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 기간 올리브영에 들렀다가 계산대 줄을 둘러본 적 있으세요? 10대와 20대 사이사이로 4050세대가 꽤 많이 섞여 있어요. 손녀 손을 잡고 와서 10대 용 립글로스와 자신을 위한 콜라겐 마스크팩을 고르시는 어르신도 종종 보이고요. "나만 여기 오는 게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이는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흐름이에요.




BC카드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이하 '올다무') 결제 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40대의 소비가 이제 이 시장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고 밝혔어요. 2022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지난해 40대의 올다무 매출 지수는 142까지 올랐다고 해요. 원래 이 시장의 주인공이라 불리던 20대와 성장 폭이 같은 수준이에요. 실제로 지난해 올다무 매출 중 40대 비중25%, 20(27%)·30(28%)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게 BC카드의 설명이에요.





예전엔 숨기던 것, 이제는 자랑하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좀 달랐어요. 저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는 "이 나이에 굳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저렴하게 산 티가 나면 은근히 감추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르죠. 다이소에서 뭘 샀다고 말해도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이거 다이소템이야"라며 먼저 꺼내 보이는 분위기가 됐어요. 그런데 이렇게 '싸게 산 걸 당당히 말하는' 흐름, 사실 4050에서 먼저 시작된 게 아니에요.

트렌드 미디어 '캐릿'은 이런 분위기를 '실용 세대'라고 이름 붙였어요. 보이는 것보다 실속과 내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라는 뜻이에요.

처음엔 2030 사이에서 퍼진 감각이었어요. 캐릿의 분석에 따르면, 명품 대신 다이소·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양품' 브랜드를 택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다이소는 뷰티 제품 인기에 힘입어 2023년 대비 2024년 매출이 144%나 늘었고,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이 3배 넘게 늘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분위기가 이제 4050에게도 그대로 번졌어요.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2025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시니어 세대는 디지털 기기로 최저가를 찾아다니는 스마트한 소비에 익숙해졌고, 가족보다 나 자신을 위한 소비에 집중하며 오히려 그 구매력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경향을 보인다고 해요.

사실 4050세대, 원래도 이렇게 살아왔어요. 알뜰하게, 꼼꼼하게 따져서요. 다만 예전엔 그걸 티 내지 않았을 뿐이에요. 20~30대가 "이거 다이소템이야"라고 자랑하는 문화를 먼저 만들어준 덕분에, 4050세대도 더 이상 눈치 볼 이유가 없어진 거예요.

 

 

어디를 가나요 목적 없이 들어가도 되는 곳


트렌드 미디어 캐릿이 지난 240대 남성 82명을 대상으로 미니 서베이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최근 방문한 브랜드를 물었더니 다이소(78%), 올리브영(56.1%), 무신사(28%) 순으로 답이 나왔어요. 세 곳 중 한 곳도 안 가본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던 셈이에요.



이 매장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백화점 명품관처럼 마음먹고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죠. 지나가다 그냥 들어가도, 아무것도 안 사고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에요. 부담 없이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때 담으면 돼요. 이 편안함이 우리가 자연스럽게 발을 들이는 이유예요.

 

 

뭘 사나요 브랜드보다 성분, 로고보다 소재

 

올리브영에서 색조 화장품보다 펩타이드·판테놀 같은 슬로우에이징 성분 제품을 많이 찾아요. 올리브영이 지난해 세일 기간 자체 검색량을 분석할 결과를 보면 펩타이드 검색량이 72% 늘고 팩 클렌저 검색량은 약 1700% 뛰었다고 해요. 슬로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지금의 컨디션을 오래 지키려는 마음이 담긴 소비예요.



다이소에서는 새치(흰머리) 케어 제품이 눈에 띄게 인기예요. 다이소 온라인몰의 새치 케어 브랜드 모다모다 판매 데이터를 보면, 4050세대 구매 비중이 46%에 달했다고 해요. 전 품목이 5000원대 이하라서, 부담 없는 가격이 인기 요인으로 꼽혔대요. 미용실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가볍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에요.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실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 구매액이 1년 새 1,672억 원에서 3,376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60대의 구매 증가율이 163.2%20~30(88~89%)의 거의 두 배였어요. 즉 다이소 뷰티 코너의 손님이 더 이상 2030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그림이 뚜렷해져요.





무신사에서는 화려한 신상보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기본 템을 많이 찾아요. 캐릿의 조사에서, 가격도 합리적이고 품질도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티셔츠나 슬랙스 같은 기본 아이템을 살 때 자주 찾는다는 응답이 많았어요. 소재와 완성도를 직접 확인하려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다는 분들도 있고요. 여기에 러닝화나 기능성 운동복까지 더해지면, "화려한 옷 한 벌"보다 "오래 쓸 수 있는 것"에 지갑을 여는 마음이 더 또렷해져요.





싼 게 아니라, '보는 눈'이 좋은 거예요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게 하나 있어요. 이 소비가 "무조건 싼 걸 산다"라는 뜻은 아니라는 거예요. 진짜 기준은 '저렴함'이 아니라 '질 좋음'이에요. 아무리 싸도 별로면 안 사고, 아무리 유명해도 로고 값만 내는 거면 굳이 안 사요.

실제로 요즘은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보다, 로고 없이 소재와 만듦새로 조용히 승부하는 브랜드가 더 멋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요. '고가 의류 소비는 사치에 불과하다'는 응답이 202233.6%에서 202540.0%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요. 있어 보이려고 로고를 사는 게 아니라, 정말 좋은 걸 알아보는 눈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게 이 세대가 다이소·올리브영·무신사에서 하고 있는 소비와 정확히 같은 방식이에요.

캐릿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이 확인돼요.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물었을 때, '유행 여부'를 꼽은 응답은 1.2%뿐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꼽은 응답은 43.9%로 훨씬 높았어요. 유행을 좇는 게 아니라, 꼼꼼히 따져보고 고르는 것. 그게 우리 소비의 진짜 얼굴이에요.



유행을 따라간 게 아니라 4050세대가 완성한 거예요

 

처음 이 흐름을 만든 건 2030이었어요. 명품 대신 양품을 택하고, 다이소 템을 자랑스럽게 꺼내 보이는 문화를 먼저 만든 것도 2030이었죠. 하지만 그 흐름을 실제로 시장의 크기로 키운 건 4050세대였어요.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 구매 증가율에서 60대가 2030대의 두 배를 기록하고, 올다무 전체 매출에서 40대 비중이 20대와 거의 맞먹게 된 것도 결국 이 세대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지갑을 열어온 결과예요.

이 소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목적 없이 들어가도 되는 편안한 매장을 찾고, 브랜드 로고보다 성분표와 소재를 먼저 확인하고, 유행보다는 실제로 써본 사람의 후기를 더 신뢰해요. 뒤처지지 않으려는 조바심에서 나온 소비가 아니라, 좋은 걸 알아보는 눈과 오랫동안 지켜온 취향에서 나온 소비인 거예요. 그 결과가 지금의 올다무 매출표에 고스란히 찍혀 있고요.

다음에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 들를 일이 있다면, 계산대 줄을 한번 둘러보세요. 성분표를 뒤집어 꼼꼼히 읽고, 몇 번을 비교한 뒤에야 카트에 담는 사람. 그 사람이 아마 4050일 거예요. 유행이라서 산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온 방식 그대로 좋은 걸 골랐을 뿐인데, 어느새 그게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어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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