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 활기찬 노년을 위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2026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통계청 발표(2020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OECD 32개국 가운데 2위라고 한다. 또한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이라는 의미의 건강수명은 71세 정도라서 10년 정도는 각종 질병과 노화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생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실버세대 삶의 질’을 높이려는 관심과 노력이 클 수밖에 없는데, 금천50플러스센터(이하 센터)에는 실버세대가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특별한 강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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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체조지도사’란?

‘실버체조지도사’(이하 지도사)는 실버세대가 어디서든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건강증진과 치매 예방은 물론,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실버체조지도사, 노인건강운동지도사, 도구체조지도사, 실버댄스지도사, 노인여가운동지도사 등 다양한 명칭과 자격으로 불리면서 노인들의 건강한 여가활동을 돕는 ‘보람일자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2021년부터 매 학기 ‘지역사회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실버체조지도사 1급 자격증반’은 페트병 등 기구를 이용한 체조, 손뼉치기 등 손을 이용한 체조와 함께 유연성 강화 활동, 유산소 운동 등 이론과 실습을 겸한 프로그램으로 수강생이 강좌 수료 후 자격증을 취득하면 실버 계층을 대상으로 강사로 활동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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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건강한 인생 후반기를 위하여

2022년 8월 29일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오후, 금천구 소재 한 경로당에서 활동 중인 전영란 강사를 찾았다. 

 

문)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 저는 2022년 4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12주 과정의 ‘실버체조지도사 1급 자격증반’ 강좌를 수료하고 금천구 소재 경로당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실버체조를 가르치는 전영란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중장년 여성은 직장 생활 이후 결혼과 출산, 가족 뒷바라지 등으로 개인의 삶을 포기한 채 무기력하게 가정주부로만 사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경력단절 상태에서 일과 취미, 봉사활동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 좋게 찾아 실행에 옮긴 행운아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사는 나에게 꼭 맞는, 재미있으면서 잘 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문) 지도사 강좌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무엇인가요?

답) 평소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관심은 있었지만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죽을 만큼 아프면서, 이렇게 막연하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지도사 강좌 수강 신청을 하게 되었고, 강사님의 지도를 따라 열심히 한 덕분에 자격증까지 취득하고 이제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활동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문) 활동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답) 저를 포함해 이번에 센터에서 강좌를 수료하고 자격을 취득한 10명 중 희망자 6명이 대한노인회에서 파견한 강사가 되어 매주 월, 수, 금요일에 금천구 소재 경로당에서 1시간가량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체조와 율동, 노래 등을 가르칩니다. 한 달에 지도사 한 명이 한 경로당을 네 번 정도 방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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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어려웠던 일이나 즐거웠던 일, 특별한 일이 있다면?

답) 그동안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코로나19 재유행 확산으로 경로당 출입이 제한되거나, 어르신들이 감염을 우려해 경로당으로 오시지 않으면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걱정됩니다.

즐겁고 보람 있었던 일은 어르신들과 같이 대화하고 체조하고, 소통하면서 가까워진 것이고, 부가적으로 활동비도 받으니 기분 좋은 일이지요.

센터의 지원으로 강좌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매주 한 번씩 센터에 모여 친목 도모는 물론, 활동에 따른 개선방안과 문제점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문)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추진하실 일은?

답) 실버체조지도사는 어르신에게 운동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운동하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을 챙길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노래와 율동이 함께 하므로 활동량도 많습니다. 저는 체력이 닿는 한, 어르신들이 원하는 한 계속할 예정입니다. 활동하면서 고안해 낸 여러 실버 프로그램도 적용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문) 센터에 바라거나 개선을 요청할 사항은?

답) 좋은 강좌를 개설하여 훌륭한 강사님께 제대로 배우도록 신경 써 주시고, 이후 센터 내에서 실습까지 하도록 배려해 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더욱이 대한노인회와의 협업과 연계를 통해 저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까지 마련해 주셨으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굳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 지도사들을 위해 더 많은 경로당과 매칭하여 더 많은 시간을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주시는 정도고요, 올 하반기 배출되는 제4기 후배들과도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현장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이 기회를 빌려 수고하신 관계자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문) 활동 중인 경로당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경로당에 오시는 분들은 대개 80~90세입니다. 가장 젊은 어르신도 70세가 넘고요. 이제는 TV만 보면서 멍하니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음울하고 어두운 공간이 아니라, 미약하지만 저희들의 활동으로 인해 매일매일 찾아오시게 되는 그런 곳으로 변화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경로당이 어르신들이 모여서 시간만 보내는 장소가 아니라 남은 인생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저를 비롯한 실버체조지도사들이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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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마치고 경로당을 나서는데 흥겨운 트로트가 울려 퍼지는 경로당 거실에서 여전히 율동과 구호를 열심히 따라 하는 어르신들 모습과 50플러스 이후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해 나가는 전영란 실버체조지도사의 모습이 꿈처럼, 환영(幻影)처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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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여가복지시설과 경로당

 

◯ 우리나라의 노인여가복지시설은 경로당, 노인복지관, 노인교실 등으로 나뉜다. 그중 대한노인회 소속 경로당은 전국에 6만 7,200여 개소(회원 300만 명)가 등록되어 있는데 서울에는 3,384개, 금천구에는 72개소가 있다. 또 노인(종합)복지관, 노인대학(실버대학)은 서울시나 자치구가 운영하며 노인들의 건강과 교육 및 취미 생활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은 복지관이나 노인교실 등과 달리 노인 스스로가 운영 주체이자 이용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로당 평균 이용연령은 78.4세. 우리 사회가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까닭에 이제는 아들 세대와 아버지 세대가 함께 경로당에 다니는 웃픈 세상이 되었다.

 

◯ 경로효친을 중시한 조선 시대에는 경로와 예우의 뜻으로 웃어른들을 섬겼다. 추석이나 국경일을 맞으면 왕은 나이 많은 노인들을 궁중으로 불러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국립경로당에 해당하는 기로소(耆老所)는 관직에서 물러난 문신(文臣)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관청이었다. 70세가 되면 기(耆), 80세가 되면 로(老)라 하였다. 조선을 통틀어 입소자는 700여 명에 불과했다. 고종 임금은 51세에 기로소에 들어갔다.

 

◯ ‘실버’는 노인이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고안된 용어이다. 직장에서 퇴직한 뒤 연금이나 퇴직금 등으로 생활하거나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을 일컫는다.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powerarc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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