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만나는 그림책

- 리니테일 주식회사 정재윤 대표 -


재윤씨는 리니테일 주식회사 대표이자 출판사 리니테일 및 웹동화 플랫폼 rinitale.com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그림책이 종이책에 한정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방식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

 

그림책이 꼭 종이에만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형식이 달라지더라도 더 멀리,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는 전 세계 작가들의 그림책을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기는 대신 화면 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정재윤 대표가 그리고 있는 그림책의 미래다. 그는 종이책에 한정되지 않는 이 방식이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대기업 기획자에서 창업가로

그의 지난 커리어는 기획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

 

"LG전자에서는 인도·인도네시아 시장을 담당하며 TV제품 기획과 스마트 TV콘텐츠 기획을 맡았고, 이후에는 네이버로 자리를 옮겨 음악 콘텐츠 플랫폼 온스테이지서비스를 메인으로 담당했습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5c0429ad.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47pixel, 세로 592pixel

 

글로벌 제조사와 대형 플랫폼, 서로 다른 영역이었지만 그의 역할은 늘 같았다. 사용자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설계자였다.

 

그가 회사 생활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의외로 단순했다.

 

, 이거 내가 기획한 건데 사람들이 실제로 쓰네?”

 

머릿속에서 구상한 아이디어가 제품과 서비스의 형태로 구현되고,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기획자로서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이는 다음 기획을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러던 중,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콘텐츠 산업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변화를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전환점으로 받아들였다. 콘텐츠와 AI가 만났을 때, 펼쳐질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을 회사 밖에서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고민이 결국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이후 안정적인 커리어를 벗어나 창업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더이상 관찰자가 아닌 실행자가 되겠다는 결심이었다.



아이와의 일상 속 찾아낸 창업 아이템

많은 창업 아이템 가운데, 그가 웹동화 플랫폼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아이와 함께한 평범한 일상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 콘텐츠의 힘을 정말 많이 느꼈어요. 책 한 권이 아이의 하루 분위기를 바꾸고, 질문을 만들어내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동시에 동화라는 분야가 디지털이나 AI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는 종이책에 머물러 있는 동화의 세계가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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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 더 확장될 수 있는 영역이고,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기획자로서의 문제의식과 부모로서의 경험이 맞닿는 지점에서, 그는 웹동화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답을 찾았다. 그렇게 종이책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만나는 동화라는 웹동화 플랫폼 리니테일이 시작되었다.

 


기획자의 경험, 창업의 밑바탕이 되다

정 대표는 기획자를 그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고 말한다.

 

기획자는 생각보다 굉장히 끝까지 책임지는 직업이에요. 아이디어만 내는 게 아니라, 제품이 설계되고 만들어지고, 고객에게 팔리고, 문제가 생기면 AS까지 전부 관여하거든요.”

 

제품의 방향을 정하는 일에서 시작해, 설계·제작·출시·운영은 물론 문제 발생 시 대응까지. 기획자는 전 과정의 흐름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전체 사이클을 직접 몸으로 겪어본 그간의 경험은, 지금의 창업 과정에서 강력한 자산이 되고 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마케팅 회사 이사님과 미팅.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000pixel, 세로 3000pixel  사진 찍은 날짜: 2023년 06월 29일 오후 5:26  카메라 제조 업체 : samsung  카메라 모델 : SM-S908N  프로그램 이름 : S908NKSU3CWE6  F-스톱 : 1.8  노출 시간 : 1/120초  ISO 감도 : 125  색 대표 : sRGB  노출 모드 : 자동  35mm 초점 거리 : 23

마케팅 회사와 미팅

 

"특히 8년 넘게 수많은 기획서를 작성하며 다져진 문서화 능력은 사업을 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뭘 하려는지, 왜 이걸 하는지를 문서로 설명하는 데 익숙하다는 건, 스타트업에서는 정말 중요한 능력이더라고요.”

 

투자자와 기관 담당자, 협력 파트너와의 소통에서 기획서는 곧 언어이자 설득의 도구다. 그가 대기업에서 쌓아온 기획자의 시간은 지금의 새로운 도전에 있어 단단한 기반이 되고 있다.

 

 

속도를 쫓는 대신, 방향을 바꾸다

창업 초기에 그가 가장 크게 부딪힌 벽은 속도였다. 초반에는 그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AI 쪽은 정말 속도가 너무 빨라요. 몇 달 전에 열심히 만든 모델이 금세 의미 없어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거든요. 그게 초반에는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방향을 조금 틀었다.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 서기보다,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지점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

 

“‘우리가 기술 1등을 하자가 아니라, 그림책 분야에서 고객이 진짜 원하는 걸, AI를 써서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해주자로 목표를 바꿨어요. 기술을 쫓아가기보다 우리의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비행기 값 이상의 가치, 창업의 공간을 얻다.

이런 방향 전환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 또 하나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중캠 공유오피스 입주 면접이었다. 서류 결과를 기다리던 중, 하필 일본 작가 미팅 일정과 면접 일정이 겹쳤다.

 

솔직히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합격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일본은 저희가 공을 많이 들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당시 작가 미팅도 너무 중요했거든요.”

 

그럼에도 중캠은 꼭 들어가고 싶은 공간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입주 이후 환경이 창업 초기에 큰 힘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그는 오사카 출장 일정을 하루 비우고, 당일치기로 한국에 들어와 면접을 본 뒤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 밤늦게 도착하는, 말 그대로 숨 가쁜 하루였다.

 

하지만 며칠 뒤 이어진 합격 소식은 이 모든 수고를 단숨에 잊게 만들었다.

진짜 너무 기뻤어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이 , 비행기 값은 벌었다였죠.”

 

입주 후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일상의 리듬이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넘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호흡과 생활의 균형을 만들어 준다는 걸 그는 체감하고 있다.

 

"사무실이 집이랑 가까워진 게 정말 좋아요.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고요, 공덕이 교통 요지다 보니, 여기저기 미팅 다니기도 너무 편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써본 사무실 중에 제일 마음에 듭니다.



보여주기보다 공유하기를 선택한 데모데이

보여주기보다 공유하기를 선택한 데모데이

데모데이를 준비하며 그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잘 보이기보다는, 솔직해지자는 것이었다. 리니테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중캠과 재단 관계자분들, 그리고 현장에 계신 분들과 비전을 나누고 '앞으로 뭔가 같이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진솔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콘텐츠 진흥원 데모데이 최우수상 수상.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000pixel, 세로 667pixel

콘텐츠 진흥원 데모데이 최우수상 수상

 

그 진실된 마음은 전해졌고, 결과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수상이라는 성과는 단순한 결과를 넘어, 그가 선택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되었다. 창업가로서의 여정에 또 하나의 힘이 더해진 순간이었다.

 


기획자에서 창업가로, 에너지의 방향이 바뀌다

기획자로 일하던 시절의 그는 늘 성실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자신의 에너지를 온전히 쓰고 있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마음을 소모했고, 정작 가장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조직의 속도와 방향에 자신을 맞추느라 망설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가 낼 수 있는 100%를 다 쓰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중요한 일에만 120%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코엑스 에듀플러스위크 참가.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50pixel, 세로 1000pixel

코엑스 에듀플러스위크 참가

 

창업가가 된 이후로는 중요하지 않은 일에 힘을 쓰지 않는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정말 필요하다고 믿는 일에는 주저 없이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붓는다. 책임의 무게는 더 커졌지만, 선택의 기준은 오히려 단순해졌다.

 

그가 그리는 다음 스텝은 분명하다. 세상의 모든 그림책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그림책을 영상화해서,

그림책 분야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웹으로 여는 그림책

리니테일의 웹동화 플랫폼은 단순한 콘텐츠 서비스가 아니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에게는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되고,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출발선이 되고 있다. 아마추어 작가라면 누구나 웹툰 형식으로 동화를 올릴 수 있고, 그 반응과 데이터를 통해 실제 출판으로 이어질 기회를 얻는다.

 

"지금 웹동화 플랫폼은 아마추어 작가분들의 '등용문'처럼 쓰이고 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웹툰 형식으로 동화를 올릴 수 있고, 저희는 그 데이터를 보고 실제 출판으로 이어질 작가분들을 발굴합니다."

 

올해 발굴한 송나경 작가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의 그림책 종이배는 독자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출판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초등학교 수업 교재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런 결과를 마주할 때마다 그는 확신을 갖게 된다.

 

,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구나.”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콘진원 전시.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35pixel, 세로 642pixel

콘텐츠진흥원 전시

 

정재윤 대표가 리니테일을 통해 그리고 있는 미래는 분명하다.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하면서도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이지만, 가정에 비치된 몇 권의 책만으로는 아이들의 독서 경험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

 

하지만 그는 웹이라는 통로가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믿는다. 종이책의 형태를 넘어, 언제 어디서나 좋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환경. 더 많은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좋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