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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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이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주신 십여 분의 인터뷰 내용 정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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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발표한 생애금융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에 따르면, 퇴직자 중 재취업자(창업 포함)는 55%이고, 29%는 취업 대기 상태라고 발표했다. 퇴직자들은 생활비로 평균 월 252만 원을 지출하는데, 여유로운 생활수준을 위해 월 400만 원 이상 필요하다고 답했다. 평균 생활비인 2~300만 원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며 먹고사는 정도’일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퇴직자 중 84%가 재취업하려 할 때, “자신만의 시간도 갖고 싶고, 적은 용돈벌이도 필요하고, 체력적으로 풀타임은 쉽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관계도 얽히기 싫고” 등등 각자 상이한 경력과 상황을 일반화시킬 수 없겠지만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이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주신 십여 분의 인터뷰 내용을 유형별로 정리, 요약해 보았다.

 

case1. 내 사전에 퇴직은 없다 : 퇴직 전 전공으로 재취업하신 분

 

“재취업을 해야 한다면, 가장 훌륭한 노후설계 대책은 역시 은퇴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은퇴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는 반드시 현 직장에서 60세까지 존버하라는 말이 아니고, 자신이 평생 종사했던 분야와 관련된 일에서 은퇴하지 말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로 연결하라는 뜻이다. 평범한 맷집과 정신력으로는 존버하기 쉽지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일의 은퇴시기를 연장해 소득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이라는 것은 생계뿐 아니라 활력과 건강을 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성공이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 우리는 가진 것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없는 것만 생각한다.”고 한 어느 문장가의 말처럼, 해왔던 일에서 인생 2 막을 설계하는 분들이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case2. 내 직업은 50플러스 : 가사와 나랏일에만 집중하시는 분

 

“30년간 동료 직원들을 ‘제2의 가족’라고 칭하며 부지런히 회사뽕을 주입하던 회사를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젊어서 고생은 늙어서 신경통이었고, 회사 내에서 ‘공공의 적’이 있을 때 동료들과의 친목이 더욱 굳건해졌다(웃음) 지금은 운 좋게 슈퍼우먼 아내와 셔터맨 남편이지만, 나도 미래를 위해 과거를 혹사했었고, 갖고 싶은 것을 모두 미루고 살았다. 그런데 젊어서야 청바지에 열정 하나여도 예뻐 보이지만, 나이 들어 퇴직하면 품위 있는 50플러스로 채워야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나이가 든다는 것을 준비한다는 것일 뿐이다. 이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온전히 희생시키는 것도 현명하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나중에 행복한 것이 더 의미가 있을지도 의문인데다 결코 자신에게는 오지 않을 미래일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매 순간을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로 거울에 써놓고 산다. 내가 하는 주된 일은 아내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웃음) 그 외에 공공 근로도 다니고, 공공부문 기간제도 가리지 않고 행복하게 일한다“고 하였다. 특히 ”감나무가 떨어지길 기다리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운 좋은 사람 몇이나 자기 위로 떨어지는 감을 받아먹을 수 있는 것이지 모두에게 다 돌아가리라는 보장도 없다. 또 떨어진 감을 잘 받아먹는다 해도 썩은 감일 수도 있다. 뭘 기다려!! 인생은 개척해가는 거지, 좌우지간 뭐든지 하라“고 강하게(?) 말한 수호천사 아내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본인 이름으로 기사에 넣어달라고 하신 분도 있었다.

 

case3. 내 직업은 일개미 : 적더라도 소득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하신 분

 

“지난 몇 십 년 동안 평범한 대다수 나 같은 일개미들은 월급으로 행복한 가정을 정년까지 유지만 하면 큰 문제 없다는 사고로 살아왔다. 저금리로 인해 예금이자로 은퇴생활을 할 수도 없는 현실인데도 과거의 경험 데이터와 상황변수를 입력하여 자신의 판단이 늘 맞다고 믿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지금은 기존 직장인은 물론 예비 직장인들마저도 투잡, 쓰리잡을 넘어 n잡으로 새로운 활로를 확보하려 한다. 요즘 주변에 좀 똑똑해 보이려고 반드시 꺼내는 단어가 있다. 4차 혁명 혹은 코로나 이후, 거기다 아는 체 하려면 꼭 하는 소리가 OECD에, 무슨 하버드 교수 얘기를 꺼낸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럴싸하게 차려만 놓고 정작 먹지는 못하는 ‘여우 입에 호리병’일 뿐이다. 나는 그런 큰 어젠더에 개의치 않고 ‘삶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작은 틈새를 찾아다닌다”는 일개미 유형이다. 절대적으로, 영원한, 가장 좋은,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case4. 내 직업은 잡상인 : 적더라도 자기만의 소득 플랫폼을 만드신 분

 

“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려고 해. 그물을 만들어야지. 아파트보다 국민연금하고 다가구 월세수익이 딱 좋아. 대학가 근처는 집값도 싸고, 스포츠 활동이나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많고, 각양각색의 문화 현장과 가까워서 좋고. 잘 찾아보면 아직도 많아. 창업한다는 괜한 욕심 버리고 까먹지나 말아. 그리고 친구 한 녀석은 우리가 오래 사니까, 약 잘 만드는 회사만 골라서 한 달에 10주씩만 투자하고 3년 정도 되면 되팔고 있어. 사계절 투자는 기본이고. 그게 쏠쏠하게 용돈벌이는 되는 것 같더라고. 나이 먹으면, 멘탈이 떨어지니까 너무 올라도, 너무 내려도 심장마비 걸려. 뭐든 조금씩 해야 해(웃음) 또 한 녀석은 돈 안 드는 등산을 좋아하다 보니, 이 산 저 산 다니다가 약초꾼하고 친구가 돼서 함께 약초도 캐서 팔고, 직불금 받으려고 소작만 맡기는 사람들도 있어. 제일 중요한 건데, 웰다잉(Well-Dying)도 미리미리 준비해 놔. 주변에 돌연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사람이 조금만 느슨해지면 게을러지는 거 같아. 자존심이니 체면이니 같은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라고 말하는 잡상인 유형이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각자 상이한 경력과 상황이므로 뭘 먹고살지에 대한 정확한 정답과 공식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한 늙은 인디언 추장이 자기 손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얘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는 악한 늑대인데 그놈이 가진 것은 태만, 후회, 탐욕, 자기 동정, 회한, 질투, 열등감, 자만심 그리고 이기심이란다. 다른 한 마리는 좋은 늑대인데 그놈이 가진 것은 인내, 행복, 평안, 소망, 평온, 겸손, 친절, 동정심, 아량 그리고 이타심이란다.”, 손자가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물었는데, 늙은 추장은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이 옳은 것이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도 옳은 것 같다. 거의 그렇게 되니까. 자의든 타의든 퇴직자로서 대안 없는 비판은 불평일 뿐이다. 비판하기는 참 쉽다. 책임질 일도 없고, 사실 영양가도 별로 없다. 인생 3막에 따뜻하게 지내려면 인생 2막에 난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독일 속담처럼, 지금부터 준비하고 일해야겠다는 의지와 글을 50+에 공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