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과 기록 사이에서, 회복을 전하다

-아로마테라피 강사·작가 김지원-

 


지원씨의 하루는 언제나 향을 준비하는 일로 시작된다.

강의를 앞두고 에센셜 오일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하고, 강의안을 다시 펼쳐 살핀다. 향을 고르는 이 시간은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이자,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기도 하다.

 

강의가 없는 날에는 글을 쓴다. 작가로서의 또 다른 일과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기록하며, 향으로 기억해 온 그간의 시간을 문장으로 천천히 옮긴다.

 

김지원 씨는 현재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회복이요.”

 

 

 

 

 

 

 

 

살기 위해 선택한 것, 아로마테라피

퇴직 이후 그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조용해졌다. 바쁘게 돌아가던 일정이 사라지자, 그동안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몸의 변화였다.

 

부정맥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부정맥이라는 진단은 단순히 건강 문제를 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유 없이 빨라지던 심장 박동과 반복되는 두근거림은, 그동안 외면해 왔던 몸의 신호였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아로마테라피였습니다

사실 처음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요.

 

불안이 밀려올 때마다 향은 그의 호흡을 다시 제 자리로 돌려 놓았다. 심장을 억지로 통제하는 대신, 괜찮다고 말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부정맥은 그의 삶을 멈추게 한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회복에서 나눔으로, 강단에 서기까지

처음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자신의 회복을 위한 선택이었다. 자격증 취득 역시 강사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공부였다.

 

그러나 향을 통해 몸과 마음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그는 단순한 심신 안정이나 위로를 넘어 삶이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을 경험했다. 그 경험은 너무나 놀라웠고,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아까웠다.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치유 경험이 너무도 기적 같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그에게 아로마테라피는 개인적인 회복의 통로를 넘어, 다른 이들과 기적을 나누는 통로가 되었다.

 

강단에 서는 일은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두려움보다 확신이 더 컸다. 향이 건네는 작은 변화가 누군가의 하루를, 나아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좌절의 순간, 그리고 다시 배우기로 한 선택

지만 강단 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향으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과, 사람들 앞에 서서 말을 건네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저는 무대 울렁증과 발표 트라우마를 오랫동안 안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로마테라피를 공유하고 싶어 강사를 선택했지만

마이크를 잡는 순간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말이 나오기 전에 가슴이 조여 왔고

숨이 가빠져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처음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그는 분명히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 오래 묻어두었던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그 벽 앞에서 물러설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더 배우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의 강사역량강화 과정은 

제게 기술 훈련이 아니라 '회복의 과정'이었습니다

잘 말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무대 위에 서 있는 나를 견디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려움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건너가야 할 감정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김지원씨의 강연 현장

 

잘 말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떨리는 상태의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그 과정은 또 하나의 회복이었다.

 

무대를 피하지 않고 다시 마주하기로 한 선택. 그것은 강사로서의 성장을 넘어, 스스로를 다시 믿게 되는 순간이었다.

 

 

 


강사역량강화 이후, 강의가 달라지다

강사역량강화 교육을 거치고 난 뒤, 김지원 씨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강의를 대하는 태도였다.
그가 경험한 것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완벽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그의 진심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몰랐다. 그는 강단에 서기 전부터 실수하지 않으려 했고, 그러다 보니 전달이 매끄럽지 않아 마음이 불편했다.

 

예전에는 강의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죠.

하지만 교육 이후에는 완벽한 전달보다 수강생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무는 시간 그 자체에 의미를 둡니다."

 

강의는 더 이상 혼자 해내야 하는 무대가 아니라, 서로의 호흡을 나누는 자리로 받아들였다.

 

김지원씨의 강연 현장

 

그리고 그는 또 하나의 변화를 실감했다. 강단에서 말을 시작하면 빠르게 요동치던 심장은 이제 그를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제 심장이 더 이상 적이 아니라는 거예요.

떨려도 괜찮고,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떨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없애야 할 대상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솔직함이 수강생들과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서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자, 강의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강의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

강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강의가 끝난 뒤 수강생이

오늘 향 덕분에 제 몸과 마음을 처음으로 느꼈어요라고 말해주실 때입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겪었던 기적이, 누군가의 일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해요.

그게 또 제가 강의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죠.”

 

다시 선 강사 김지원은 가르치기보다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전하는 향은, 오늘도 누군가의 삶에 회복의 통로가 되고 있다.

 

 

작가라는 또 하나의 꿈, 회복을 기록하다

김지원씨에게 글쓰기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목표가 아니다. 강의와 회복의 시간 사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남긴 기록에서 시작되었다. 그 출발점은 발달장애인 센터'였다.

 

"그곳에서 만난 분들을 저는 향기별들이라고 부릅니다.

그분들의 치유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저 역시 함께 회복되었던 것 같아요."


발달장애인센터 서로를 치유하는 별

 

발달장애인 센터에서의 시간은 누군가를 돕는 시간이자,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으려 선택한 것이 기록이었다. 하루를 마치고 짧게 써 내려간 감정일기, 향과 함께 떠오른 순간들,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의 결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렇게 쓰인 글들은 어느새 한 방향으로 모아졌고, 결국 한 권의 에세이로 묶게 되었다.

김지원씨의 에세이 별빛향기 한 방울의 기적

 

그가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회복은 거창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주 작은 향, 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지원씨에게 글쓰기는 또 하나의 회복 방식이다.

그는 작가라는 새로운 길을 통해, 향으로 못다한 이야기들을 문장으로 남기고 있다.

 

 

두려움을 견디는 삶에서, 두려움을 다루는 삶으로

그는 예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예전의 저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어요.

떨림은 없애야 하고, 불안은 숨겨야 하는 거라고 믿었죠.”

 

그러나 지금의 그는 다르다. 두려움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면 되는지도 알고 있어요.”

 

강단에 서는 일, 글을 쓰는 일, 누군가를 돕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완벽해지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보다,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2025년 서울런4050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 수상

 

자기 가치를 외면하지 않는 용기, 다시 시작하는 힘

김지원씨는 새로운 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중장년들에게 딱 한 가지를 강조한다.

 

자신의 가치를 외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세요.”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진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 지금의 내가 새로 시작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발목을 잡는다. 그는 그 질문 앞에서 이렇게 덧붙인다.

 

용기를 가지고 다시 시작한다면, 반드시 각자만의 길을 발견한다고 믿어요.”

 

 

그가 말하는 용기는 대단한 결심이 아니다. 아주 작은 선택, 오늘 하루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결정이다. 향 하나를 고르고, 문장 한 줄을 적고, 다시 강단에 서기로 마음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있다. 회복은 가능하고, 성장은 계속되며, 삶은 언제든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믿는다.

 

 

 

 

 

향으로 만나고, 기록으로 이어가는 인생 2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시간은 여전히 기록으로 이어진다.


아로마테라피 강사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작가로서는 회복의 기록을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김지원씨의 출판 기념회

 

이어 지금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살아남아 줘서 고맙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

 

향으로 사람을 만나고, 글로 마음을 잇는 삶.

그는 빠르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 2막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