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이상한 기시감이 들 때가 있어요. 분명 4050 얘기인데, 어딘가 2030 콘텐츠 같은 느낌이랄까요. 대학 새내기가 된 배우, 파리 패션위크에 도전하는 톱모델, 유튜브로 억대 수익을 올리는 크리에이터까지 알고 보면 전부 중장년 이야기예요. 우연이 아니에요. 배움도, 무대도, 관계도, 일도. 요즘 중장년은 도전에 진심이거든요. 왜 다들 이렇게 겁이 없어졌는지, 다섯 장면으로 살펴봤어요.

 

 

이 나이에 대학이라니! 그런데 사실 흔한 일이 되었어요

 

최근 화제가 된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어요. '26학번 지원이요'라고, 배우 하지원 씨가 진짜 대학 신입생이 돼서 오리엔테이션부터 수강신청, 응원단 활동까지 또래 학생들과 똑같이 캠퍼스 생활을 하는 콘텐츠예요. 1978년생이니까 올해 마흔여덟인데, 억지로 젊은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새내기처럼 지내는 모습이 오히려 통했어요. 댓글 창엔 "나도 은퇴하면 미뤄뒀던 공부하고 싶다"라40·50대 반응이 줄줄이 달렸고요.





이게 방송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에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나이 많은 신입생을 따로 뽑는 만학도 특별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이 2026학년도 72곳에서 2027학년도엔 83곳으로 늘었대요. 등록 인원도 2023학년도 2218명에서 2025학년도 4292명으로 2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고요. 어떤 대학은 아예 정원 외 선발 인원 제한을 없애버렸어요. 한 입학처 관계자는 이제 평생 한 직업만 갖고 사는 시대가 아니라서, 나이와 상관없이 다시 배우고 재취업하려는 흐름이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야를 좀 넓혀볼까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시사잡지 '반월담'을 보면, 요즘 중국의 50~80대가 책가방을 메고 해외로 떠나는 '실버 유학'이 조용히 퍼지고 있대요. 이탈리아에서 소묘를 배우고, 일본에서 다도를 익히고, 스페인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식이에요. 이 기사는 기대수명이 늘면서 '배우고, 일하고, 은퇴하는' 인생 3단계 공식 자체가 이제는 낡은 셈이라고 짚었어요. 배움에 다시 뛰어드는 게 한국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라, 먼저 늙어가는 사회들이 공통으로 겪는 흐름인 거죠.





Tip

대학 진학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에요. 한국방송통신대·사이버대는 학위를,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는 자격증 연계 학습을, 전국 지자체 평생학습관은 부담 없는 취미·교양 강좌를 제공해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고요.




환갑 앞둔 슈퍼모델이 파리로 간 이유

 

배움만 도전은 아니죠. 90년대를 주름잡았던 톱모델 이소라·홍진경 씨가 MBC 예능 '소라와 진경'에서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 도전하고 있어요. 두 사람이 직접 해외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보내고 온라인 면접까지 통과해서 파리 땅을 밟았는데, 20대 모델들 사이에서 다시 신인처럼 워킹 연습을 하는 모습이 계속 화제가 됐어요. "젊은 모델만 설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던 다짐이 특히 많은 공감을 얻었고요.

이런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는 말이 있어요. '중꺾마'라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줄인 말인데요. 원래 스포츠 응원에서 나온 표현이지만, 정작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은 그동안 숱한 고비를 넘기며 버텨온 중장년일지도 몰라요. 스마트폰 설정 하나 바꾸는 것도, 낯선 무대에 다시 서는 것도, 결국 같은 마음이 필요하니까요.




카메라 하나만 있으면 돼요

 

무대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로도 새로운 도전이 시작돼요. 국회에 제출된 국세청 자료를 보면, 60대 이상 유튜버 수가 201926명에서 2023년 귀속 기준 495명으로 19배 가까이 늘었대요. 같은 기간 이들의 총수입도 18억 원에서 329억 원으로 커졌고, 1년에 1억 원 넘게 버는 사람도 79명이나 됐고요. 물론 소수의 고수익자가 끌어올린 평균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이제 중장년도 콘텐츠로 실제 수익을 만드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사실이에요.

실제 사례를 보면 더 실감 나요. '순풍 산부인과'로 잘 알려진 배우 선우용여 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 유튜브 채널 '순풍 선우용여'를 열었는데, 영상 평균 조회수가 100만 회를 넘길 만큼 반응이 뜨거워요. 절친인 배우 전원주 씨도 나란히 채널을 운영하면서 둘이 함께 살 노후 집터를 알아보는 브이로그를 올려 화제를 모았고요. 배우 이미숙 씨는 '숙스러운 미숙씨' 채널을 시작한 뒤 오히려 방송보다 유튜브에서 더 주목받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배우 박정수 씨도 '웬만해선 정수를 막을 수 없다'는 채널로 일상과 살림 노하우를 공유하며 팬층을 넓히고 있어요. 예순 중반부터 여든까지,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새로운 플랫폼에 뛰어드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죠.

 


내용도 어렵지 않아요. 실제로 요리 유튜브 채널 'JUN TV'를 운영하는 최영준 씨는 무역·의류 사업을 하다가 63세에 첨가물 없는 건강식 집밥 레시피로 채널을 시작해 구독자 100만 명을 모았어요. 시청자의 80%45세 이상, 70%가 여성이라니 정확히 또래를 겨냥한 셈이죠. 아이 키우며 터득한 살림 노하우, 건강 관리법처럼 '또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오히려 강점이 되거든요. 비슷한 연령대 시청자가 몰리는 콘텐츠일수록 알고리즘도 잘 태워준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이야기예요. 꼭 유튜버가 아니어도, 블로그나 SNS일상을 기록하는 것도 이미 작은 도전이자 새로운 자기표현이에요.






혼자보다는, 같이가 좋아서


도전이라고 하면 혼자 하는 걸 떠올리기 쉬운데, 요즘 중장년의 도전은 오히려 '함께'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5060 전용 만남 플랫폼 '시놀'의 가입자 수를 보면 20242만 명에서 올해 6월엔 11만 명으로, 2년 새 5넘게 늘었대요. 당근 마켓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까지 새로 만들어진 5060 모임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이상 늘었고요. 결혼정보회사 가연 쪽 설명을 들어보면, 전체 회원 중 재혼을 원하는 회원 비중이 약 20%나 된대요. 취미로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겠다"라는 마음으로 모임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에요.



'엄마도, 팀장도 아닌 나'로 지낼 수 있는 시간. 관계에 대한 도전도 결국 같은 이야기예요. 주어진 역할이 아니라, 원하는 나로 사는 연습이니까요.



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어요

 

새로운 배움과 무대, 관계만큼 현실적인 도전도 있죠. 바로 일이에요. 20년 가까이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하던 한 40대가 퇴사 후 새로 자격증을 따서 자동차 진단평가사로 직무를 바꾸는 식의 도전이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되었어요.

국가데이터처가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을 보면 266월 기준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0만 명 줄었는데, 60세 이상 취업자는 오히려 21만 명 넘게 늘었어요. 일터에서 중장년의 자리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재취업만이 아니라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분들도 많아요. 지난 5월 마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나이나 학력 제한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지원할 수 있게 설계됐는데, 신청 인원 중 중장년 비중이 35%나 됐고 60대 이상 접수만 998에 달했어요. 기존과 다른 업종에 다시 도전하는 '이종 창업'이나, 실패 경력이 오히려 가산점이 되는 방식이 수십 년 경력을 다른 분야로 옮기려는 중장년에게 새로운 문이 돼줬다는 평가죠.

다만 창업은 신중해야 해요.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34.7%에 그치거든요. 그만큼 교육이나 정부 지원 제도부터 꼼꼼히 알아보고 시작하는 게 먼저예요.



그럼에도 "이 나이에 무슨"이란 생각이 든다면

 

배움이든 무대든 카메라 앞이든 관계든 일이든, 요즘 중장년의 도전엔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남에게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납득하고 싶어서 시작한다는 것.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미뤄뒀던 자격증 공부를 다시 펼치는 것도, 동네 모임에 한 번 나가보는 것도, 스마트폰으로 짧은 영상 하나 찍어보는 것도 전부 같은 무게의 도전이니까요. 다음에 혹시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딱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몇 살이든, 다시 시작하는 지금이 당신의 '학번'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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