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물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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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물길 위에서 만나는 역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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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성시도(1830) 한양은 한반도의 동고서저 지형과 반대인 서고동저 지형을 갖고 있어서, 청계천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입추, 말복도 훌쩍 지났건만 아직은 한낮의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폭염이 막바지를 달린다는

기상예보가 있는 오늘 오전 9시 50분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 도착을 했다.

오전이라 주변 상가들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도로에 밤새 주차된 차가 많아 한산했다.

 

▲‘한양의 물길을 걷다’커뮤니티 성장사업 강좌로 지정

 

2층 배움터에서는 ‘한양의 물길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서울의 역사를 고궁이나 특정 사적지를 중심으로 한 접근이 아니라,

사라진 물길 위에서 만나는 역사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8월 20일부터 10월 15일까지 총 9차례에 걸쳐 강의가 시작된다.

 

▲‘한양의 물길을 걷다’ 도경재 강사(직접 촬영)

 

한양땅을 흐르던 물길이 수많은 전쟁, 도시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져버렸다.

우리가 무심히 걷고, 차를 타고 지나는 길의 많은 부분이 예전에는 물이 흐르던 물길임을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사라진 물길 위를 걸으며, 그 길이 품고 있는 역사 이야기를 1강 ‘한양의 물길과 그 변화’라는 내용으로

이번 차 강사인 로로로협동조합 도경재 이사장을 통해 만나보자.

 

▲ 2층 배움터 강의 현장(직접 촬영)

 

◆ 한양_서울, 기원 전의 역사를 품은 고대 도시


한양/한성은 조선의 수도 이름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서울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한양은 이미 신라 경덕왕 때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삼국사기〉 백제의 건국설화 때까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서울은 기원전인 ‘하남 위례성’ 때부터 존재한 고대 도시이다. 

조선시대의 ‘한양/한성'은 ‘서울'과 동일한 지역을 가리키기는 하지만, 그 말 자체의 의미가 같은 것은 아니다.

서울은 원래 '수도'를 뜻하는 일반명사였고, 한양/한성은 그 지역 자체의 지명(고유명사)이었던 것에서

훗날 일반명사였던 서울이 지역 자체의 이름이었던 한양/한성을 대신해 지명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 이전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도 한양이라는 이름은 사용됐지만, 그 당시 한양은 수도가 아니었으므로 서울은 아니었다. 

 

▲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 창간호
 한글판에 조선, 셔울 영문판에 Seoul, Korea 표기

 

 

◆ 한양도성의 지형 특징


한양도성의 지형은 산자분수령이란 자연의 법칙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미 자연이 만들어놓은 지형적인 경계 위에 인간의 의지를 조금 더해

산 능선의 지형경계를 따라 축조된 한양도성의 성곽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산자분수령

산과 물은 스스로 산길과 물길을 이룬다는 법칙 山自分水嶺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절대 산을 넘지 못하며 스스로
자기 본분을 지킨다는 자연의 법칙

 

 

◆ 한양의 물길, 청계천 과연 명당수였나?


한양도성을 관통하는 내명당수로 알려진 청계천이지만 한양정도 당시 자연하천 그대로여서 홍수가 나면 민가가 침수되는 물난리를 일으켰고,

평시에는 오수가 괴어 매우 불결하였는데, 태종이 박자청에게 개거공사를 맡겨 처음으로 치수사업을 시작하였다.

그 후 영조 때에는 자원한 자들에게 국가에서 품삯을 주고 고용한 고공들을 동원해 준설, 양안석축, 유로변경 등 본격적인 개천사업을 시행하여

구불구불하던 하천의 흐름이 비로소 직선화하였다.

 

한양을 관통하는 내명당수 청계천과 외명당수 한강은 그 진행방향이 서로 반대이다.

청계천은 도성을 관통하여 한양 분지의 모든 물이 여기에 모여 동쪽으로 흐르다가

왕십리 밖 살곶이다리(현 한양대 서울캠퍼스 인근) 근처에서 중랑천과 합쳐 서쪽으로 흐름을 바꾸어 한강으로 빠진다. 
한강은 한양 모든 하천의 본류로 지류인 하천에 청계천, 중랑천, 홍제천, 정릉천, 불광천, 양재천, 안양천, 탄천, 고덕천, 성내천 등이 있다.

한강은 서울 부근에서는 W자 모양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고 있다. 

 

 

 

◆ 한양의 물길 일부 서울시 문화재 지정


서울에 있는 35개 가닥의 하천 가운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지하의 191m, 남대문로 지하의 461m에 이르는

근대 배수로 구간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 경복궁 주변에 흐르던 청계천 지류(바탕지도는 1946년 미 군정이 제작한 지도)

 

 

◆‘한양의 물길을 걷다’ 커뮤니티 성장사업


이번 강좌를 진행하는 로로로협동조합은 두 발로 이 땅을 걸으며, 역사를 배우고,

이를 토대로 미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체로 관심 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본 강의에 참석한 관악구에 거주하는 한 수강생(女)은 요즈음 역사공부의 새로운 추세는 물길이라며

취미로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수강 신청하였다고 하는데, 역사인식의 수준이 대단해 보였다.

한편 서울시문화관광해설사로 수고하시는 수강생도 참석하는 등 강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강좌였다.
 
본 강좌를 취재하면서 한양의 물길따라 종로, 동부간선도로, 내부 순환도로 등이 물길에 순응하여 도로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참석한 수강생들의 열의가 대단한 것으로 보아 오늘 1차 실내강의뿐 아니라,

다음 주 만초천(무악재~독립문~의주로~서울역) 현장답사를 시작으로 모든 코스를 수강생들이 완주하기를 응원한다.

 

▲ 내부순환로가 지나가는 정릉천(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