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은 오페라 해설

 

50+세대가 제2의 인생을 보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중 최상의 경지, 보람, 의미라면 문화생활하며 공부하고 즐기는 나날이 아닐까. 

 

직장 생활하며 틈틈이 오페라를 감상하고 공부했던 한형철 선생님이 이런 이상적인 인생 후반을 보내고 계시다. 서울시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청바지 입은 오페라 해설' 강좌(2018.7.5~8.23 /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13시 / 총 6회차)를 열어, 22년 공부하고 감상한 오페라 세계를 같은 세대와 나누고 있으니까.

 

오페라 하면 여느 음악 장르, 문화 장르와 달리 정장과 드레스 차림으로 공연장에 가서 감상해야 하는 돈 많이 들고, 어렵고, 고상한 문화 향유라 여기기 쉽다. 바로 이런 편견을 깨고 싶어 한형철 강사님은 '청바지 입은 오페라 해설'이라는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도니제티의 대표작 '사랑의 묘약' 수업을 듣기 전, 한형철 강사님을 인터뷰했다.


Q. 어떻게 오페라에 입문하셨나요?

A. 문호근(文昊瑾, 1946년 ~ 2001, 연극연출가 겸 오페라 연출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했는데, 1998년에 예술의 전당 예술 감독이 되셔서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오페라 페스티벌을 기획하신다기에 가보았어요. 여러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셨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좋더라고요.

 

Q. 그동안 어떻게 공부했고, 강사까지 하시게 된 건가요?

A. 직장 생활 틈틈이 여러 동호회에서 공부하고 책도 많이 읽었지요. 2006년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만든 '클럽 오페라'에선 2007년~2009년 운영위원을 하며 해설을 했어요. 2017년 직장 은퇴 후,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MusikBaum-독일어로 ‘음악나무’라는 뜻. www.musikbaum.org)에 적극 참여해 올해 정회원이 되었는데요. 이 안의 오페라 동호회 '광장클럽'에서 많이 배웠고요. 이후 강사 과정 교육을 받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강의를 해보자 싶어서, 우선 블로그에 그동안 공부한 것을 기록해왔습니다. 여기 쓴 글을 출판사에 보내 가을 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 2018년 1월엔 매일경제에 '오페라 속으로'를 한 달 연재 했고, 4월엔 국민은행 등에서 오페라 해설을 했었습니다.

 

Q. 애호가에서 전문 강사로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셨는데요. 앞으로의 포부라면?

A. 저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애호가로서 내 삶에 활력을 준 오페라를 쉽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글을 쓸 때 '오페라 해설가'라는 타이틀을 씁니다. 마동석이나 고창석 씨 같은 배우가 우락부락 외모 편견을 깨고 '귀요미' 등의 별명으로 사랑받고 있잖아요? 오페라도 그리 되기를 바라요. 청바지 입고 운동화 신고 가서 감상하는 쉽고 즐겁고 행복한 오페라 강의를 50플러스 캠퍼스, 문화센터 등 50+세대가 있는 곳은 어디든 가서 강의하고 싶어요.

 

Q. 오페라를 아직 모르는 분들께 오페라 자랑을 해주신다면요?

A. 오페라엔 드라마가 있고, 그걸 노래로 표현하고, 무대도 화려해 볼거리도 있으니까 여느 클래식 장르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레이저 디스크 등으로 감상하다보면 현장감을 느끼고 싶어지지요. 지역마다 공연장이 있잖아요. 구로, 나루, 강동 아트센터나 광주 남한산성 아트센터 등은 3만원 이내면 가볼 수 있어요. 극장 시설도 좋고, 국내 가수들 성량도 풍부해 예술의 전당 4층 구석에서도 잘 들을 수 있어요. 자주 편하게 접하는 게 오페라 감상의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Q. 좋아하는 가수,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가수가 있나요?

A. 멕시코 출신 테너 롤란도 비야손(Rolando Villazon, 1972년 ~ )은 노래도 잘하지만, 연기가 뛰어나서 오페라를 오페라답게 해줍니다.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 1971년 - )는 '21세기 디바'로 불릴 정도니 제가 굳이 칭찬하지 않아도 될 거구요.

 

  

 

첫 주엔 오페라 개괄로 우리 생활 속 오페라, 오페라의 특징, 오페라를 즐기는 3가지 비법 등을 강의했다. 둘째 주 도니제티의 대표작 '사랑의 묘약' 수업을 들어보았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말로 문을 연 강사님은 '사랑의 묘약'이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오페라 부파, 즉 희극임을 강조하며 주인공을 소개했다. 주요 아리아를 들려주는 사이사이, 오페라 내용을 성대모사와 동작으로 재미있게 소개해주어, 무성영화 시대 변사가 이러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동안 서울시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열린 강사 강의를 꽤 들어보았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한형철 강사님은 본인 지식이 단단하거니와 이를 전달하는 방식도 뛰어나 강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아리아가 흐르는 동안 날씬한 몸을 흔들며 따라하는 행복한 표정의 강사님을 보니, 좋아서 즐기며 하는 분의 모습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카르멘', '세비야의 이발사', '라트라비아타', '신데렐라=라 체네렌톨라' 등의 유명한 오페라들을 유쾌한 오페라 해설가 한형철 강사님 강의와 함께 한다면, 오페라 감상 취미가 하나 더 늘 게 분명하다.


ps. 한 시간 먼저 오셔서 스피커 등의 시설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강사님. 아리아 '남모래 흐르는 눈물'이 빈 교실에 울려 퍼지니, 클래식 애호가라도 된 듯 근사한 기분이 든다. 모든 50플러스 캠퍼스와 센터에 음악 감상실이 갖추어져, 옆 교실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큰 음량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