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남원에서 살아보기」

 

서울시 도심권 50플러스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남원에서 살아보기」 서평 이벤트에 초대한다는 것이다. 망설였다. 남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귀농이나 귀촌, 지역살이에 별 관심도 없는 내가 ‘신중년’ 16인이 탐색한 남원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더할 수 있을 것인가 했다. 그러다 어찌어찌 하겠다고 했고, 책이 왔다. 다시 덜컥 겁이 났다. 그냥 읽기만 하면 안 될까? 이제라도 못한다고 할까? 아무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늙고 있는 내게 지방은 아직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무엇이다. 살아오면서 일로 여행으로 전국 곳곳을 부지런히 다녀보긴 했으나 그뿐, 지방은 어쩌다 한번 다녀오는 곳 이상이 아니었다. 평생 소처럼 일하면서도 어디 공기 맑고 물 좋은 데로 옮겨 살아볼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런 내가 귀농! 귀촌?

 

「남원에서 살아보기」(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지음, 퍼블리터, 2020)를 읽기 전까지도 그랬다. 그저 그런 안내서려니 했다. 제목 위에 붙어있는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이라는 설명을 보니 그런 심증이 더 굳어졌다. 가이드북이라니.

 

그런데 아니었다. 가 보면 살고 싶어지는 남원의 매력, 남원살이를 위한 몇 가지 제안, 실전! 한 달 살아보기를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펼쳐지는 남원에 대한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 살아온 이력이 다양한 열 여섯 신중년이 저마다 감춰온 꿈을 이야기 한다. 남원에 대해서, 지리산에 대해서, 그 안의 삶에 대해서.

 

그러나 다른 한편, 막연한 기대나 환상으로 귀농 귀촌했다가 실패를 겪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 사람들도 흔한 것이 현실에서 지역살이에 대한 꿈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금은 섣부르고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책에도 지역살이의 말할 수 없는 고충과 어려움이 여기저기 녹아있다. 앞서 귀농 귀촌한 선배(?)들의 충심어린 충고도 뼈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남원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이들, 나아가 어디든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꼭 알아야 할 내용들로 알차다. 이제까지와 다른 인생을 살아보자고, 지역에서 제2의 삶을 열어보자고 선동하는 큰 목소리가 아니라 지역살이를 섣불리 결정하지 말라고, 진정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결정하라고, 작은 목소리로 나직이 속삭인다.

 

그러므로 선택은 독자 여러분의 것이다. 예상되는 갖가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지역살이에 나설 것인가, 그만 이쯤에서 마음을 접을 것인가. 책은 흔들리는 나에게, 또 당신에게 묻고 있다. 남원 가실래요?

 

서광식(시인,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