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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어릴 적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개 이름은 ‘도그’였다. 다른 집 강아지들 이름이 ‘누렁이’, ‘검둥이’, ‘흰둥이’, 그리고 ‘메리’나 ‘해피’였을 때 ‘도그’는 얼마나 세련된 이름이었나. 그나마 이름 없는 아이들도 많았다. 이름 없는 아이들을 부를 땐 그저 ‘워리’ 하면 됐다. 나는 아이들이 있을 때 더 큰 소리로 ‘도~~그’를 부르며 이름을 자랑스러워했다.

 

‘도그’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모른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영어를 배우면서 ‘도그’가 훗날 ‘Dog’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허망했는지 모른다. 개 이름이 ‘개’였던 거니까. 그 나이 때는 그런 사소한 것에도 예민했다.

 

우리 집 도그는 묶어서 기르지 않았다. 애완견이니 반려견이라기보다는 마루 밑의 흰둥이 정도였다. 식구들이 먹다 남은 밥을 먹고 낯선 사람이 오면 왈왈 짖어서 식구들에게 알리는 정도면 도그의 임무로 됐다.

 

도그가 우리 집에서 얼마나 살았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 날 사라졌는데 엄마는 개장수가 몰래 끌어갔을 거라고도 하고, 아버지는 녀석이 암내가 나서 제 발로 집을 나갔다고도 했다. 암내라는 말뜻을 알고 있던 우리 자매들은 괜히 쑥스러워하며 깔깔깔 웃었다.

 

우리와 함께 18년을 함께 살았던 강아지 ‘타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지 3년이 지났다. 그리운 날 사진을 찾아보기도 하고, 산책길에서 강아지를 만나면 돌아보게 된다. 강아지를 떠나보낸 사람들은 비슷한 감정을 얘기한다. 나는 강아지 미용을 배워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발톱이며 발바닥 털을 깎아 줬다. 가슴에 하트 모양의 흰털을 날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참 좋았는데, 여름이 되면 아쉽게 털을 짧게 깎아 주고는 했다.

 

반려동물 셀프 미용 배우기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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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미용 도구 (가위)

 

동작50플러스센터에서 다양한 가을학기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자유여행 계획 짜기, 구글 활용하기 등 실용적 쓸모가 큰 강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 중 반려동물 셀프 미용도 있었다. 현업으로 반려동물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경희 강사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토로하는 고민 중 눈 밑의 털, 발바닥 털, 발톱 깎기와 항문낭 짜기 등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종류별 가위, 이발기 사용법을 배우고 구체적으로는 요즘 많이 기르는 비숑과 곰돌이 얼굴 모양으로 미용하기를 배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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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 풍경

 

반려동물 셀프 미용은 발톱 깎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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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톱깎이와 이발기 ⓒ pixabay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관리해야 하는 것 중 제때 관리해주지 않으면 바로 문제가 생기는 게 발톱이다. 반려동물의 발톱은 건강과 위생 상태를 보여주는 부분으로, 사람이 계속해서 관리를 해줘야 한다.

 

동물 병원에 치료받으러 오는 문제 중에 심심찮게 보는 장면이 있다. 제때 잘라주지 않아 C자 모양으로 자란 발톱끼리 엉켜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발톱을 제때 깎아 주지 않으면 걸을 때 부자연스럽게 걷게 된다. 걸어 다닐 때도 발톱은 자라고 눌리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통증을 느낀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관절염이 생겨서 정형외과적인 수술을 하는 일도 생긴다.

 

발톱은 처음부터 너무 짧게 깎아 주지 않는 게 좋다. 발톱을 자세히 보면 핑크색 부분과 흰색 부분이 있다. 핑크색 부분에서 1~2mm 정도 여유를 두고 흰색 발톱을 자르면 된다.

 

발톱깎이는 반려견들이 사용하는 강아지 전용 발톱깎이를 사용하는 게 좋다. 반려동물이 작으니 사람이 쓰는 발톱깎이를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톱구조가 사람과 달라서 전용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산책을 자주 한다면 자주 발톱을 자르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주에 한 번 정도 잘라주는 게 좋다고 한다. 발톱 자르기가 된다면 이제 발바닥 털을 손질해 주자. 털이 길면 잘 미끄러진다. 발톱을 잘라줄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함께 정리해 주면 된다.

 

한편 발톱을 손질할 때 동물이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해 두었다가 손질을 하고 난 후 간식을 보상으로 줘서 발톱 손질이 나쁜 기억이 되지 않게 한다.

 

냄새 나는 항문낭 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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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항문낭 ⓒ 동물메디컬센터W

 

반려동물은 항문 양쪽에 한 쌍의 항문낭이 있다. 항문낭에 염증이 생기면 냄새가 나고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이것을 항문낭염이라고 부른다. 항문낭은 동물이 자신의 냄새를 생성하는 기관으로, 항문낭염은 몸집이 작은 강아지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치료해도 재발할 수도 있으므로 때를 놓치지 말고 짜 주는 게 좋다. 최소 2주에 한 번은 짜주는 게 좋다고 한다. 항문낭을 관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항문 위에 솜이나 종이수건을 받쳐 놓는다. ▶항문 밑 4시와 8시 방향을 엄지와 검지로 잡는다. ▶위로 밀어 올리며 지그시 누르며 짜주면 된다.

 

건강하게 오래 함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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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산책한다고 나갔던 딸이 돌아와서 ‘나만 없었어!’ 하며 속상해한 적이 있다. 우리 집에도 반려견이 있었다. 18년을 함께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친구들 제각기 자기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나왔는데 자신만 없었다고 한다. 모두 연인과 손잡고 있는데 자신만 혼자인 것처럼 외롭더라는 말을 했다.

 

2020년 말 기준 한국에서 반려동물 기르는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29.7%, 반려인은 1,448만 명으로 곧 반려인 1,500만 시대가 될 전망이다. 반려인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는데,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이들도 크게 늘어서 현재 370만 정도가 된다고 한다. 물론 아직은 반려견 보호자가 1,161만으로 반려묘인 보다는 큰 차이가 난다.

 

반려동물과 함께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반려동물과 오래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예쁘게 보이는 미용도 중요하지만, 때를 놓치지 않는 질병 치료나 이름표 달기와 기관에 등록하기 등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반려인 에티켓도 지켜야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동물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고, 이웃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50+시민기자단 김영문 기자 (aidiow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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