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문가란 무엇인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 표준국어대사전

 

전문가의 특징은 세 가지 요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특정한 분야

2. 높은 수준의 지식 혹은 기술

3. 우월한 결과물의 지속적 창출

 

 

첫째, 특정한 분야이다. 모든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불가피하게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은 만물박사라 불릴지언정 전문가라 불리지는 않는다.

 

둘째, 높은 수준이다. 일반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 공부나 경험이 있어야 한다. 투입 시간이 길다고 다 전문가는 아니나, 전문가는 상당한 시간을 해당 분야에 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째, 이 지식 혹은 기술을 이용해 일반인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남보다 나은 무엇인가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2. 경제 전문가는 존재하는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만큼, 경제야말로 현대의 가장 중요한 부문이고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요즘 시대에 이 질문은 넌센스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그럼 이렇게 질문을 던져 보자. 중남미 재무장관의 상당수는 미국의 Ivy League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World top class 미국 대학의 MBA와 경제학박사를 취득한 사람들이 경제 정책 책임자가 되어서도 자국의 경제를 호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3. 투자 전문가는 존재하는가?

 

세상엔 돈이 넘쳐나고(대체로 내 주머니에만 없을 뿐), 그 돈을 불려주겠다는 전문가도 넘쳐난다. 너무 많아서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이들은 정말 나보다 더 돈을 잘 불려줄 수 있을까?

 


 

앞의 기준을 대입해 보자. 첫째, 투자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다. 상당한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진입조차 어렵다. 둘째, 대체로 투자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했으며, 머리도 좋다. 해당 분야에 오래 종사해서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한다. 끝으로 결과물 생성이란 측면에서는 어떠한가? 투자 세계만큼 결과가 정확히 나오는 세계도 없다. 문제는 이 결과물이 좋을 확률이 50%라는 점이다. 결과가 좋은 경우 전문가는 더욱 명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는 수익을 올려 행복하다.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는? 전문가는 조용히 사라진다. 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돼서 불행하지만, 곧 다른 전문가를 찾아 돈을 맡긴다.

 

조금 전의 성공한 투자 전문가는 다음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과학자는 같은 조건의 실험에서는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목수는 같은 재질의 재료로 반목해서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시장 조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매 순간 다른 시장이 존재하기에 성공 확률은 항상 50%이다. 이번에도 성공하면 명성은 더욱 올라간다. 3번째 해에 실패하면 어찌 되는가? 그럴 때는 3년 수익률을 내세운다.

 

해마다 절반의 전문가가 투자 실패를 맛보는데 왜 시장에 전문가가 넘쳐날까? 실패한 전문가들이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이름만 바꾸고 다시 판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운용사를 새로 설립하거나, 기존 운용사라면 운용 스타일을 달리하는 펀드를 발족시킨다. 그리고 다시 레이스에 참여한다.

 

4. 왜 전문가가 그리 많을까?

 

투자에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는 또 하나의 반증은 전문가 집단인 운용사의 가장 중요한 일이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정말로 전문가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귀찮게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가 전문가라 강변하고 자금을 유치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자기 자본으로 투자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3% 수익률만 꾸준히 올려도 돈을 맡아달라고 줄을 서게 마련이다.

 

운용사들이 자금 유치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현재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펀드의 수익률을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잘 나갈 때 최대로 돈을 많이 끌어모아야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1조만 유치하면 1%의 운용 수수료라 치고 연 100억을 가져갈 수 있다. 잘 되면 매년 그 수수료가 나오고, 잘 안돼도 투자 실패를 운용사가 책임지지는 않는다. 봉이 김선달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래서 시장에 그만큼 전문가가 넘쳐나는 것이다.

 

5. 어떻게 해야 할까?

 

자본 시장은 매 순간이 새로운 조건이어서 똑같은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이 시장에 전문가란 존재할 수 없다. 아니 전문가는 존재한다. 다만 그들은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 자금 모집의 전문가일 뿐이다. 운이 좋으면 그들은 투자 전문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운이 나쁘면 그럴듯한 펀드 설계가로 잠시 세월을 낚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가 수많은 전략으로 펀드를 만들고 투자를 하니, 그중 성과 좋은 펀드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여러분이 만나는 펀드는 다 이런 과정을 거쳐오는 성과 좋은 펀드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거의 성과는 과거의 실적이고, 그 성과가 반복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이렇게 믿을 사람이 없으면 그럼 어쩌란 말이냐에 대해 얘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