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학기 첫 수업 ‘도시농부 수경재배 양성과정’ 참관과 강사 인터뷰

 

‘힘 빼는 데 3년’이라는 말은 골프 운동에서 회자되는 말입니다. 그만큼 어깨에서 힘을 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식물 기르기에도 ‘물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물을 키울 때 물주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짐작해 봅니다.

다행히 수경재배는 물에 양분을 타서 그 영양분이 뿌리를 통하여 줄기와 잎에 전달되어 식물을 기르는 것이니, 전통적인 토경재배 보다는 물주기가 덜 신경 쓰입니다. 그래도 식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산다는 말도 있잖아요. 주인의 애정과 관심이 식물의 생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동50플러스센터는 50플러스센터 중에서 가장 늦게 개관한 베이비 센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학기 교육 프로그램을 알차고 내실 있게 준비하여 오픈하였습니다. 그 결과 7월 여름학기 강좌 대부분이 조기에 신청 마감될 정도로 50플러스 세대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교육 프로그램 중에는 ‘핫’하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여럿 있지만 ‘도시농부 수경재배 양성과정’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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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50플러스센터 3층 복도의 긴 트랙을 따라서 LED 수경재배기가 설치되어 있다. ⓒ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식물 기르기의 고수들, 성동으로 모이다

기자는 7일 오후 성동50플러스센터를 찾아 ‘도시농부 수경재배 양성과정’ 첫 수업을 참관하였습니다.

수강생들이 교육장인 ‘너른배움터’로 차례로 모이고, 오후 2시가 되자 드디어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박영기 강사의 소개가 끝난 뒤 서로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박영기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각자 30초짜리 자기소개를 제안하였습니다.

 

“저는 식물을 많이 죽여 봤어요. 아마 화분 죽이기는 저 따라올 사람이 없을걸요?”

“저는 꽃나무 죽이기 선수예요. 식물을 맨날 죽여요.”

 

누가 봐도 수강생 모두 ‘식물 키우기’ 분야에 ‘달인’들로 보였습니다. 식물계에서 내로라하는 재야의 고수들이 모인 것이 분명한데 ‘엄살’이 좀 심해 보였습니다. 식물에 대한 강사의 질문과 수강생의 답변, 수강생의 질문에 대한 강사의 답변, 모두 어려운 ‘식물도감’을 몇 번씩 완독한 수준으로 보였습니다.

      

“여기 50플러스 모임 아닌가요? 들어올 때 너무 젊은 분들이 모여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나 하구요. 이따 나가면서 50플러스 맞는지 확인해 볼게요.”

“선생님도 40대처럼 너무 젊어 보이세요.” 

“너무 영혼 없는 소리 아닌가요?”

 

모두 한바탕 웃습니다. 수업 초반의 어색함은 없어지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1교시에는 비교적 가볍게 식물에 대한 이론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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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교시 수경재배 첫 수업 시간, 수강생들이 박영기 강사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도시농부들은 영리가 주된 목적이 아닙니다. 식물을 기르는 행위를 함으로써 심신을 힐링하고 여가활동을 즐깁니다.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요. 이러한 삶의 자세가 외모에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나이 50이 넘어도 아니 60이 넘어도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LED 판에 불이 켜지나? 에디슨은 5,000번이나 실패를 했다는데!

1교시에는 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을 배웠고 2교시에는 ‘휴대용 수경재배 만들기’ 실습이 이어졌습니다.

강사님을 따라서 수강생 모두가 재배기를 만들고, 마지막엔 재배기의 LED 판에 불이 잘 들어오는지 확인했습니다. 수강생 모두 조립한 재배기에 있는 LED 불이 환하게 켜졌습니다. 다음 수업을 기대하고 각자 조립한 재배기를 들고서 첫 수업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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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수강생들이 강사의 시연을 따라서 휴대용 수경재배기를 조립하고 있다.

(우) 수강생들이 조립한 휴대용 수경재배기의 LED 전원이 켜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수업을 마치고 센터 내 카페 ‘봄이’에서 박영기 강사님과 귀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박영기 강사는 ‘수경재배’라는 주제 외에도 지구촌의 골칫거리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식량 위기 그리고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 대처방안을 알려주었습니다.

 

엉뚱하고 생소한 ‘식량 구급상자’ 

Q.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세계는 식량 위기를 더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수경재배의 농업 방법이 식량 위기의 대안이 될 수는 없나요?

 

A. 수경재배와 관련해서 저는 좀 엉뚱하고 생소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바로 ‘식량 구급상자’의 구상입니다. 지구의 극한상황 즉, 기후변화, 전쟁, 전염병, 지진, 빙하기 등의 응급상황에 대비해서 일정량의 식량을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씨앗을 발아시켜 지하 굴이나 사막 등 최소한의 공간에서 ‘구급상자’에 미리 키워 놓아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식량 구급상자’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금은 아이디어 단계로 상용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50플러스 세대에 맞는 수경재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50플러스 세대는 무엇보다 건강과 관련이 있는 식물재배가 적격이라고 봅니다. 비교적 빛의 영향이 덜한 ‘산야초’ 식물을 수경재배로 키워보는 건 어떨지요. 또, 건강식품과 관련이 있는 식물을 수경재배로 키워보는 것도 권장해 드립니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향신료 식물들을 키워보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고양이를 기르시는 분들은 ‘캣잎(cat leaf)’ 수경재배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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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실내에서 수경재배로 식물을 키우고 있다. / 도심의 옥상에서 수경재배로 식물을 키우고 있다. / 생활예술 수경재배기 작품 ‘해변’. / 생활예술작품 ‘해변’은 주변의 물건들을 활용해 불필요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수경재배기이다. ⓒ 박영기

 

수경재배, 식량 위기를 해소하는 마중물이 되어라 

도시농부 수경재배 양성과정 취재를 마치며 국제적인 식량 위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 지구촌은 식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걸까요? 지구촌의 부자나라들은 잉여 음식물들로 음식물 낭비가 넘치는데 왜 가난한 나라, 개발도상국들은 식량부족으로 아동 영양실조와 기아 현상이 속출하고 있을까요? 굶주림과 아사는 인간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왜 세계는 방치하고 방관하고 있나요? 가난한 나라는 식량 자급자족이 더욱 어렵게 되고, 부자인 나라들은 잉여 식량을 땅속에 버리고도 모자라, 곡물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반인륜적인 행위들을 왜 하는 걸까요? 부자인 나라에서 남는 식량들을 가난한 나라에 골고루 나누어 주는 방법은 아예 없는 걸까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수직재배로 수경재배를 여러 곳에서 시도하고 있다고 인터넷에서 읽었습니다. 부디, 수경재배가 가난한 나라들의 식량 위기를 해소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소망하고 기도해 봅니다.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pilyul11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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