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와의 만남을 위하여
“체험으로 나누는 성공적인 자녀(손주)교육”

 

시인 이정록은 그의 시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고 했다.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찬"것들 - 지금 아내와 내게 그런 것들을 한 마디로 줄이면 단연 '손자!'가 된다. 이제 막 세살의 나이인 첫 손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가 아니라, 설사 아파도 눈에 넣고 싶은 존재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손자를 보러 간다. 주말엔 맞벌이로 바쁜 딸아이와 사위를 위해 손자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오랜 시간 손자와 놀 때는 비슷한 수준의 친구가 되어야 서로가 즐거운 법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아직 '손자친구'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친구의 몇 가지 취향과 관심사만을 짐작할 뿐이다. 이런 장난을 좋아할까 하고 준비해서 시도하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한 몸짓에 친구는 까르르 고개를 젖힌다. 동물이나 만화 캐릭터가 호기심을 끌지 않을까 그림책을 열어 보이면 책 속에 아주 작게 그려진 노란 반달을 용케도 찾아 손가락으로 짚으며 눈을 반짝인다. 실제의 달에도 큰 관심이 있는 이 친구는 베란다에서 오래도록 달을 쳐다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볼을 반짝이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발견하는 날이면 빨리 다른 비행기를 오게 하라고 조르거나 답답한 듯 투정을 부릴 때도 있다. 평지에서는 안아달라고 조르면서도 계단만큼은 혼자 올라가겠다고 끙끙거리기도 한다. 신기할 정도로 시큼한 귤을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부하며 실수로 입에 넣었다가도 곧바로 뱉어낸다.

 

어떤 모임의 놀이시간에 각자 원하는 초능력을 한 가지씩 적어내라고 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능력이라던가, 기타를 잘 치면 좋겠다던가 하는 것에서부터 돈을 잘 버는 초능력까지 다양한 희망을 말했다. 집 청소와 음식, 설거지를 손가락 하나만 휙 움직이면 다 처리할 수 있는 소박한(?) 능력을 원하는 여성분들도 있었다. 나는 '손자친구'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독심술을 갖고 싶다고 했다. 친구를 온전히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어린 친구와의 소통을 위해 지금은 단지 '타요버스'와 '뽀로로'를 아는 정도면 충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긴 지금 당장에도 파란색의 '타요'만 알아서는 안 된다. 초록 버스는 '로기', 빨간 버스는 '가니', 노란 버스는 '라니', 이층버스는 '씨투'라는 것 까지는 알아야 한다. 뽀로로도 '크롱', '로디', '포비', '패티', '에디' 등 그의 친구들을 많이 알아야 손자친구와 대화가 통한다.

 

   

 

2018년 7월 19일,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체험으로 나누는 성공적인 자녀(손주)교육'이란 강좌를 들었다.

 

사실 강좌에 대한 안내를 처음 접했을 때 2시간이란 한정된 시간에 '성공적인 자녀(손주) 교육'이란 큰 주제를 다루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조부모와 손주에 대한 교육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교육과는 그 기본 정서와 방식이 다르므로 한꺼번에 다루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강했다. 그러나 이제 손자친구와의 시간이 마냥 즐거워지기 시작한 초보 할아버지로서 손자친구와의 올바른 관계 유지를 위한 작은 팁이라도 얻어 보자는 기대감으로 수강 신청을 해보았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주 육아에 대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시대적 추세이다. 더불어 '황혼육아'를 의미하는 '학조부모'니 '할빠, 할마'니 하는 새로운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2004년에는 조부모에 의한 손주 육아가 네 집 걸러 한 집 꼴이었는데, 이제는 두 집 걸러 한 집에서 조부모가 육아에 관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절벽을 막기 위한 출산 장려도 국가의 필수 정책이지만 이미 태어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들과 사회적 변화에 따른 육아 주체의 이동에 대한 연구와 교육도 역시 중요한 일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중부캠퍼스의 '체험으로 나누는 성공적인 자녀(손주)교육'은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교육 내용이 초등학교 정도의 어린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유아 손자를 두고 있는 기자의 상황과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으나 총론의 개념으로서는 충분히 유익한 교육이었다. 특히 강의 후반부의 주제인 '효율적인 의사소통'은 소통의 대상을 나이에 상관없이 인격적 주체로 대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어 몇 년 뒤가 아닌 당장의 손자와의 만남에서도 생각해볼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앞으로 육아의 주체와 객체에 대한 좀 더 세분화되고 구체화 된 추가 교육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