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명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고 생각을 나누다
■ 일 시 : 2025년 4월 14일(월) 16:30 ~ 18:20
■ 장 소 : 서대문50+센터 톡톡 회의실 ■ 참가자 : 강성자 대표 외 회원 5명
따뜻한 햇살, 봄바람이 가득하지만 벗꽃이 계속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4월!
강성자 회장의 도서 추천과 진지한 질문에 엘리님이 답하는 독서 후기와
지니님의 예리하고 소중한 정보도 담긴 독서 후기를 소개한다.

2025년 04월 14일 책 읽는 풍경_엘리
도서 : 『작은 땅의 야수들』 (2021년) by 김주혜(1987~ )
들어가는 말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넥서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실(Sapienship) 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사피엔스(Sapienship)실 사명은 “지식과 연민의 씨앗을 뿌리고, 세계인의 대화를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에 집중시킨다.”이다.
여기서 "연민"이라는 키워드에 특히 주목하게 된다.
<작은 땅의 야수들>의 작가, 김주혜 역시 한국에서 행한 한 강연에서 한국 문학 감동의 원천을 ‘연민’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보지 않고 연민을 갖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국경을 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장벽을 넘어뜨릴 수 있다.”
*김주혜 작가는 2023년 6월 스코필드 박물관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작가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화이트보드에 직접 적었다:
"If I had to sum up Russian literature in one word, it would be 'soul.' At its core, Russian literature offers a warm gaze into the soul. That is what I strive for as well. A writer's role is to infuse their own soul into their work to awaken the reader's soul." |
“러시아 문학을 한 단어로 요약해야 한다면, 그것은 ‘영혼’일 것입니다. 러시아 문학의 본질에는 영혼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저 역시 그것을 추구합니다. 작가의 역할은 자신의 영혼을 작품에 담아 독자의 영혼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김주혜 작가는 자신의 인세 수익 일부를 호랑이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동물단체인
"피닉스 펀드"에 기부하고 있다. (호랑이와 아무르 표범 보호단체)
* 질문에 답하기 (13장까지)
1. 소설을 읽고 난 소감.
작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독립운동에 기여한’, ‘조국의 독립에 일조한’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한다. 그 밖에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이 책의 시초라고 밝히고 있다. 87년생(38세) 작가로서 커다란 성취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권번’이나 ‘기생 행렬’이 조금은 낯선 설정이어서 거북했지만. 젊은 세대만이 말할 수 있는 삶의 통찰력이 흥미롭다. 예를 들면, p.387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뉘며, 대다수는 그중 첫 번째 범주에 속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현재의 상태에서 성공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 그러고 나면 자기 삶에 주어진 운명을 합리화하고 그 자리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는 시점은 놀랍도록 일러서, 대체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도달한다. 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 또한 서른에서 마흔 살 사이에는 같은 결론에 이른다. 일부 사람들은 출생 환경이나 그 자신의 야망, 그리고 재능에 힘입어 대략 쉰 전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는 데, 그 정도 나이에 이르면 이러한 소강도 그렇게 끔찍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아의 상승과 확장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말이다. “
2.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한 느낌, 가장 공감이 가는 인물은?
단이 = 작가 말대로 입체적으로 인물 구성
3. 소설에서 인상적인 장면과 기억에 남은 구절은?
p.57 “제 경험으로 보건대, 절에 갇혀 자라난 여자아이도 기생이 되려면 어떻게든 되기 마련이에요.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그런 일이 더 흔하긴 하지만요. 옥희가 결국 이 길을 걷지 않을 운명이라면, 비록 기방에서 자란다 해도 충분히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은실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건 제 손을 떠난 문제예요.”
p.78 가장 놀라은 사건들은 누구나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길 잃은 개 한 마리의 출현만큼이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저 세월 속에 묻혀 흘러가는 여느 일탈로 말이다.
p.162 "내가 어른이 되면 이것보다 백배는 더 좋은 걸 너한테 갖다줄 거야." 정호가 말했다. 옥희는 웃으며 물론이라고 답했지만, 정호가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정호가 옥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건 바로 그런 모습 때문이었는데, 그가 평생 벌 수 있을 만한 것보다 더 값진 것을 주겠다고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당당한 자신감이 옥희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옥희에 비하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정호는 절대로 비굴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결코 자신의 상황을 탓하거나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마치 텅 빈 그릇 같았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정호가 가진 지식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의 정신은 어떤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흘렀으며 저 스스로 고통을 키워내는 법이 없었다.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든, 옥희는 그가 장독 같은 마음 안에 깊이 묻어둔 것을 꿋꿋이 지켜내리라 확신했다. 씨처럼 떨어져 내린 곳에서 멀리 탈출하기는 힘들 테지만, 갇힌 존재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정호는 충분히 행복할 거라고.
p.266 곧 집 앞에 도착한 그들은 젊은 인력거꾼의 도움을 받아 내렸다. 두 여자를 부축하는 그 청년의 동작은 재빠르고 섬세했으며, 이 직종의 노동자들이 가끔 그러듯 과도하게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도, 무례하고 천박함을 내비치지도 않았다. 남자의 몸은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반면, 헐렁한 코트 위로도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상체가 나타날 정도로 늘씬하고 날렵해 보였다. 그의 양쪽 소매 팔꿈치에는 갈색 코르덴 천이 덧대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옥희의 마음속엔 동정심이 밀려왔다. 자신이 불공평할 정도로 과분한 축복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자주 일어나곤 하는 너그러운 마음이었다.
p.290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종종 그들 대부분이 사실 돈 아닌 다른 것을 원하고 있다는 걸 깨닫곤 해요.” 명보는 마음속으로 성수와 그 주변의 부유한 남자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들은 돈 많은 부자가 되는 게 자신의 최종 목표라고 말하는데, 그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인정하는 것보다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4. 이 소설의 어떤 면이 세계적 권위가 있는 상을 수상하게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 문학 고유의 스토리텔링의 힘은 등장인물들을 흑백의 종이 인형처럼 만드는 게 아니고, 입체적으로 너무나 인간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 악당에게도 사랑스러운 구석, 연민이 가는 구석이 있고 좋은 주인공도 어딘가 어두운 면, 수치스러운 면이 있도록 만든다.’
‘한국 문학은 딱 읽었을 때 때리는 것처럼 호소력이 있다. (punch)’ 브라질의 번역가 겸 출판 에이전시 대표의 말.
* 결국 가장 한국적인 것을 한국적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수상의 이유가 아닐까. 한강 작가가 한국적인 것을 뛰어넘었다면 김주혜 작가의 작품은 한국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충실하게 글을 써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 않았나 생각한다.
5. 한국인의 강인함과 회복력에 대한 나의 경험이나 생각 나누기.
6.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역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1) 권번 = 일제 강점기에 기생들의 조합
노래와 춤을 가르쳐 기생을 양성하고, 기생이 요정에 나가는 것을 감독하고, 화대를 받아주는 중간 구실을 하였다.
2) 화려한 기생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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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읽히지 않아 묵히고 있다가 독서 모임이 임박해서 읽기 시작했다.
일단 작가 김주혜는 주목할만했다.
9살 때 이민을 가서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잘 성장 했으니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도입 부분의 사냥꾼인 정호 아버지와 일본군 장교의 이야기가 어떻게 맞닿아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야기 전개가 예상 밖이라 살짝 맥 빠지는 느낌이었다.
우리에겐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아리랑'이 있지 않은가.
술술 읽히기는 했지만 딱히 끌리거나 공감 가는 인물이 없어 아쉽다.
표사에 던져준 궁금증 들게 하는 문장들 역시 해소되지 않았고.
기대를 많이 한 작품이었는데 내게는 좀 아쉬웠다.
번역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4월12일, 2025년(토)
◇ 동백꽃과 동박새
홍제천 관련 일을 하다보니 나무와 새 등 자연에 저절로 관심이 생겼다.
책을 읽다가 생강나무 덕분에 친근한 꽃이 된 동백꽃(Camellia)이 나오기에 반갑게 옮겨본다.
'옥희는 겨울 동백이었는데, 추운 북쪽에서 나고 자란 그로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부의 꽃나무라고 했다. 단이는 어쩐지 평소보다 훨씬 다정한 태도로, 동백은 여자에게 큰 행운을 상징하는 꽃이라며 옥희를 다독였다.
동백의 짝은 사랑스러운 연두색 동박새인데, 다른 꽃을 찾아다니지 않고 오로지 동백꽃의 꿀만 마시는 습성이 있다.
개화의 계절이 끝나도 동백은 다른 꽃들처럼 갈변하거나 꽃잎 한 장씩 떠나보내며 힘없이 져버리지 않는다. 흠 하나 없이 온전한 채로 심장처럼 붉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꽃 한 송이 전체가 툭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동백은 땅에 떨어지더라도 처음 피어났던 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변함없이 아름답다.
"모든 여자가 원하는 거지,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것 말이야. 널 봤을 때 내게 보이는 게 바로 그런 거야."
옥희는 단이 이모가 예술가와 예언자의 중간쯤 되는, 창의성을 타고난 사람들만이 가진 직관적인 구석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산 청연암에서 동백꽃과 동박새를 촬영한 박승권 작가의 사진이다.
나는 무슨 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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