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始原)의 영혼을 품은 악기 ‘칼림바’를 만나다 

얼마 전에 전 국가대표 피겨 선수 김연아 씨가 성악가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사실을 보도한 기사 중 하나는 “여성은 역시 좋은 목소리에 쉽게 반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라는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어디 여성뿐이겠는가. 모든 사람이 좋은 소리에 끌린다. 특별히 자신의 영혼이 공명하는 소리를 만날 때 사람들은 단순한 이끌림에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소리를 가까이 두어 다루며 공명하고 싶어 한다.

 

칼림바는 인류의 시원에 기원을 두고 있다. 햇수를 정확히 셀 수 없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아프리카의 다양한 라멜로폰을 본떠서 만든 악기다. 여러 라멜로폰의 전반적인 특성을 담아 생김새와 주법이 비슷하므로 원시의 영혼을 그대로 담고 있는 악기라고 여길 만하다. 1954년 처음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뒤에도 칼림바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정은성 강사는 강의실 앞에 다양한 칼림바를 전시해 두어 수강생들이 들고나며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사진1+여러가지+칼림바.jpg
▲ 다양한 모양의 칼림바들이 진열되어있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신중년의 버킷리스트 한 줄을 지움 직한 악기 칼림바

남녀나 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악기 하나쯤 남 앞에서 잘 연주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품고 산다. 악기 연주는 그 모습이 멋스럽고 그 자체로 즐거우며 무엇보다 연주하는 사람의 심상을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으로 나타내어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게 한다. 멋과 즐거움 그리고 소통은 신중년 모두에게 절실한 것들이다. 그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접근하기 수월한 악기 가운데 하나로 칼림바를 꼽을 수 있다.

 

칼림바(kalimba)는 서로 길이가 다른 가늘고 얇은 철판을 엮어 음계를 연주하도록 만들어진 악기다. 엄지손가락 끝으로 철편을 튕겨 생겨난 소리는 주로 나무인 몸체를 울려 소리를 증폭시킨다. 그 소리는 마치 오르골처럼 맑고 깨끗하며 아름답다. 그리고 울림이 크지 않아 이웃에 부담을 줄 걱정이 거의 없다. 연주 기법도 그리 어렵지 않고 악기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입문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칼림바는 마치 신중년을 위해 태어난 악기처럼 느껴진다. 진작에 동작50플러스센터는 칼림바 배우기 강좌를 마련해왔고 코로나가 잦아드는 올해 오프라인 강의를 다시 개설했다. 그 덕분에 신중년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들어있을 법한 ‘악기 하나 배우기’ 한 줄을 이제는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사진2+악기+소개와+시범+연주.jpg
▲ 정은성 강사가 아프리카 칼림바를 소개하며 시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잔잔한 울림이 아름다운 ‘내 손 안의 작은 피아노 칼림바 배우기’ 교실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내 손안의 작은 피아노 칼림바 배우기’ 강의 개강일에 현장 취재를 나갔다. 정은성 강사가 일찌감치 도착해 여러 가지 칼림바를 진열하는데, 모양과 소리 그리고 울림이 참 다양하다. 속속 강의실에 들어서는 수강생마다 다양한 칼림바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본다.

 

정시가 되자 강사 정은성 씨가 자신을 소개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어서 수강생 11명이 각자 자기소개를 한 뒤 본격적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처음은 칼림바라는 악기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칼림바는 아프리카의 악기로 종교행사와 전쟁출정식 등 부족 행사에 사용되었고 사냥이나 전쟁할 때 소통의 도구로도 쓰였다고 한다. 강사 정은성 씨가 전시해 놓은 칼림바 중 가장 큰 아프리카 칼림바를 들고 간단하게 연주를 들려주었다. 커다란 몸체를 두드리고 이어서 철편을 튕겨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하는 연주는 낮고 둔중한 소리로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이어서 칼림바의 종류와 실물을 소개한 뒤 연주를 위한 세 가지 악보, 악기 관리법 등을 설명했다. 칼림바 연주에 많이 쓰이는 악보는 우리가 흔히 보는 오선 악보에 칼림바 철편의 번호인 1, 2, 3, 4 등 숫자를 함께 적은 악보이다. 

 

사진3+악보와+플러킹.png
▲ 강사의 도움을 받아 플로킹을 배우는 수강생과 칼림바 연주에 쓰이는 악보.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자! 이제 칼림바를 연주할 차례

악기를 알았으니 이제 연주할 차례다. 연주법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강사는 주법의 3요소로 소리를 만드는 플로킹(Plucking)과 악기 고정하기, 악기를 쥐는 자세에 관해 설명했다. 그리고 자리 익히기에 들어갔다. 가운데 있는 가장 긴 철편이 C 음을 낸다. 그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가며 음이 높아간다. 즉 왼손으로는 D, F, A 음 등을, 오른손으로는 C, E, G, B 등의 음을 연주하게 된다. 익숙한 건반악기들은 한 방향으로 음의 높낮이가 옮겨가지만, 칼림바는 안에서 바깥 두 방향으로 나뉘어 음이 높아가는 구조여서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첫 시간에 간단한 곡을 연주할 정도로 쉽게 익숙해졌다.

 

음 자리를 익히기 위해 철편을 하나하나 튕기자 가녀리지만 청아한 소리가 만들어졌다. 모든 수강생이 강사가 이끄는 대로 박자를 맞추어 플로킹하자 작고 섬세한 소리가 합쳐져 넉넉하고 느낌 좋은 소리가 강의실을 채웠다. 연주 공간이 곧 악기의 울림통이라고 한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숫자악보를 보며 ‘비행기’, ‘학교종’, ‘리리릿자로’ 등 동요를 연주했다. 칼림바 연주는 시작이 쉽다더니 첫 시간부터 정말 연주가 된다. 수강생들이 너무 자만할까 봐 그런지 강사는 고급 주법을 익히자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엔 오선 악보에 숫자가 더해진 악보로 연습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강의를 마쳤다. 수강생들이 악기를 닦아 갈무리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강의실을 나섰다.

 

사진4+동요+연주.jpg
▲ 수강생들이 강사의 지도로 동요를 연주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신중년의 반려 악기 칼림바

지난 수년간 코로나가 창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칼림바는 그 우울함과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반려 악기가 되어 주었다. 사람들은 그 바람에 칼림바가 많이 떴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이제 제약 없이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되었어도 칼림바는 여전히 반려 악기로서 사람들 곁을 지키고 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신중년은 갈수록 외로움을 탄다. 칼림바를 비롯한 모든 악기는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깊은 감동과 위로를 건넨다. 그중에서도 쉽게 다가서서 쉽게 연주하며 자신과 청중에게 위로와 치유의 힘을 건네는 칼림바 연주야말로 신중년에게 매우 유익한 취미라고 할 수 있겠다.

 

취재를 마치고 글을 정리하며 가까운 집안 어른께 칼림바 연주를 권하고 싶어졌다.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cbsanno@naver.com)

 

 

장승철.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