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성장」 물길 위를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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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 물길에서 흥덕동천까지 한강의 물길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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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동쪽에 있어 동궐로 불렸던 창덕궁의 금천교 밑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

명륜동에 있는 성균관대학 정문 앞은 60년대만 해도 물이 흘러 다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대학로 구 서울대 문리대 앞에서 지금의 방송통신대학에 이르는 길에도 물이 흐르고 예쁜 다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한강의 여러 물길이 개발의 와중 속에 역사와 함께 묻혀 버리고, 어느새 우리는 그 사실도 모른 체 물 위를 걷고 있는 것이다.

 

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자리에 서울대 문리대와 법대가 있었고 입구에는 물이 흘렀다. (화살표 부분)
당시 서울대 문리대생들은 이를 보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는  시적인 말로 표현하곤 했다. (사진 출처 : NAVER 이미지 자료 사진)

 

 

■ 한양의 물길과 길이 품는 역사를 찾아서

 

한강의 물길을 찾아, 사라진 물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는 「주간 물길로」 프로그램의 주관은 「로로로 협동조합」(대표 도경재)이 주관했다.

「로로로 협종조합」은 지난 8월 20일부터 10월 15일까지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한 차례의 실내강의와 여덟 차례의 현장답사를 이끌었다.

가을의 문턱이라 그런지 아직 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9월 24일,

다섯 번째 현장답사는 모두 15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균관대학 정문에서 시작됐다.

 

 

                                                       성균관대 정문에서 시작된 현장답사.                                                     성대 정문에 위치한 조선 영조의 탕평 비각. 

                                                       물길 따라 답사팀의 행렬이 이어진다.                                               비각 왼편 「하마비」는 성균관의 위상을 보여준다.

 

 

■ 성균관 좌우를 흐르던 반수천

 

성균관대학의 벽을 따라 흘렀던 「서반수」(西泮水)와 성균관대학 정문 앞의 「동반수」(東泮水)는 「반궁천」으로 만나 지금의 대학로까지 이어졌다.

서반수와 동반수 양 갈래 물길의 발원지는 성균관대학교 뒤편 응봉이다.

이 응봉은 동궐인 창덕궁을 품고 있는 배산임수의 봉우리이기도 하다.

응봉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여러 갈래의 물길로 나뉘어 한양의 곳곳을 흘러 청계천으로 합류된다.
 

 

                                                       반수천의 발원지로 보이는 응봉 산자락                          「빨래터를 깨끗이」라는 낙서가 이곳에 물길이 지나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 서반수와 동반수의 물길을 따라

 

응봉에서 시작된 물길 중 서쪽 방향으로 잡힌 물길(서반수)은 어정(御井)을 거쳐 성균관대 담을 끼고 흐른다.

어정은 임금이 성균관을 방문했을 때 필요한 물의 공급을 위해 사용했다는 우물이다.
동쪽 방향 물길인 동반수는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을 위해 식품과 물품을 공급했던 양현고 터를 지나 성균관 대 정문 방향으로 흘렀다.

이 두 방향의 물길이 지나는 곳에는 조선 태조가 창건하고, 세종 때 불교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다 연산군 시절 자취가 없어진 흥덕사 터를 지난다. 
또한, 주자학의 대가인 우암 송시열의 글씨(증주 병립)가 바위에 새겨진 그의 집터를 지나게 된다.

 

 

                                                 어정(御井) 앞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답사팀                                                   양현고가 있었던 터 앞으로 동반수가 흘렀다.
 

물길을 따라 지나는 곳에는 그 물길과 함께 한 역사의 현장이 있지만, 그나마 흔적이라도 남아 상상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조선 태조의 명으로 태종 때 창건된 흥덕사지                                               우암 송시열의 집터 벽에 새겨진 그의 글씨

 

 

■ 합쳐진 물결은 흥덕동천으로

 

서반수와 동반수가 합쳐진 물길은 혜화동 로터리를 지나, 지금의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지역으로 흘렀다.

그리고 대학로를 거쳐 효제동천과 합류하여 청계천으로 이어진다. 흥덕동천은 지금의 대학로 밑을 흐르던 물길이다.

서울대 문리대와 법대가 있었던 지금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는 물이 흘렀다.

당시 대학생들은 그 물길을 보고 세느강이라고 불렀으며, 물길 위 다리는 미라보 다리라고 불렀다.

해마다 입시 철이 되면 그 물길을 따라 선배 대학생들은 후배 고교생들을 격려하는 격문을 경쟁적으로 붙였다.

 

 

                                                     혜화사거리 몽양 여운형 선생 서 거지에서                                                    흥덕동천의 물길을 찾아 대학로를 지난다.

 

 

■ 흥덕동천 물길에 남아있는 흔적들

 

흥덕동천은 대학천이라고도 불렀다. 흥덕동천 물길을 따라 대학들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다.

2009년 10월에 이른바 「대학로 실개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흥덕동천은 다시 부활했다.

혜화사거리에서 이화사거리까지 이르는 1km 구간이다. 물론 옛 모습은 아니지만 부활한 물길은 청계천에서 합류된다.

이화사거리 근처에는 서울사대 부설 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학교 정문 기둥은 과거 대학천이 흐르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정문 기둥을 옮겨 온 것이다. 서울대가 1975년 관악구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옛 모습은 아니지만 부활한 흥덕동천                                                          서울사대 부속 초등학교 정문 4개의 기둥

 

대학로에서 최종 목적지인 청계천까지 가는 길에 지나칠 수 없는 장소가 있는데,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김상옥 열사의 역사의 현장인 대학로 36-12번지 일대다.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며 일제에 항거했던 김상옥 열사는 이곳에서 일경과 총격전 끝에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김상옥 열사의 역사의 현장에서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김상옥 열사의 동상

 

 

■ 청계천으로 합류한 물길을 확인하며

 

9월 24일, 한양의 물길을 따라 떠난 답사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청계천이다.

응봉에서 시작된 물길은 성균관대학을 동과 서로 나뉘어 각각 반수의 형태로 흐르다 합류하여 흥덕동천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흥덕동천은 효제동천과 다시 만나 청계천으로 합류한다.

영등포구에 살고 있는 이구호 씨는 “한양의 물길을 찾는 전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면서

“눈에 보이는 것을 찾아다녔던 것보다 보이지 않는 물길을 상상하며 걸어가는 느낌이 새로웠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발밑에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물길이 흘렀다.

그 물길의 근원을 찾고,  물길이 가고자 했던 길로 따라가 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걸어보며 역사의 흔적까지 찾을 수 있다면 의미도 있고,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청계천 버드나무 다리 위 전태일 동상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