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무엇인가. 당신의 인생을 키워드로 정리할 단어가 있는가. 사람들은 참 많은 말을 하고 싶어 한다. 때로는 같은 말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50+세대가 이렇게 말하면 꼰대란 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정리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한 후에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그 실수에 대해 연연한다.

 

하고 싶은 말이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으면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증거라고 박웅현 작가는 말한다.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는 그의 <여덟 단어>라는 책에서 할리우드 7Words Rule을 소개했다.

“사람을 움직이고 싶고 주변에 영향을 주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소통은 아주 성공적일 겁니다. (중략)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투자를 받고 싶다면 시나리오를 단 일곱 단어로 설명해보라.”

내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 속에 마침 CEO가 타고 있다면, 15초 후 문이 열리기 전 CEO의 마음을 어떻게 끌 것인가를 생각해보라. 그 짧은 시간에 “왜 지역별로 마케팅하십니까. 타겟별로 하십시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짧은 시간을 활용해 눈길을 끌게 하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정서가 다른 한국인에게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고자 하는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오해로 인한 해명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다른 말이 더 부각되어 오해하거나 핵심을 놓치기도 한다. 특히 시간제한이 있는 면접 현장은 더욱더 그렇다. 중요한 요령으로 핵심을 먼저 말하고 그 뒤에 하나, 둘, 차례로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이 좋다.

 

또 그는 자신의 인생 키워드 여덟 단어를 소개했다. 나를 중히 여기는 자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깊이 아는 본질,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는 가치를 갖는 고전, 일상의 언어에서 빛나는 것을 발견하는 견(見), 살아가는 이 순간에 대한 의미인 현재, 내가 갖지 못한 것이 대한 부러움의 권위, 다름을 인정하면서 시작되는 소통, 정답이 없는 짧지 않은 시간의 인생 등이다.

 

살면 살수록 느끼는 것은 ‘인생의 답이 있을까’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스스로 세상의 트렌드를 의도한 적이 없다. 살다 보니 이렇게 흘러왔다. 이런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우리에게 지난날을 표현하는 다양한 키워드들이 있다.

40, 50대들이 공감할 만한 사회적 키워드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란 드라마에서 “시월드”란 단어가 유행했다. “시”자 붙은 건 다 싫다는 며느리들의 감수성을 표현했다. “응답하라 1997”. “건축학개론”은 복고문화와 첫사랑의 순수에 관한 키워드다. 더 이전엔 귀가시계 모래시계, 게스 청바지, 압구정 오렌지족 등등. 숱하게 우리의 과거 트렌드를 회상케 하는 재미 또는 씁쓸한 키워드들이 많았다.

 

한때 전 세대 키워드로 모바일 게임 애니팡은 많은 사람을 게임문화에 빠뜨렸다. “개똥녀” “된장녀” 등 여성 혐오와 “김여사” 등 상식 없는 여성을 표현하는 사회적 키워드도 있었다. 10대 20대의 키워드로 “일베충”이 있다. 일간베스트사이트를 이용하는 남성을 벌레로 비유하는 말이다. 지금은 노인을 비하하여 “연금충”, “틀딱충”이란 말도 젊은이들은 주저하지 않는다.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인구구조 변화를 우리는 이전에 상상이나 했던가. 아이 적게 낳으라고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는 구호가 난무할 때 나는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한 번은 지하철을 타니 옆 어른께서 안쓰러운 얼굴로 지켜보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겪어 온 나의 인생 키워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이를 위해 내게 도움을 주는 책이 있다.

 

사카모토 세쓰오의 <2020 시니어트렌드>란 책으로 일본의 단카이 세대의 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와 비슷한 경험이 다수이다. 몇몇 50+세대들이 모여 이 책으로 스터디를 하였고 우리는 박수치며 공감했다.

<2020 시니어트렌드>에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사회를 돈, 식생활, 엔터테인먼트, 건강, 개호, 여행, 자동차, 패션, 미디어, 주거, 사회공헌, 라이프스타일 등 12가지 영역으로 정리했다. 새로운 어른들이 만드는 거대 시장을 일본 단카이세대를 중심으로 연구했지만. 우리나라 중산층 베이비부머세대 및 50+세대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7Words Rule에 근거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저금을 묵혀놓기보다 돈을 불려 사용하는 어른으로

식생활

소박한 식사 위주에서 육식도 즐기는 어른으로

엔터테인먼트

시대극을 좋아하는 고령자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어른으로

건강

병원 다니는 생활에서 예방, 안티에이징, 건강 관리하는 어른으로

개호(간병, 수발)

개호불안 고령자에서 개호예방과 개호공조의 기수로

여행

명소관광 중심에서 여행을 기획하는 멋진 어른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에서 드라이브 즐기는 어른으로

패션

수수한 옷차림의 고령자에서 센스 있는 어른으로

미디어, IT

수동적 정보수집에서 IT,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어른으로

주거

최후의 안식처를 증·개축하기보다 주거리폼 디자인으로

사회공헌

보살핌을 받는 약자와 수혜자에서 사회공헌의 주체자로

라이프스타일

조용히 여생을 보내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어른으로

  이밖에도 현실적으로 우리의 고민과 관심사를 알 수 있는 연구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체로 (주)다음소프트와 함께 2016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2030, 3040, 엄마, 5060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산출했다. “2018년 빅데이터로 본 현재”에서 대한민국 모든 세대의 관심사는 '일자리'이고 고민거리는 '나이, 돈, 시간'이었다.

 

뉴스핌 이현경 기자의 보도를 인용하자면 모든 세대의 중요 키워드는 ‘돈’이다. 3040세대도 '국민연금' 수령액과 '부동산'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5060세대는 '건강'보다 '돈 걱정'이 더 많았다.

이와 더불어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20대 취업, 30대 결혼, 50~60대에 노후라는 기존 공식이 깨지고 30대까지 취업, 40대까지 결혼, 50대에서 60대까지는 자녀 문제를 고민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처: 문화체육부

출처: 문화체육부

고민이 늘어나는 시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파리가 아름다운 것은 3일밖에 머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그러나 ‘축복’이 아닌 재난처럼 다가 온 수명연장에 대한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30년을 더 눌러앉는 파리는 고통을 수반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코 같을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란 책에는 수많은 감옥을 소개한다. 어떤 장소든 그곳에 있기를 원치 않는다면 아무리 안락해도 그곳이 감옥이다. 자유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만족할 때 찾을 수 있는 것이고 진정한 자유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라 했다.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의 여덟 단어를 통해 모든 선택에는 오답과 정답이 공존함을 깨닫는다. 나의 현재에 대한 존중이 생기면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내가 내린 답이 옳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답은 내 앞에 있고 현재에 있다”고 말하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정혜신 신경정신과 박사의 “당신이 옳습니다.”라는 말처럼 어떤 키워드를 택하여도 당신이 옳은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일곱 단어로 당신의 인생 키워드를 한 번 정리해보면 어떨까 한다.

 

언젠가는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조은 시 中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