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됐다. 장마가 지나고 나니 뜨거운 기운이 부쩍 땅에서 올라오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이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곳은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넘쳐나는 실내 테마파크나 쇼핑몰,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시원한 바람과 물이 있는 계곡 또는 고지대를 찾을 것이다.

 

길 여행을 할때도 그렇다. 더운날이면 좀더 시원한 배경이 있는 곳을 찾는다. 숲이 울창하던가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계곡, 이마에 땀을 식혀질 세찬 바람이 부는 그러한 곳... 무더운 여름이지만 오늘 만큼은 시원한 곳에서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자.

 

 

여름이면 떠오르는 시원한 그곳

 

차가운 물, 상쾌한 물소리, 쉬어갈 수 있는 그늘과 녹음 짙은 숲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계곡은 많지만 걷기여행을 겸하여 갈만한 곳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난 초보자라서 힘든곳은 못가라고 한다면 더욱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초보인 친구와 동행하여도 좋은 곳, 어렵지 않고 계곡 옆에서 발담그고 쉬어가기 좋은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주저없이 여기를 추천한다.

 

1. 아침가리골 계곡 트레킹코스

아침가리라는 지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여름이면 필히 가야할 곳처럼 정해진 곳이기 때문이다. “계곡을 어떻게 걸어 갈 수 있어“ 라고 말하지만 계곡과 숲길이 교차하며 걷다보면 그 재미에 푹 빠져 버리는 매력을 갖춘 곳이다. 아침가리를 가기위해서는 방태산 방동약수터에서 시작하여 땀흘리며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 더운 기운이 몸에 가득찼을 때 도달하는 곳이 조경동교 아랫니다.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산속을 가득채우며 계곡 트레킹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쉬거나 식사를 하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물 속을 거닐며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한 장소이다. 내몸을 지켜줄 등산용스틱이 있어야 하고, 여벌의 옷과 신발이 있어야 젖은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뽀송뽀송한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배고프다면 집에 가는 길에 인제 현리읍 주변에 맛있는 식당이 많다. 막국수 또는 직접 만든 두부를 솥뚜껑에 지짐이 해주는 맛집이 있다.

 

2. 강릉 바우길 국민의숲길

바우길하면 선자령이나 동해 앞바다가 보이는 해안길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백두대간이 있는 산으로 들어오면 솔바람 가득한 숲길이 제법 많다. 그중에 한 군데가 국민의숲길이다. 옛 대관령휴계소에서 도로 건너편 영동고속도로준공비를 거쳐가는 코스이다. 역시나 초반코스는 조금 덥다. 더른 임도길에 가지런히 서있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국민의숲에 다다르면 분위기가 바뀐다. 햇빛이 들지 않는 촘촘한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가득한 숲길에 들어선다. 상쾌한 향에 여기를 벗어나기 싫어 머물고만 싶어진다. 빨리 걷지 말라고 해도 자연스레 걸음이 느려지고 숲이주는 상쾌함을 맛보려고 한다. 그리고 대관령800마을을 거쳐가면 빽빽한 낙엽송숲을 마주하고 멀리서 계곡물소리가 빨리오라는 듯 불러댄다. 이곳이 천국이다 싶을 만큼 인적이 없고 오로지 나와 자연만 마주한다. 계곡에 한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그리고 여름이라는 것을 살짝 잊어버리고 시원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되돌아 오는 길도 숲이 있고, 대관령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강풍도 만난다. 대관령휴계소에 닿으면 다시 여름이 왔음을 실감한다.

 

3. 서산 아라메길 1-1코스 용현휴양림

계곡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다. 인적이 드문곳은 대중교통 접근이 어렵던가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좀더 찾아보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서산에 있는 용현자연휴양림이 그런 곳이다. 휴양림을 들어가는 계곡 입구와 휴양림 초입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그런데 휴양림에 들어서서 계곡따라 200여 미터만 더 올라가면 인적이 없다. 그저 임도길만 있을 뿐이다. 임도길 따라 올라가면 개심사 또는 해미읍성으로 이어서 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며 아라메길 1-1코스이다. 좁은 계곡이지만 물살이 세지 않고, 숲아래 계곡물이 흘러 시원함이 배가 되는 곳이다. 걷기여행을 겸하여 한다명 봉원사지터에서 시작하여 개심사를 들렸다가 용현휴양림에서 쉬고 빠져 나와도 된다. 땀을 흘리겠지만 산이나 계곡에서 맞이하는 차가움은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4. 외씨버선길 봉화군 구간 9코스 춘양목솔향기길

물이 흐르는 계곡은 아니지만 솔바람과 솔향이 가득한 곳이 있다. 금강소나무숲길이 시간과 인원 제한이 있다면 외씨버선길 9코스는 춘양목군락지가 있는 곳이며 시간이나 인원제한 없이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완공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www.bdna.or.kr)이 자리하고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춘양목은 우리가 부르는 적송을 봉화군 춘양면에서 자생하는 소나무를 특히 춘양목이라 불렀다고 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득한 이곳은 거대한 소나무군락지만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가 상쾌함을 경험한다면 이곳은 머릿속을 상쾌하게 씻겨주는 기분을 가져다 준다. 힐링이 필요한 요즘 사람들이 머물다 쉬어가기 좋은 장소이자 숲길이다.

 

 

 

 

 

 

연꽃이 아름다운 그곳

 

시원함을 찾아 가기도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가 있다면 연꽃일 것이다. 뜨거움이 절정에 다다를 때 연꽃도 피어나기 시작하여 7월 말까지 연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절정기의 연꽃을 보려면 7월 중순일 때 찾아가야 한다. 덥기는 하지만 커다란 연꽃을 보는 순간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덥다는 사실을 순간 잊어버린다.

 

5. 서울에서 가까운 시흥연꽃테마파크와 관곡지

서울 근교에서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작은 연못이 있는 곳이나 사찰에가도 연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좀더 크고 넓은 곳에서 연꽃 가득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시흥시에 있는 연꽃테마파크가 적당하다. 테마파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넓은 늪지에 연꽃이 가득하다. 게다가 연단홍이라는 연잎 끝부분만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연꽃이 처음으로 전래되어 꽃을 피운곳이 여기 시흥지이고 그 연못이 있는 자리가 관곡지라고 한다. 연꽃테마파크와 관곡지는 바로 옆에 붙어 있어 같이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도 다양한 색깔이 연꽃과 수련이 즐비하다. 출사를 위해 나온사람들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번 환승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그렇다고 주차장이 넓거나 하지는 않다. 연꽃지 주변 도로에 주차를 해야만 한다. 이런 불편이 있더라도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너른 연꽃지가 있는 장소는 여기가 유일할 것이다.

 

6. 연꽃지의 최고봉 부여 궁남지

연꽃지로 유명한 곳이 국내에 3군데 정도 있다. 그중에 한 곳이 부여 궁남지 이다. 궁남지는 백제 사비시대에 만들어 놓은 인공 연못으로 배를 띄울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곳이다. 궁남지 연못을 중심으로 주변 늪지에 연꽃을 가득 채웠다. 원래의 궁남지는 지금보다 몇 배가 넓었었다고 하니 짐작하기 어려울 따름이다. 늪지 위치에 따라 백련, 홍련, 그리고 수련이 가득하고 해바라기가 심어진 곳도 있다. 7월 14일까지는 축제기간이라 음악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으며, 한적함을 경험하려면 축제이후에 찾아가면 된다.

 

7. 멀어도 가야하는곳 전주 덕진 공원

또 하나의 너른 연꽃지가 있다면 전주 덕진공원이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걸어가 갈 수는 없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접근하기 용이한 곳이다. 궁남지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시내 중심에 있고 주변 여행을 도모하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규모가 작은 만큼 둘러보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연꽃지는 그늘이 거의 없기 때문에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모자나 양산이 필요하다. 시원한 음료는 주변 어디서든 구할 수 있으니 가볍게 산책하듯 나서면 좋을 듯 싶다. 이외에도 정읍 피향정, 양평 세미원 등등에서 연꽃을 볼 수 있고 여행하는 재미도 경험할 수 있다.

 

 

 

 

 

 

도심 속 길 여행지 그곳

 

여름을 이기기 위해 시외로만 다니는 것은 시간이 여유로울 때 가능하다. 하지만 일에 치어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멀리 갈 수도 없다. 그리고 시간에 쫓겨 여유로움조차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시 근교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하는 마음에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나름 조금이라도 걸으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라면 여기를 가려고 한다.

 

8. 삼성동 코엑스몰

도심속에서 시원하고 마으놓고 걸을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없다. 실내가 넓은 코엑스몰은 사방으로 펼쳐진 길을 따라 가면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밖은 덥지만 실내는 에어콘바람에 시원하다. 오래걷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피서하며 짧게 산책하듯 걷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추천하는 것이다. 걷기여행, 둘레길 걷기가 꼭 실외에서만 해야 하는건 아니다. 실내에서라도 오래 걸을 수 있으면 이또한 괜찮다고 본다. 단지 실내를 찾아가지 않는 이유는 좁고 짧은 거리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더 있겠지만 너무 복잡하다던가 큰 돈을 내고 입장하는 곳은 걸으려 가기보다 단순히 즐기기위해 가는 곳이니 목적지로 적합하지 않다. 더운 날 코엑스몰에 함 가볼까요?

 

9. 인왕산자락길 수성동 계곡

도심 속에서도 햇빛이 적은 숲이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계곡이 있다. 수성동계곡은 그늘도 있고 인왕산자락길이 거쳐가는 곳이다. 인왕산 풍경을 올려다보는 장소이자, 좁은 계곡에 오밀조밀 모여 발을 식힐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접근하기도 쉽다. 서촌에서 커피 한 잔 사들고와 수성동계곡 정자에 앉아 쉬어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곳이다. 북악산아래 백사실계곡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그곳까지 가려면 운동화신고 가야한다. 하지만 수성동계곡은 힐을 신고도 찾아갈 수 있는 지척에 있는 쉼터이다.

 

10. 광명둘레길과 마주한 광명동굴

동굴하면 서늘한 공기가 머무는 장소 또는 와인보관이나 광천의 토굴젓을 생각할 것이다. 서울 근교 광명시에 가면 폐광산을 활용한 여행지가 있다. 게다가 가학산과 구름산을 잇는 광명둘레길이 있어 숲길을 걷고 시원하게 마무리하기 적당한 장소이기도 하다. 입장료가 있으나 동굴에 들어서면 입장료에 대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 계곡 속에서 솟아나는 요출수의 물소리와 음이온 퍼지는 느낌은 더운 날 동굴밖을 나오고 싶지 않게 만든다. 동굴안에는 와인 테이스팅도 할 수 있고, 동굴천장을 스크린으로 한 짧은 공연도 볼 수 있다. 깊게 내려가는 천연 동굴이다 보니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뜨거운 한낮에 찾아가 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