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카이브는 50+세대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온갖 정보를 정리해 차곡차곡 쌓아두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2018년 8월 29일, 은평구 서부캠퍼스에서는 '50+커뮤니티 원탁토론'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50+커뮤니티 활동을 경험한 100인이 모여 커뮤니티 활동과 관련된 6개의 주제를 놓고 장장 3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인 것입니다.

 

· 토론 주제

지금 우리 사회에서 '50+커뮤니티'는 무엇이며 왜 잘 돼야 할까요?

50+커뮤니티 활동이 일자리 또는 사회 공헌과 꼭 연결되어야 할까요?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의 갈등은 왜 발생할까요? 그리고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요즘 50+커뮤니티는 생성도 활발하지만 소멸도 활발합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50+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50+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외부(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등)에서 어떤 지원과 도움이 있어야 할까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16년 창립 직후부터 50+세대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캠퍼스별로 시행하는 커뮤니티플러스와 50+단체지원사업, '지금, 서울의 50+커뮤니티' 발간, 커뮤니티 지원단 발족, 50+축제 개최 등입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사업 시행 3년 여가 지난 시점에서 커뮤니티 경험자가 모여 50+커뮤니티와 관련된 쟁점을 활동 당사자의 시선에서 정리하고, 활동을 더욱 내실 있게 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이번 기획 아카이브 글에서는 토론 주제와는 별개로, 토론 중 참가자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던 쟁점을 추려서 소개합니다. 50+커뮤니티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아래의 쟁점에 관해 미리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셔도 좋겠네요. 50+커뮤니티 활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 커뮤니티 활동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의견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취미가 돈이 된다" VS "현실성 없는 얘기"

 

50+커뮤니티 원탁토론 주제 중 하나는 '50+커뮤니티 활동이 일자리 또는 사회 공헌과 꼭 연결되어야 할까요'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일자리나 사회공헌과 같은 유·무형의 보상(돈, 성취감, 보람)이 따르는 활동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수익이나 성취감과 같은 보상이 있어야 커뮤니티가 지속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고요.

 

그런데 한 가지 이슈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한 참가자는 "커뮤니티에서 즐기는 활동을 하다 보니 강의도 하게 되었다"며 자신이 즐기는 취미 생활이 자연스레 일자리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 역시 "커뮤니티에 와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친구도 새로 만나고, 이런 활동이 인생 후반의 직업으로도 연결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론도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취미로 돈을 번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복수의 참가자가 취미가 일자리가 연결되는 통로로 강의를 꼽았는데, "강의까지 하는 수준이 되려면 프로의식을 갖고 달려들어야 한다"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일로 이어지면 취미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려면 직업 훈련 기관 같은 곳을 찾아야지, 기본적으로 커뮤니티는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아니다"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참가자 개개인이 생각하는 '일자리'의 개념이 조금씩 달랐던 것 같습니다. '취미'의 범위에 대한 생각도 달랐고요.

 

다만, 커뮤니티 활동이 직접 일자리와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는 다수의 참가자가 동의했습니다. "집에 있으면 TV를 통해서 얻는 것밖에 없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사람들과 대면해서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당장 돈은 안 되더라도 스치는 아이디어가 많아서 자극이나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밝힌 참가자가 있었고요. 혼자서는 작은 일도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데, 커뮤니티에서 함께 하면 여러 활동을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정리해야 산다" VS "뭉쳐야 산다"

 

모임이 있는 곳엔 관계의 문제도 있기 마련이죠. 커뮤니티에 늘 마음이 맞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회의에는 안 오고 식사 자리에만 꼬박꼬박 참석하는 회원, 의견을 물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모든 것이 결정된 뒤에야 제동을 거는 회원, 상식 밖의 의견으로 회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회원 등등.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다른 회원들과 원만하게 어울리지 못하는 회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미 살 만큼 살아봤기 때문에 끌고 간다고 해도 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과감히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목표가 다르거나 마음이 안 맞으면 연연하지 말고 탈퇴 후 맞는 곳을 찾아야 남아 있는 사람, 나가는 사람 둘 다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입니다. 특히, 다른 회원에게 피해를 줄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계속 함께 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갖은 인간관계의 풍파를 헤쳐온 50+세대이기에 가질 수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혹은 50+커뮤니티를 좀 더 공동체에 가깝게 바라보는 입장에서 비롯된 시각일 수도 있고요. 50+커뮤니티는 지연, 학연, 혈연과는 무관하게,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섞이는 곳입니다. 어떤 커뮤니티에서든 불협화음이 전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요. 그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 번쯤 떠올리면 좋은 의견들인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의 모든 회원이 불편해하는 분이 있다. 의견을 나눌 때, 그분이 이해하기 어려운 의견을 내면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그러나, 그분의 삶을 잘 모르지만, 커뮤니티에 나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결국엔 커뮤니티 활동이 따로 있던 사람들이 하나 되기,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모임에 가도 그런 분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감정이 상했다가 내일은 또 좋았다 하면서 이어져 나가는 것이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문턱 높여야" VS "시작은 자유롭게"  

 

현재 재단은 50+세대가 커뮤니티를 결성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도록 소정의 심사를 거쳐 50만 원의 활동비(활동 기간 3~5개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금은 커뮤니티 활동의 마중물로서 모임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활용됩니다. 큰 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찌 됐건 공공의 자금이기 때문에 그저 마음 편하게만 쓸 수 있는 성격의 돈은 아닙니다.

 

한 참가자는 "지속할 수 있고 목적이 명확한 곳만 지원해야 한다"며 지원 대상 커뮤니티를 좀 더 엄격하게 선정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도 "처음부터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일회성 커뮤니티가 많다"면서 커뮤니티 생성이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결성 단계부터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능력이나 결속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반대로 커뮤니티 결성은 자유롭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습니다. 3~5개월 동안만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접더라도 50+세대의 새로운 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한다는 점에서 50만 원 지원이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커뮤니티의 소멸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므로, 일단은 많이 결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활성화 과정에서 많은 커뮤니티가 생성하고 또 소멸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시스템이 먼저" VS "헌신적인 리더가 필요" 

 

많은 참가자가 50+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좋은 리더의 존재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커뮤니티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에 관한 시각은 엇갈렸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강력한 리더 1인보다는, 리더가 없어도 커뮤니티가 잘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대표직을 맡아 걱정이 많았는데, 다른 회원들이 지원을 잘 해주어 생각 외로 리더 역할을 매끄럽게 수행했던 경험담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조직이라는 것이 잘난 사람만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한 사람이 못하더라도 뒤에서 잘 챙겨주는 시스템이 조직 차원에서 잘 갖춰져야 커뮤니티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참가자가 특정인이 아닌 회원들이 돌아가며 프로젝트별로 호스트를 맡아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회원 개개인이 모두 주체성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어 커뮤니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회원이 각자 역량을 키우고 스스로 책임감 있는 역할을 맡을 때 커뮤니티가 잘 운영될 수 있다는 의견에도 많은 참가자가 공감했습니다. 민주주의적인 조직 문화,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요. 이제 이런 주장이 얼핏 당연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참가자는 "우리 커뮤니티에는 강력한 리더가 존재하고, 그가 자발적으로 희생하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잘 되고 있다"며 "다른 커뮤니티 역시 발전하려면 리더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참가자 역시 적어도 커뮤니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현실적으로 회장, 총무 등 운영진의 헌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모두 실제 경험에서 비롯한 시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리더가 되고, 특정인의 희생 없이 커뮤니티가 발전해갈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헌신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 1인의 힘으로 이른 시간 안에 조직이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커뮤니티 성장'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커뮤니티가 가장 우선해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관한 판단에 따라 좋은 커뮤니티 리더십의 기준도 달라지는 듯합니다. 

 

 

 

기타 쟁점들

 

50+커뮤니티 활동에서 순수하게 친목을 도모하는 활동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끈끈한 친목을 위한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회식 자리 등을 통해 자주 뭉쳐야 한다"고 얘기한 참가자가 있는 반면, "친목을 쌓을 시간에 차라리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는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친목과 활동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면 좋겠지만, 의미없는 친목에는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50+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좋아서 함께하고, 또 마음이 안 맞으면 헤어지기도 하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도 조금씩 다른 시각이 존재했습니다. 모두 관심사가 다르므로, 누군가 다른 것에 관심이 생겨서 커뮤니티를 나가더라도 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비록 그로 인해 커뮤니티가 와해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요. 반면, 좀 더 책임감을 강조하는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활동이나 선택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해도 "자신이 선택한 것, '내가 이런 것을 하고 싶어했지'라는 욕구를 한 번쯤은 다시 인식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50+커뮤니티는 소정의 금액을 활동비로 지원받기도 하니까요. 

 

많은 50+커뮤니티가 생겨났다 사라집니다. 대다수가 커뮤니티의 생성과 소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느 곳이든 한 번 정도 걸러질 수밖에 없다. 걸러진 뒤 이어지고 싶은 사람끼리 다시 이어진다", "소멸한 것을 다시 살려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곳에서 재미있게 놀고, 관계 맺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쿨한 반응을 보인 참가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만든 오래가고 싶은 커뮤니티, 스스로 만든 커뮤니티가 깨지면 상처를 받을 것 같다"고 밝힌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커뮤니티가 없어지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고 말한 참가자도 있었고요. 커뮤니티 활동 3년 차인데, 일주일에 네 번씩 회원들과 만난다고 합니다. 커뮤니티에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는 분들에겐 커뮤니티의 소멸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죠. 이날 토론은 자유로움과 책임감, 애정 쏟기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등 선뜻 한쪽이 옳다고 규정하기 어려운 선택지들 사이에서 50+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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