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사사키 후미오가 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살아가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의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란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줄여나감으로써 진정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소유하고 있는 물건뿐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탐내는 욕심까지 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사사키 후미오의 옷장에는 여섯 벌의 옷이 걸려 있고, 욕실에 놓여 있는 것은 액체 비누 하나와 무명천이 전부입니다. 주방에도 식기나 냄비 등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두지 않죠. 그는 집안의 물건을 줄여가면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스스로 묻게 되었고,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고, 욕망을 줄이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욕망을 줄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우리는 생존해야 하고, 아이를 양육해야 하며, 늘 지금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50플러스 세대도 그런 삶을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다음엔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수십 년의 세월을 땀 흘리며 보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아이들은 떠나고,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돌보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삶이 팍팍하다보니 자녀들도 아이를 기르고 내 집 마련을 하느라 부모를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그나마 부모가 가지고 있던 약간의 재산마저 축내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일구어왔다면 어느 정도 노후자금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통계에도 나와 있듯이 젊은 시절부터 노후자금을 마련한 사람은 많지 않죠. 설령 노후를 준비해왔다고 하더라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창창하게 남아 있으니까요.

 

노후자금이 있더라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소득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재취업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일자리가 계속 유지될지 확신할 수 없고, 보수도 많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고 노후 생활을 유지하려면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경제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엔 없습니다. 지출을 줄이거나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소득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몸에 익숙해져 있던 지출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돈과 행복과의 관계를 이해하게 되면 지출 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 선행을 하고 자신을 헌신하면 행복해집니다. 이는 심리학자들의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진짜 행복은 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만족, 삶의 의미에 때한 재해석과 깨달음에 있습니다. 평소 흥미를 느끼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 의미 있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 매사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경험, 그리고 자신보다 큰 대상과 연결하는 영성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급여가 얼마인지보다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인가, 사회적으로 내가 헌신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인가를 기준으로 바라보면 일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의미를 기준으로 삶을 바라보면 돈에 관계없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둘째,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경험이 물질적 소유보다 더 행복감을 줍니다. 가령 여행을 하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은 냉장고를 새로 구입할 때보다 더 오랫동안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그것을 기대할 때, 그것을 행할 때,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을 통해 오랫동안 즐거움을 유지하도록 해줍니다. 처음에는 경제적 부 대신 의미 있는 경험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경험을 하고 나면 그것이 얼마나 충만한 삶인지 서서히 알게 됩니다.

 

셋째, 경제적인 부를 열망하는 것은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경제적 부는 아무리 모아도 모자랍니다. 무한히 부를 축적해도 여러분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경제적 부를 열망하는 사람은 평생 자신보다 부자인 사람을 동경하고 부러워하면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인생을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나이가 들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여전히 줄어든 소득을 불평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살고 싶은 삶을 살 것인가. 이러한 선택이 노후의 행복을 좌우합니다. 만일 살고 싶은 삶을 선택했다면 행복의 기준을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꿔야 합니다. 소득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출을 줄이고, 소유보다 경험에 투자해야 합니다. 예컨대 가까운 곳에 여행을 떠나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비용을 줄이기보다 주거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 더 행복한 삶입니다.

 

지출을 줄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작은 소득이라도 올릴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용돈이라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