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계의 황소개구리’ 가시박
이날 탄천에서는 생태보전시민모임과 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함께 하천변 생태계교란식물을 조사하고 있었다. 수서역 인근 광평교에서 대곡교까지 2.6㎞ 구간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처음 광평교 아래로 내려오자 활동가 이형근(62)씨는 “가시박이 나무를 덮은 걸 보면 꼭 방공호 위장막 같다”며 여기저기를 가리켰지만 멀리 봐서는 그저 우거진 수풀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금 걷다보니 ‘식물 까막눈’인 기자도 금방 알아볼 만큼 가시박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가시박은 열매에 밤송이같은 가시가 촘촘히 박힌 박과 식물인데, 덩굴식물답게 주변에 지지할 곳이 있으면 감고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언뜻 봤을 때 잎이 무성한 줄만 알았던 나무는 가까이 보니 가시박에 칭칭 감겨있었다. 가시박이 땅에서부터 나무를 타고 족히 15m는 더 될 듯한 꼭대기까지 휘감고 있었다. 버드나무 10여 그루가 이씨 말처럼 누군가 위장막을 덮은 것처럼 한꺼번에 가시박으로 덮인 경우도 있었다.
활동가들을 이끌고 있는 김민수 생태보전시민모임 생물다양성팀장은 “가시박에 감긴 나무는 결국 햇빛을 받지 못해 고사된다”고 전했다. 덩굴손으로 휘감아 나무를 말려 죽인다니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별칭이 과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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