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위해 준비한 자금이 충분한지 또는 부족한지, 부족하다면 얼마나 부족한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막연히 불안해하는 50+들이 많다. 자금이 충분해서 남는다면 누구라도 갖다 쓰겠지만, 부족해서 자신이나 배우자가 남는다면 빈곤한 삶이 될 수 있다. 50+에게는 돈이 남느냐 내가 남느냐 그것이 문제이다.

 

재산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노후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흑자도산을 한다. 부채에 비해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필요할 현금이 부족하여 부도가 나는 것이다. 가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자산으로부터의 소득이 없거나 미래가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혹은 처분을 하고 싶어도 현금화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면 노후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는 자산의 구성과 운영이 중요한 이유이다.

 

50+세대가 노후자금을 준비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필요한 돈을 한 번에 모은다기 보다는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현금을 손에 쥐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50대 이상이 필요한 월평균 (적정)생활비 규모는 부부 기준 월 236.9만원, 개인은 145.3만원이다. (최소)생활비는 부부기준 174.1만원, 개인기준은 104만원이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 2016). 예를 들어 부부가 기대수명까지 30년을 더 산다면 총 최소생활비만 하더라도 6억2676만원(물가 상승률 미고려)이 필요하지만, 이 금액이 한꺼번에 필요한 금액은 아니다. ‘월 단위’로 생각해서 각자 필요한 최소(적정) 생활비를 30년 동안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는 것이다.

 

우선 각자의 연금 등 평생 소득 수준을 확인한다. 본인이 가입한 연금이나 보험의 종류와 예상 수령액을 언제부터 얼마나 받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연금은 국민연금공단이나 금감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내 연금조회’를 통해 알 수 있다. 본인의 전체 연금 등의 규모를 파악하고 최소 생활비 정도를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평생 소득으로서 국민연금만큼 좋은 상품은 없다고 본다. 아직 활동이 가능할 때 최대한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가능하면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고 부족하면 추납 등을 통해 연금액을 늘려 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약 소득단절 기간 등으로 인해 당장 생활이 어렵고,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면 국민연금의 조기 수령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감액되는 규모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급적 다른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연금 수령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만약 60세 이후에 본인의 월 평균 소득 금액이 2019년을 기준 235만6670원을 넘는다면 연기연금 신청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소득금액이 ‘최근 3년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월 소득액’을 넘으면 국민연금 지급이 정지되거나 연금액이 감액되기 때문이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연금 지키기도 중요하다.

 

생활비 마련에 못지않게 의료비와 간병 비용을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 필요 의료비로는 통상적 진료비, 중증질환 치료비, 장기 요양 비용 등이 있다. 이는 필요한 시기를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본인 부담이 만만치 않고 장기간에 걸쳐 지출되는 특징이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이 늘고는 있지만, 한계에 봉착할 수 있고, 개인적인 부담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별도 준비하여야 한다. 장기요양비의 경우 요양원의 자기부담금은 월 50만원~80만원, 요양병원은 월 약 80~300만원 정도로 상당히 부담스럽다. 따라서 평소 예방 차원의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건강생활의 실천을 통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 상태와 가족력 등이 염려스러운 경우 보험을 미리 들어놓는 것이 좋다. 또한 각자 준비 정도와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상되는 간병기 등을 감안하여 연금 형태든 지출 가능한 상태로든 준비가 필요하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주택연금의 인출한도 설정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본적인 노후자금 마련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저축) 등 평생 소득만으로 부족하다면 거주 주택, 금융자산 등에 대해서 즉시연금이나 주택연금 등을 활용하여 필요한 금액을 연금화하는 것이다.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노년에 소득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지출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서울에서의 주거비용의 부담이 만만히 않다. 현재 월세를 살고 있다면 가능하면 전세로 돌리고, 전세를 살고 있다면 작더라도 내 집을 마련해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면서 주거비용을 낮춰야 한다. 요즘처럼 저금리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전월세전환율과 예금 및 대출이자율, 내 집 유지비용 등을 비교하더라도 월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기 마련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주거 유지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또한, 필요 이상의 큰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보유 비용의 실익 등을 따져보고 유지 가능한 규모로의 다운사이징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노후 생활비 줄이는 방법에 있어서 책 구입비는 집 근처 도서관을 이용해서 아낀다. 식사비도 저렴하고 질적으로도 훌륭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가용 보유에 있어서 노화에 따른 사고 등의 예방 차원에서 대중교통의 이용, 고정비 지출 및 유지비용 등 운영 실익을 점검해 보고 처분하는 것을 검토해 본다. 가정 경제 상황에 맞게 경조비는 한도를 정해서 지출한다. 자녀에 대한 지출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때를 염두에 두고 평상적인 지출은 줄인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전한 생활습관을 통해 건강한 몸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서 의료비와 간병비를 줄인다. 건강할 때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주거를 이전해 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준비하고 보유한 자산의 수명이 나의 수명보다 조금 길었으면 좋겠다. 자산이 부족하다면 비용을 줄이고 아껴 쓰는 수밖에 없다. 최소한 보유 자산의 수명과 나의 기대수명을 일치하도록 계획하고 관리해 가야 한다. 노후자금으로 자산과 소득이 부족하다면 결국 부족한 부분은 일자리 활동을 통해 메워야 한다. 한국의 실질 은퇴 연령이 남자 72.9세 여자 73.1세이며 55세에 퇴직한다고 가정하면, 활동 가능 기간은 최소한 12년~18년이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 관련해 여러 가지 지원 정책과 제도가 늘어나고 있다. 표를 구하지도 않고 목적지로 가기를 바랄 수는 없다. 예고되는 정책 등에 관심을 가지고 미리 준비하고 어느 정도 자기 노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추가적인 소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자산의 감소 속도를 줄이고, 건강도 덤으로 지키면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

 

끝으로 노후를 돈으로만 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모으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사는 것이 팍팍해진다.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다.

 

삶이란 우리의 인생 앞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존 호머 밀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