다.

 

'아빠 , 차 마시러 가야지!'

 

'다른 데로 가나?'

 

'좋은 데가 있는데 좀 멀어, 여기서 ^^'

 

'이배재 제빵손데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거든!'

 

우리 부부는 오랜만의 가족나들이라서 딸들의 의견에 그냥 따르기로 했다.

메종뒤샤 식당에서 좀 멀었다. 이런 외진 곳에도 차 마실 곳이 있겠나 하는 정도로 길은 좁고 멀었다. 이배재 제빵소(경기도 광주시 이배재로), 이외로 이곳은 주차장에 파킹할 장소를 못 찾을 정도로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맛있는 빵과 커피 향이 좋은 제빵소였다. 뒤편으로는 맑은 냇물과 숲이 잘 어우러지고 실내외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가벼운 가족 나들이에 적합한 장소로 인식됐다.

SNS의 활용이 아니면 알려지지 못하거나 사업이 어려운 곳이었다.

‘차 마시러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의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딸들 따라서 와보니 잘 온 것 같았다. 가족 간의 많은 이야기를 하는 자리는 가족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기다리게 하고, 기대를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시간을 할애하기

여가로 풀어 보는 가족관계는 우선적 시간을 가족을 위해서 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시간을 활용하여 가족에게 다가서게 되는데 필자의 친구는 조금 독특하게 하고 있다.

친구는 본인의 가족 규칙 두 가지를 소개했는데 그것은

 

‘먼저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이 식사 준비하기’

‘먼저 보는 사람이 집 안 청소하기‘ 이다.’

 

필자의 친구는 이 규칙을 발표한 이후 식구 중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주된 일자리에서 나와 회사 소속 대리점을 경영하고 있는데 , 이제 배우자는 주방에서 해방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째라고 한다.

요리를 특별히 배운 것은 없고, 하다 보니 늘었고 가끔 매체를 통해 연구한다고 한다.

가끔 식구들한테 무엇이 먹고 싶은지를 묻고 식자재도 준비하는데 , 평소에는 있는 식자재만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아침 일찍 전체 가족 식사 준비를 다 해 놓고 아침 7시까지 본인 사무실로 출근하는 친구가 대단해 보인다.

“다세대 발달관점의 가족관계”(Stephen A.外 공저)에서 가족의 과업을 네 가지로 구분했는데 그중에서 필자의 관점에서 두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유지과업’과 ‘가족의 정서적 분위기 관리’를 들고 싶다. 가족의 과업이라 하면 가족이 형성되고 지속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인 내용들이다. 그중에 ‘유지과업’은 물리적 환경의 유지 노력인데 즉, 음식, 주거, 교육 등의 기본적인 필수품의 제공 책임을 유지과업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생존과 밀접한 음식을 매개로 가족관계를 필자의 친구는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의 정서적 분위기 관리는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안녕을 촉진하는 책임으로 상호 친밀, 수용 등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식사를 준비하고 서빙하는 가운데 생기는 것 같았다.

 

작년 50+재단의 배움 중에서 “남자의 부엌”이라는 Program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제 50+가 되면서 ‘성의 역할’을 공유하게 되고 ,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 또, 홀로 귀농 귀촌을 꿈꾸는 분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상담 현장에서 마주친 가족관계

필자는 무역협회의 중장년 일자리 지원센터에서 재취업 상담역을 오랫동안 해왔다.

대부분의 대상자는 40-60세까지의 중장년으로서 재취업을 위한 조언이나 관련 정보, 기술들에 대해서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의외로 필자의 내담자 중에는 가족 문제, 특히 ‘자녀와의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와의 대화의 단절 및 불화는 본인의 주된 일자리에서 나오면서 더욱 심화 됐다고 호소들 했다. 그  다음의 문제가 부부와의 관계였다.

50+ 세대가 일의 문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기간만큼이나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하게 되기 쉬웠고, 배우자에게 이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지난주 강의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돈 부자가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흔히 말하는 시간 부자는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봐요!’

 

‘사람 부자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그 많은 사람 중에 가족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

여가 시간을 활용해서 관계를 개선해 보는 노력이 우선 된다면 50+의 남은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