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전부 한국분이시네요 ! 미국은 어떻게 오셨어요 ?

자식들이 미국 구경시켜 준다고 보내줘서 왔지 !

미국여행 하고 귀국하시는 길이시군요 . 어디 다녀보셨어요 ?

금문교, 요세미티공원, 바닷가, 그리고 쇼핑도 했어!

아, 그리고 케이블카도 탓지... 바빴어, 여기 저기 다니느라고...

 

샌프란시스코(SF) 국제공항에서 효도관광을 마치고 귀국하시는 어르신들을 만나게 됐다.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SF공항에서 많은 한국분들을 만나는 것이, 지금도 그렇지만 25년 전 그 당시에는 고향사람 만나는 것 같이 반가웠다. 그때 만난 어르신들의 모습은 학생이 밀린 숙제를 숨가쁘게 다 해놓고 잠시 숨을 돌리시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도 바쁘게 SF지역을 다니시면서 새로운 것을 접하신 것에 모든 분들은 행복해 하시었다. 이곳까지 멀리 오셔서 미국을 구경하시러 오셨다가 미국은 못 보시고 그 외곽을 빨리 스치고 이제 귀국길에 오르신 어르신분들, 다음 기회가 있으실 때에는 그 좋은 시간들을 좀 더 뜻있고 아름다운 여행이 되시기를 바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25년 전에는 다른 나라 여행에 대한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했던 당시여서 이러한 모습은 여러 다른 나라 지역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다른 나라에 가면 스치는 여행을 많이 하는 것 같다.

 

1. 딸의 런던 여행 기획

딸이 올해 여름휴가를 처음으로 유럽으로 정했다.

그동안 주 여행 무대를 중국으로 삼다가 동남아 국가들을 섭렵하고 2년 전에는 미국, 캐나다를 45일에 걸쳐 일주를 하고나서 올해는 유럽으로 나선 것이다.

런던이다. 여행의 코스가 다행히도 런던에만 머무는 것이다. 1주일 여행 일정을 유럽 3-5개국으로 잡지 않은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평소 관심을 갔고 있었던 나라이다. 학창 시절에 미국의 대학보다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캠브리지 대학을 유심히 보아 왔고, 그 중에서 런던에서 가까운 캠브리지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고픈 꿈만을 갖고 있던 곳이다. 여건이 되면 캠브리지 대학을 가보고 싶고, 그 곳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필자가 하지 못했던 그곳의 학창생활은 어떠했을까 ? 어떤 생각을 그들은 갖고 있는지, 어떤 삶을 계획하는지,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잠시 그들과 어울려 그 곳 캠퍼스에서 학생이 되어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유학을 가지 못해 아쉬운 과거로의 여행을 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마침 이번에 딸이 그곳을 여행하게 되는데 딸에게 구상한 런던 자유여행의 세부 스케줄을 처음으로 보여 달라고 했다.

 

 

Day 2 : 브릭 레인마켓 – 포피스앤 칩스 스피탈필즈 점- 런던타워 – 런던 브리지 – 내셔널 갤러리 – 플랫 아이언 헨리에타 스트릿 점 – 트라팔가 광장 – 카나비 스트리트 – 리젠트 스트리트 – 더 리치 런던 – 런던 아이- 빅 맨

Day 3 : 세인트 폴 대성당 – 헤리포터 스튜디오 – 켄싱턴 궁전 – 헤롯 백화점- 파델라

- 더 샤드-

Day 4 : 포토벨로 마켓 – 허밍버드 베이커리 노팅힐점- 트레블 북삽 – 노팅 힐 – 페기포센 케이크- 버로우 마켓 – 다운트 북스- 리젠트 파크 – 프림로즈 힐

Day 5 : 런던 아이 – 웨스트민스터 역 – 빅 벤 – 웨스트민스터 사원 – 버킹엄 궁전 – 세인트 제임스 궁전 – 버거앤 랍스터 옥스퍼드 서커스 점- 메종 베르토

            – 닐스 야드 – 코벤트 가든- 테스코 메트로 –옥스포드 스트리트- 디즈니 스토어 옥스퍼드 스트리트 점 – 난도스 코벤트 가든 점

Day 6 : 비스터 빌리지

 

런던 여행 가이드 책자를 참고해서 짠 일정으로 보이는데 1주일 여행 일정을 유럽 3- 5개로 잡은 경우와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일단 정해진 일정이니 그곳에 머물면서 방문할 1곳을 추천했다. ‘ The School of Life’ 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것을 배우는 인생수업의 학습 장소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50+컨설턴트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이전부터 7대 영역들에 대한 연구 및 강의를 해오는 과정에서 서울의 인생학교(이태원 소재) 수업을 1년간 받았기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직접 관여하는 본사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딸에게 그곳 주소_70 Marchmont St, Saint Pancras, London WC1N 1AB_를 알려주고 들러서 Leisure (여가) 책자 1권을 구입하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자료집도 있으면 갖고 오라고 부탁을 했다. 필자가 직접 서울에서도 구입할 수도 있지만 딸이 그곳에 가서 보고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그곳의 젊은이들의 삶과 생각 읽기 그리고 그곳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여건이 되면 그곳의 한 Program에 참여하기를 바랬다.“그런데 아빠, 런던에서 바쁘게 여러 군데 다녀야하기 때문에 책이 무거우면 안 사올 수도 있어!" 아빠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확 느끼는 순간이었다! 결국 딸은 그 책을 안 사왔다.

 

2.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인디언)과 추억을 갖게 되다.

필자는 25년 전에 미국에서 잠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5년간 SF에서 계셨기 때문에 미국을 자주 방문 했다.

그런 가운데 당시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특별히 100일간의 시간을 내주어 미국에서 계속 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좀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내려고 SF에 있는 Berkely대학 분교의 어학 과정에 등록하게 했다. 완벽히 International Class이었다. 이곳에서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 교육 과정 중에는 숲속에서의 3일 Camping일정이 있었다. 100여명이 여러 대의 노란색 스쿨버스에 나눠 타고 마구 떠들며 Camping장으로 떠났다. 그 장소는 3년 후, 린지 로언 (Lindsay Dee Morgan Lohan)이 당시 12세로 쌍둥이 배역(주연)으로 활약한 가족 멜로드라마 ‘The Parent Trap’ (여름캠프에서 일어난 일, 1998년 제작 영화) 과도 너무도 똑 같은 장소이다. 현대식 건물과 곳곳에 아주 작은 오두막집 (Log Cabin)들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거의 모두가 현대식 건물에서 묶게 되고 오두막집은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배정이 됐다.

그날은 아주 특별한 또 다른 이벤트가 있었는데 숙박을 그곳 원주민과 텐트에서 하는 것이었다. 희망자로 손을 든 사람은 3명인데 독일 여학생, 일본 남학생, 그리고 한국 남학생 필자였다. 지원자가 많을 것 같아서 먼저 손을 번쩍 들었는데 살짝 후회를 했다. 많은 학생들이 우리 3명을 쳐다보는 시선이 고생 좀 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안내자의 인솔로 현대식 건물을 뒤로하고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금씩 날이 어두워지고 아래 산기슭의 현대식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과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도착한곳은 군대식 텐트가 직사각형으로 쳐있고 그 안에는 1인용 야외텐트 5개가 나란히 붙여서 놓여 있었다. 영화에서 봤던 그런 인디언 텐트가 아니었다. 바로 옆 침대의 독일여학생이 본인의 기대와 다르다며 다시 내려간다고 하고, 일본 남학생은 아침에 일찍 하산했다. 우리와 산속에서의 텐트생활을 담당했던 원주민(인디언)출신의 그는 난처해졌다. 프로그램을 운영할 상대가 다 없어질 판이었다. Sam(당시 필자의 이름)에게 선택권이 있는데 저 밑의 현대식 건물에서 문명생활을 하면서 즐길 수도 있고 본인과 여기서 지낼 수 있는데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너무도 애절했다. 같이 있어주기를 꼭 바라는 눈빛이었다. 이곳 텐트에서 머물겠다는 필자의 말에 그는 뛸 듯이 기쁜 감정을 감추려고 꽤나 애썼다.

그래서 낮에는 산기슭의 본부건물과 부근에서 이루어지는 Program에 참여 했고 어두워지면 홀로 산에 올라 그를 만났다. 그는 멀리서도 필자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Sam’을 기쁘게 외쳐댔다. 그렇게 만나게 되면 산속 깊은 그 곳에서 그 날 있었던 활동에 대한 느낌과 활동들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두번째 날, 그는 본인의 침실을 보여 주었는데. 조금 더 산 위쪽의 평지에 2명 까지도 잘 수 있는 정도의 넓이로 땅을 파고 그 위에 마른 풀을 곱게 깔아 놓은 곳이었다. 머리 쪽은 약간 높게 되어 있어서 자연의 베개가 되고, 누워 있으면 몸의 2/3는 땅 밑이고 1/3은 땅위에 있게 된다.

거기서 그는 본인의 친구 이야기도 들려주었는데 한참 듣고 나니 그 친구는 다람쥐였다. 이곳 캘리포니아주의 다람쥐들은 보통 강아지만큼이나 크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캠퍼스의 벤치에서 음식을 먹으면 달라고 무릎까지 올라와서 가끔 자리를 옮기곤 했었던 그런 다람쥐이다. 친구처럼 지내는 그 다람쥐가 바로 옆의 나무에서 내려와서 이곳 침실 우측을 돌아 놓아둔 먹이를 먹는 이야기며 그 이후의 이동 경로 등을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고, 여러 모양의 구름과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하늘이 지붕이고 어머니와 같이 포근한 땅이 침대인 이야기며, 문명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건조한 지역이라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얼굴에 이슬 같은 습기가 맺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곳 하늘과 땅의 침대에서 단잠을 잤다.

3일간의 Camping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하산하게 되는 아침에 그는 내 식사를 빵과 과일로 준비해 주면서 바지 허리춤 아주 깊은 곳에서 조심스럽게 은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작은 송이 하나를 꺼냈다. 아주 귀한 것이라며 조금 떼어서 불을 지피니 흰 연기가 구름 같았고 향은 독특하면서도 은은했다. 필자의 얼굴에 그 연기를 씌어 주면서 ‘Sam, 너의 고향에 가는 일정에 어떤 액운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모든 액운을 물리치게 하는 우리들의 의식이야, Sam ! ‘

다시는 못 만날 것을 알기에 한참을 서로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모든 학생들이 짐을 꾸리고 그 Camping장을 나서 노란색 학교 버스가 있는 곳으로 산을 내려가는 길목에는 밤마다 Camp Fire 행사 때 열정적인 악기 두드림과 춤으로 모두를 몰입하게 했던 중년의 원주민 부부가 우리들을 배웅했다. 그 부인은 아주 넓은 쟁반에 많은 각 종류의 씨앗들을 조금씩 나누어 주면서 이 씨앗들을 고향에 갖고 가서 많은 수확을 하라고 기원을 해 주었다.

산모퉁이를 돌았을 때 우리들의 뒤편에서 ’알로하! ‘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는데, 멀리 그 산에서 제일 높은 나무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알로하!’를 외치는 그는 남편이었다. 우리가 안 보일 때까지 더욱 더 크게 목청을 높여 그는 ‘알로하! , 알로하!’ 를 외쳤다.

우리들도 산모퉁이를 돌아서 그가 안보일 때 까지 뒤를 돌아보며 ‘알로하!’ 를 외쳤다.

 

3. 50+의 다른 나라 여행

필자의 네번째 컬럼에서 ‘50+의 여행의 의미’를 3가지 측면에서 기술했다.

첫째로 보상적 의미, 둘째는 다양한 외부정보를 맞이하게 되는 의미 , 그리고 셋째로 자기를 찾아 떠나는 의미로 봤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에서 작가로의 길로 새롭게 걷고 있는 문요한 작가의 ‘여행에서 얻고자하는 것’ 5가지를 인용해서 소개한 바 있다. ⓵ 새로움의 추구 ⓶ 심리적 유연성 ⓷ 사서 고생하는 마음 ⓸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⓹ 우리에게 익숙한 결과 지향적 사고에서 과정 지향적 사고로의 전환이다.

다른 나라의 여행을 하게 될 때는 이러한 것을 보다 새롭게 접하게 되고, 기억 속에 보다 오랫동안 남게 되리라고 본다. 문화의 차이에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스쳐가는 여행 보다는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교감하며 지내는 여행은 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50+의 여가문화‘를 10개의 컬럼으로 기획하면서 여행에 대해 30%를 할애 했다.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 여행은 내나라 여행이 될 수도 있고 , 다른 나라 여행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