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살이 탐색과정 '강릉에서 살아보기' ⑥

경포호수 저녁 산책 및 일몰, 강릉부루어리바이현



경포호수에서 일몰을 마음의 눈으로 보기

 

1019일 화요일. 강릉에서 살아보기 2일차. 오늘 하루, 강릉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날씨를 모두 체험할 수 있었다. 아침엔 쌀쌀했다. 산책을 하면서 외투를 여몄다. 남항진에서 허난설헌기념관까지 바우길을 걸었던 오전.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간간이 따듯한 햇살이 비쳐주어 약간 덥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후 명주동 가이드 투어를 시작할 무렵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속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에 경포호수에서 산책하며 호수를 물들이는 붉은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구름, , 우박, 무지개, 다시 비. 우산이 소용없었다. 비와 우박을 맞아 바지와 신발이 온통 젖었다. 명주동 투어를 마치고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매니저 임현진님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계획대로라면 이후 경포호수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늘에는 먹구름이 여전하고 비도 조금씩 오고 있었다.경포호수에서 자전거 타기, 경포호수 산책, 경포가시연습지 산책, 경포대에서 일몰 보기 등 계획했던 2일차 저녁의 일정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경포호수를 아름답게 물들이며 대관령 뒤쪽으로 천천히 넘어가는 일몰 풍경은 숙소에서 마음의 눈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강릉에 오자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개인적으로 경포호수와 경포대를 찾아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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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인도기행에서 쓴 글로 마무리해야겠다. “ 내 경험에 따르면, 해는 지는 해가 좋고, 달은 떠오르는 달이 좋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달은 저마다 그 나름의 우주의 신비를 머금고 있다. 그러나 떠오르는 해는 너무 눈부시고 지는 달은 여운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 지는 해를 보지는 못했지만 휘영청 떠오르는 달은 분에 넘치게 만끽했다.

 

한 잔의 맥주로 마음의 문을 열다

 

애주가들이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하는 말이 있다. “마음을 터놓기에 백 잔의 차보다 한 잔의 술이 낫다.” 강릉에서 살아보기 2일차. 저녁식사를 강릉부루어리바이현에서 했다. 한국 최초로 막걸리 양조장과 맥주 양조장이 같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수칙을 지키면서 모둠별로 조심스럽게 식사를 시작했다. 피자, 감바스와 샘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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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살아보기’ 2일차가 바쁘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사람책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긴장과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다. 피로뿐만 아니라 모둠원 상호 간의 서먹함을 푸는데도 수제 맥주의 향기와 적절한 취기가 꼭 필요했다.

강릉 솔잎과 배에서 효모를 추출, 배양해서 만든 페일 에일, 배에 효모를 배양하여 만든 시원하고 달콤한 라거 배꽃향기’, 곡물, 너트, , 건포도의 향이 어우러진 초당 브라운 에일’, 은은한 바나나 향이 부드러운 경포 바이젠’. 이 모든 것은 강릉의 대표적인 식물인 솔잎, , 곶감 등에서 효모를 추출하고 배양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강릉의 맛과 멋, 매력을 담고 있었다. ‘강릉막걸리도 맛볼 수 있었다. 강릉 쌀을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화이트와인 같은 향이 나고, 산뜻한 신맛이 났다.

 

얘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한 명씩 강릉에서 살아보기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된 동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퇴직 후,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브런치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백 선생님, ‘인터뷰면접에서 불합격을 예상했는데 합격해서 기뻤다는 문 선생님,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고 선생님, 기행문 제출과 수정을 통해 느낀 창작의 고통을 얘기한 김 선생님. 얘기가 깊어지면서 그동안 보이진 않았지만 존재하고 있었던 마음의 벽이 서서히 얇아지고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웃음이 넘쳐났다. 강릉에서의 두 번째 밤은 깊어가고, 할 말은 끝이 없었지만, 내일의 프로그램을 위해 자리를 정리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오죽헌 한옥 위로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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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지역살이 기록가가 강릉에서 살아보며 담아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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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12월 출간되는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 강릉에서 살아보기' 도서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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