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살이 탐색과정 '강릉에서 살아보기' ⑩

강릉에서의 마지막 밤 



4박 5강릉에서 살아보기일정의 마지막 밤이었다. 구불구불 2차선 도로를 접해 올라가 산 중턱에 지어진 왕산골 한옥이란 곳이다. 이날은 네번의 방문 일정이 있어 내가 속한 모둠은 하루 종일 달렸다. 평소 체력을 단련하지 못한 탓으로 물먹은 솜처럼 지쳐 있을 즈음,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운영진으로부터 낭보를 접한다. 캠핑하면서 피우는 모닥불을 바라 보며 멍 때리는 걸 뜻하는 불멍이브닝 쇼(?)’로 펼쳐진다 한다. 어른이 되어도 어쩔 수 없다. 너울너울 타오르는 노오란 광채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저 신나는 일이다.

시기 상 가을이지만 여기는 겨울이다. 게다가 강릉에서 맞이한 , 우박, 무지개, 구름, 바람의 역동적인 합주력은 놀랍다. 팝 음악으로 치면 발라드보다는 하드락이다. 참여자의 수를 고려하여 두 개의 아담한 불멍 화로대를 중심으로 간이의자를 원 모양으로 둘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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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움 내리며 기온은 자유낙하하여도 참여자들의 설레임이 모든 행동을 민첩하게 한다. 스위스 시계 톱니바퀴가 따로 없다. 주어진 역할 없어도 척척 알아서 준비가 된다. 왕산골 한옥 주인 내외분의 두터운 후의로 갓 삶은 옥수수와 계란이 중앙에 자리 잡고 강릉수제 갈색 병맥주가 각 자리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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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불멍 화로대의 존재감은 크다. 삽시간에 분위기가 오른다. 시골 총각과 도시 처녀의 만남처럼 보이는 왕산골한옥 내외분의 살가운 지원이 이곳의 온기를 보태준다. 저마다 언변 좋고 유머감각 높은 사람들끼리 전하는 말의 향연이 밤의 냉기를 저만치 밀어낸다. 여기서 햇수를 30년 되돌리고 허우대 좋은 청년이 기타를 둘러맸다면 흥행불패 강변가요제가 따로 없을 것이다. 불멍 화로대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서로에게 시선을 보내며 어떤 메시지를 보낸 듯하다. 어떤 말들을 했을까? 아마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애 쓰셨습니다.’, ‘남은 일정 잘 마무리하시죠.라는 담백한 격려사에 대견한 시선을 동봉해 보냈을 것이다. 시골에서 바라보는 달은 더 크게 보이고 더 밝게 보이며 더 감각적인 것임을 뒤늦게 안 헐렁한 도시아재 를 확인한 밤이었다. 더불어 유명 여배우의 수상소감을 읊어보았다. “~ 아름다운 밤이에요~”

 

 

*** 본 글은 지역살이 기록가가 강릉에서 살아보며 담아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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