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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의 전환기 중장년 종합지원 프로젝트『다시뛰는 중장년, 서울런4050』을 

추진하는 핵심 수행기관으로 중장년 정책의 활성화 기반 마련과 발전방향 모색을 위해서 

지난 5월 서울시,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와 함께 영국의 대표 공립 성인직업교육기관 시티릿을 

방문하고 심층 조사하여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맨부커상·오웰상 수상 베스트셀러 작가 애나 번스를 배출한 영국의 씨티릿(City Lit) 

 

2018년 세계 3대 문학상이자 영미권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부커상, 2019년 오웰상을 수상한 소설 「밀크맨Milkman」의 작가 애나 번스(Anna Burns)는 1962년생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1990년대에 런던으로 이주하여 사무직, 체육관 강사 등으로 일하며 시티릿에서 창의적 글쓰기(creative writing), 소설쓰기(fiction writing) 등의 교육과정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단 두 편의 장편과 한편의 중편만을 발표한 무명 작가였던 애나 번스는 50대에 일약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지금은 북아일랜드로 돌아가 작가로서 제2의 삶을 이어가는 애나 번스는 시티릿 네트워킹 행사에 종종 참여한다. 애나 번스는 30대 중반 시티릿에서 글쓰기 교육을 받고 튜터와 동료들을 만나며 작가로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노래와 춤 교실을 다니며 일상의 큰 활력을 얻었다고 한다. 2023년 애나 번스는 영국에서 평생교육 분야에 귀감이 되고 헌신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시티릿 평생 펠로우로 선정되어 ‘City Lit Lifetime Fellowship Award’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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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릿은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성인 노동자에게 일과 후 여가, 문화 등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설립된 7개 기관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관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배움을 통해 시민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Bringing people together to enrich lives through learning)’ 인문, 예술, 역사, 문화, 기술·과학, 건강·웰빙, 언어, 일상기술, 전문기술 등 광범위한 주제의 교육과정을 수준별(입문·중급·심화)로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더 나은 학습 환경과 일자리를 갖고 지역사회에 참여하여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역량 개발을 지원한다. 다양한 주제의 교육과정은 연간 총 5,000여 개에 달한다. 대중 연설이 잦은 영국 정치인도 다닌다는 성인언어치료센터(adult speech therapy center)부터 성인학습부적응지원센터, 청각장애교육센터 등 전문가 양성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런던 시민의 생애단계(life stage)와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을 고려하여
365일 주·야간, 온·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5,000여개 교육과정

런던의 중심부 웨스트민스터 지구,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에 위치한 시티릿은 다양한 인종과 중·고령자로 구성된 런던 시민들의 각기 다른 생애단계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여 주7일, 오전8시~10시까지 폭넓은 시간대에 공간을 운영한다. 코로나19 팬더믹을 기점으로 온라인 교육도 활성화되어 연간 총 5,000여개 과정(대면 3,142개, 비대면 1,884개, 혼합 158개)을 운영하며 시티릿 홈페이지(www.citylit.ac.uk)를 통해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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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1976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하여 약 45년이 지난 현재에도 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령인구에 대한 사회적 정책은 지속적인 화두이다. 시티릿의 전체 이용자 중 64%가 45세 이상으로 중장년의 이용 비율이 높다. 시티릿 관계자에 의하면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중장년층일수록 젊은 시절 시도하지 못했던 인문·예술 분야의 관심과 열정이 크다고 한다.

애나 번스뿐 아니라 현재 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 작가, 화가 중에는 시티릿을 통해 인문·예술분야의 커리어 진입을 한 사례가 많다. 심화 교육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경력 개발을 지원하기 위하여 글쓰기 분야만 보자면 창의적 글쓰기(입문), 소설쓰기, 극작가 글쓰기, 유아서적 작가 과정, 시 쓰기, 자서전 쓰기, 잡지글 쓰기, 그림책 글쓰기 등으로 교육과정이 세분화되어 있고 기간도 장단기로 다르다.

시티릿은 런던에서 30여개 이상의 외국어 과정을 운영하는 독보적인 기관으로도 유명하다. 영국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이민자를 받아들이지만, 이민자에게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다민족·다문화 사회이다. 시티릿 전체 이용자의 22%를 소수 인종이 차지하는 만큼 외국어로서의 영어(ESL)뿐 아니라 콘월어, 힌디어, 헝가리어 등 30개 이상의 언어·외국어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K-POP 영향으로 한국어 강좌가 인기라고 한다.

단순 흥미에 의해 가볍게 시작했거나, 이민자 또는 고령자가 생활기술을 익히기 위해 수강한 교육 과정일지라도, 새로운 직업이나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티릿은 동료 학습자 간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는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깊이 있는 학습을 원하는 경우 대학, 전문기관 등과 연계하여 수준별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해당 분야의 경력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대학 및 전문기관 협력, 교육비 차등 지급 등 양질의 교육과정 제공과 참여 지원을 위한 노력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대학, 전문기관 연계 프로그램은 맛보기 무료 과정도 있지만 1,0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과정도 있다. 다만 수강생들이 교육비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개인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교육비 차등 지원이 있으며, 교육 신청 단계에서 각종 지원 혜택의 적격 여부를 촘촘히 체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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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릿의 교육 만족도는 4점 이상(5점 만점)을 매년 유지하고 있다. 이용자의 만족도와 함께 직원과 강사진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운영 매뉴얼 등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성과평가 및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광범위한 주제로 다수 과정을 매일 주·야간으로 운영하는 만큼 강사진 관리가 중요한데, 일정 수준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하여 강사 선발 단계에서부터 서비스 제공 유형에 따른 근로 계약까지 인사팀과 사업 현장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시티릿은 영국에서 성인교육에 현격한 공로를 세우거나 이용자에게 영감을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물을 시티릿 펠로우(City Lit Fellow)로 선정하여 다양한 계층의 인사가 평생교육에 관심을 갖고 직접 실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한다. 작가 애나 번스, 청각 장애를 딛고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타악기 연주자 데임 에벌린 글레니(Dame Evelyn Glennie), 영국 유명 방송인 에드 볼즈(Ed Balls) 등이 시티릿 펠로우(www.citylit.ac.uk/city-lit-fellows)로 선정되어 홍보대사의 몫을 다하며 영국 시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시티릿은 학습자 구성, 교육과정, 재원 등에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민대학, 50플러스캠퍼스, 50플러스센터와 유사하여 교육 커리큘럼, 강사진 선발 및 관리, 교육비 차등 지원 등의 부분에서 시사점이 있다.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하여 대학 및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는 점, 내용과 수준에 따라 수강료가 최대 천만원에 이르지만 기준을 세워 교육비를 차등 지원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국내에도 다양한 직업교육 훈련과 취·창업 지원 정책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단위에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시민들과 중장년층에게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희망한다.


* 본 원고는 시티릿 현장 방문 및 심층 인터뷰, 기관 홈페이지(www.citylit.ac.uk) 등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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