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모양 쿠션을 두손으로 들고 있는 사진


기부플래너(펀드레이저) 양성 직무교육 스케치


 

복도 사진

‘기부플래너’라고 했다. 아니 ‘펀드레이저’가 이전의 명칭이었다고 한다. 생소한 듯 낯선 명칭이지만 알고 보면 온기를 품었다.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4층 꿈꾸는 강당에서 기부플래너(펀드레이저) 양성 직무교육 마지막 일정인 스크립트 작성&실전 롤플레잉 강의가 진행되는 날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50+인재 수요에 맞춘 취업 연계 <50+적합일자리> 사업 중의 하나인 기부플래너 양성 직무교육장, 그곳엔 새로운 일자리를 준비하는 이들의 열의로 가득했다.

 

강의중인 사진
피아노 치는 사진

 

(주)그로웨이와 협력하여 기부를 원하는 대상자를 찾아 안내하는 기부플래너 교육 총 16시간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이미 교육생들끼리 친해진 모습이다. 교육장 입구에는 오가는 이들을 위해 어느 분이 펼쳐놓은 약간의 떡과 과일 인심이 정겹다. 쉬는 시간에는 피아노를 치면서 함께 부르는 소프라노 노랫소리로 모두가 즐겁다. 역시 나눔의 사회적 가치를 아는 분들답게 선함과 밝음을 장착했다.   

 

교육생들은 이날의 마지막 교육을 마치면 인턴 근무를 거쳐 곧바로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직업인으로서의 기부플래너로 거듭나게 된다. 이를테면 NGO 단체 및 관련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채용 연계가 가능한 일자리인 것이다.

 

추대영 그로웨이 대표이사 사진

이날의 강의를 진행한 추대영 (주)그로웨이 대표이사의 현장 인터뷰를 통해서 기부플래너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폭넓은 직업 현장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Q. 오늘 교육이 ‘기부플래너(펀드레이저) 양성’ 직무교육이죠. 먼저 기부플래너를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기부플래너는 그동안은 펀드레이저로 불려왔는데 가끔 펀드매니저로 착각을 많이 하더군요. 레이저가 모으다라는 뜻으로 기금을 모으는 사람, 기부를 플래닝 하는 사람입니다. 해외에서는 펀드레이저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펀드레이저라는 분야에 아직 개념이 부족합니다. 특히 비영리 분야에 대한 이해도는 더하죠. 5~6년 전 이런 교육을 시작했는데 모집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교육을 하면 반응은 너무 좋아요. 하지만 이것에 대한 이해도가 없기 때문에 신청이 많지 않아서 힘들었거든요. 이젠 기부플래너로 명칭을 바꾸고 쭉 가려고 합니다.

 

강연하는 사진

 

Q. 우선 기부라는 것이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조금은 다를 듯한데요. 그동안 고충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 고충이 많죠. 11년 전에 이 일을 시작하면서 거리 모금도 하고 전화 모금, 이벤트, 지역 모금, 강연 모금 등 많이 경험했어요. 사실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지가 낮은 분야라 이 일을 알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시작했죠. 5~6년 전 강의 자료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이 교육이 힘든 게 아니라 이것을  이해시키고 이 직업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진짜로 힘든 일이더라고요. 왜냐하면 이 직업군을 아예 모르기 때문에 담당자들도 이해도가 없다 보니 어떤 식으로 홍보를 하고 표현해야 할지가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이곳 50플러스 단체는 사회복지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어서 과정을 전략적으로 협력하며 할 수 있어서 교육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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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교육이 50플러스 세대들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너무 좋고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50대  이상의 분들이 20~30대인 분들보다 확실히 차별성이 있어요. 성실도와 책임감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나이가 주는 무게감과 신뢰가 있어요. 어린 친구가 요청하면 무시하는 면이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요청하면 확실히 신뢰도가 있어서 거절이 적고 또래 집단이다 보니 이야기를 안 들을 분도 들어줍니다.

 

Q. 50플러스 시니어들에게 취업과 직업으로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유지가 가능한지요.

 - 그럼요. 본인 노력에 따라 다르지만 이 일은 70~80세까지도 할 수 있는 평생직업입니다. 살아온 경력과 경험과 사람들과의 소통, 관계, 다양한 경험으로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또한 투잡으로도 많이 합니다. 미국에서는 의사나 변호사들이 많이 합니다. 끼리끼리 만나잖아요. 돈이 있으니까 펀드레이저 닥터, 펀드레이저 로이어 이렇게 네이밍을 붙일 정도로 활성화되어있고 대학교에도 많아요. 하버드대학에도 500명 정도나 있습니다. 서울대는 근래 2~3년 전 컨설팅에서 3~4명 채용을 했어요. 비영리 시장은 더 커요. 수십 명, 수백 명을 보유하려고 엄청난 자금을 들이붓지만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엔  전문가가 없어요. 사람을 끌어모아서 교육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 이가 유일하게 저밖에 없다고 할 수 있어요. 힘든 점이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같이 힘을 모아서 인식도 개선하고 기금을 마련해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든 우크라이나나 아프리카든 제대로 도와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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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 지금까지 50플러스 시니어분들이 지속적으로 유지해 오신 분들이 있나요.

 - 있습니다. 많이 하신 분들은 3~4년 정도 하신 분도 있고 현재 50플러스에서 계속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성격이랑 상관없어요. 어느 70대의 내향적인 분이 두세 달 연습하고 노력해서 너무 잘하시는 분이 있어요. 

 

Q. 그렇다면 연습은 물론이고 또는 개인적 신념도 필요할 듯한데요.

 - 맞습니다. 일에 대한 가치, 이 일로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 신념으로 오게 된 것이거든요. 하지만 이일을 하고자 하면 부단히 연습하고 노력해야죠. 교육한 대로 그대로 따라오면 무조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노력 안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47명이나 지원했어요. 보통 10~20명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노쇼가 반입니다. 이 분야를 잘 모르고 신청했거나 시간이 잘 안 맞아서죠. 다음번에 보완해야 할 일들입니다.

 

Q. 그럼 교육 중간에 도태되기도 하는지요.

 - 그럼요. 무조건 교육내용만 외우시면 되는데 시니어분들은 못 외운다고 포기합니다. 오늘 이곳에 오신 분들은 봉사 마인드와 신념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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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표님은 어떤 동기로 이 일을 처음 시작하셨나요.

 - 제가 원래는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였습니다. 어느 날 교통사고를 크게 겪었고 건강도 여자 친구도 다니던 직장도 30대 초반에 다 잃고 방 안에만 있었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이 한 번에 오니까 절망을 했고 죽으려고 했죠. 다 포기하려고 했는데 종교가 있었고 응답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일단 네가 좋아하는, 하고 싶은 일을 해라’였습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고도 우연찮게 이 일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목표랑 꿈이 생겼어요. 완전히 다른 삶이 시작된 거죠. 열정과 확신이 생기며 정말 열심히 했고 성장을 했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아예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한 겁니다.

사실 저는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 했는데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제 이쪽 분야에서 진정성 있는 소명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제 사명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단체가 너무 많아요. 거기에 제가 쓰일 수 있다는 게 제 기쁨이고 만족입니다. 그래서 후배 양성을 하는 게 제게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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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게 무수한 일을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보람된 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 너무 많죠. 셀 수가 없습니다. 백만 명 가까이 사람을 만났는데 최소 오천 명 이상의 기부자를 만났거든요. 노숙자분이 하루종일 구걸한 동전을 가지고 와서 기부한 적도 있고 휴지 줍는 할아버지가 리어카를 끌고 와서 기부하신 적도 있습니다. 장애인, 시각장애인, 기초수급자들… 어려운 분들이 더 기부나 나눔의 마음이 열려있고 실천하는 걸 너무 많이 보게 됩니다. 돈을 많이 벌고 큰 기업을 하는 분들의 마음이 더 닫혀있는 걸 봅니다. 물론 요즘에 달라지는 걸 볼 수도 있지만 어려운 분들이 훨씬 더 열려있어요. 사실 기부는 숨만 쉬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행복한 기억이 많은 부자이십니다. 그렇다면 열린 시니어들의 활동은 어떤 분들이 하면 좋을까요. 잘 맞는 성격이나 특성이 따로 있을까요.

 - 많은 사람을 만나보면서 이런 분이 잘할 것이다, 못할 것이다 라는 선입견들이 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건 섣부른 판단입니다. 너무 많은 케이스들을 보아 와서 딱 단정 짓기가 쉽지 않아요. 물론 외향적이고 소통을 좋아하고 자선에 대한 마인드가 있으시면 좋긴 하지만요. 그런 분이 무조건 잘한다고 할 수 없더라고요. 그리고 보험 영업처럼 권유하는 일이란 생각은 선입견과 편견입니다. 그런 거라면 저는 못 해요.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보험은 많이 하면 부자가 되지만 우리는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내가 부자가 되진 않아요. 어려운 사람을 돕고 변화시키는 가치가 좋아서 하는 직업이죠. 물론 소통 중의 선택이 분명 있긴 하지만요.

 

Q. 지금 교육받고 있는 50 플러스 세대들을 향한 기부플래너라는 일의 확장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 당연히 확장됩니다. 전국 단위로 확장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이런 단체에서 필요성과 가치를 아시고 지속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킨다면 더없이 좋죠. 담당자나 기관에서 인식 못 하면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직업양성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5~6년 걸렸거든요. 내년에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학 쪽에서도 해볼 계획이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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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죽을 때까지란 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전망은 어떨까요.

 - 전망 100%입니다. 블루오션입니다. 요청하는 곳이 너무 많아요. 확신이 있으니까 제가 10년 넘게 해왔죠. 더 일찍 시작했으면 더 큰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만들어냈을 텐데요.

 

Q. 대표님에게 펀드레이저는 지금 어떤 의미인가요.

 - 제겐 전부죠. 사고 이후 죽으려고 했는데 살려주신 것은 내가 이 일을 하도록 명확히 해주신 게 맞다고 생각해요. 11년이 된 지금 제 주변 사람들은 지금의 나를 아무도 안 믿어요. (하하하)

 

Q. 자신만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있지만 늘 행복하신가요.

 - 저는 사실 늘 행복해요.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이 행복하고 좋아요. 행복한데 때론 죽을 만큼 힘들기도 해요. (웃음) 아침부터 저녁 눈감았을 때까지 이 일 생각을 해요. 좋은 펀드레이저 양성하고 기부를 받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지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이 모든 것들이 저의 전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newtree1401@naver.com)

 

 

50+시민기자단 5기 이현숙 E-mail. newtree14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