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나를 찾는 창조의 시간

서초50플러스센터의 커뮤니티 전시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번호 799번은 세계인 85.5%가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이다. 16세기 유럽의 초상화들은 천편일률적인 형태를 띠었다. 인물의 윤곽선만 매우 뚜렷하고 배경은 흐릿했으며, 자세는 옆모습이어서 그림 속 인물의 시선은 관람객들과 전혀 교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나리자의 시선은 정면을 보고 있고 입가의 경계선은 흐릿하면서 미소 짓는 듯 마는 듯한 신비로운 미소는 보는 이를 왠지 모를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경계선을 없앤 스푸마토 기법은 밑그림을 그릴 때 연필이나 목탄 등과 같은 윤곽선을 사용하지 않고 얇은 덧칠을 수도 없이 해서 만들어낸다. X-Ray로 투시하면 모나리자의 옷 아래 자수가 놓인 속옷이 보인다. 1503년에 주문을 받고 1518년에 프랑스 왕의 곁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모나리자는 수도 없이 덧칠이 되고 변화를 겪는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5세기가 지난 지금도 역사 속에 길이 남을 역작을 시작한게 몇 살이었을까. 피렌체의 평범한 여인 모나리자를 통하여 혁명적 도전을 시작한 나이가 50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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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체의 평범한 여인 모나리자를 통하여 혁명적 도전을 시작한 나이 50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대비해본다. (출처: 아트갤러리 무료제공)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는 5060 중장년에게 내 안에 숨어있는 달란트를 찾는 도전은 두려움이자 설레임이다. 하지만 도전의 과실을 한껏 맛볼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자 성취이고 자부심이리라. 서초50플러스센터에 탐스럽고 맛깔나는 드로잉 작품으로 도전의 결실을 맺는 이들이 있다. 전통적인 수채화, 소묘, 아크릴화 등 그림을 좋아하는 회원들이 모인 <그림조아> 커뮤니티, 전통 민화와 궁중 장식화를 복원하고 재창조하면서 기쁨을 찾는 <리본(reborn)민화> 커뮤니티, 디지털 드로잉을 통하여 교육, 홍보, 전시, 그림책 등을 제작하는 <동그램> 커뮤니티, 디지털 드로잉 전문작가들의 모임인 〈e그림〉 등 네 개의 커뮤니티가 그것이다.

2023년 서초50플러스센터도 우리들만의 이야기로만 진행하던 작은 전시회를 벗어던지고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대부분 다른 캠퍼스나 센터에서는 자체 공간을 활용해서 자그마한 전시회를 열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큰 전시회를 추진한 역사는 없다고 한다. 서울메트로미술관은 입지적으로 단연 최고이다. 3호선 경복궁역 1층에 위치하기 때문에 청와대나 인사동 갤러리를 찾아드는 예술에 찐관심인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커뮤니티 작가들의 지인은 기본이고,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찾는 장소이다. 모름지기 전시회는 사람들이 북적대야 한다. 신의 한 수와 같이 이번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진두지휘한 센터장과 먼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센터장님.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신 배경이나 계기가 있으십니까?

 

(임은정 서초50플러스 센터장) 연초부터 특별히 계획했던 전시회는 아닌데, 센터 내 활동 중인 커뮤니티에서 전시회를 갖고싶어 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센터 내 공간을 활용해서 예전처럼 조그맣게 전시회를 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네 개 커뮤니티가 모두 전시회에 참석하겠다는 겁니다. 작품 수도 100점이 넘고 선생님들의 열정과 에너지도 대단해서 기왕이면 서울 시내에서 큰 미술관을 대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 접근성이 가장 탁월한 곳이 서울메트로미술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차서 좀 더 길게 전시회를 하고 싶었는데 대관 일자가 922일과 23일 이틀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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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설레는 내일 <커뮤니티 전시회> 포스터 (출처: 서초50플러스센터 제공)

 

 

Q. . 전시 기간이 너무 짧았던 게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실 의향입니까. 향후 계획을 들어봐도 될까요?

 

 

(임은정 서초50플러스 센터장) 이번에 참여하신 선생님들은 모두 25분이고 총 110점의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개인당 3 ~ 5개 작품 정도를 내신 거죠.
연초부터 시작한 커뮤니티도 있는데 이런 수준 높은 작품들을 창작하신 걸 보면 그분들의 열정과 달란트가 엄청난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전시 기간을 1주일 정도로 늘리거나 커뮤니티도 나눠서 하는 방안 등 다각적으로 검토해서 업그레이드 시켜볼 계획입니다. 또한 〈e그림〉 커뮤니티처럼 이미 여러 대회에 입상한 전문작가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야말로 취미로 시작한 분들도 많기 때문에 경력과 일로 연결하는 브릿지역할도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중장년에게 멋진 경험과 기회는 물론이고 감각적인 전시회 포스터와 도록(圖錄), 배너, 그리고 커팅식과 작품의 이동 및 철수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전시회를 완벽하게 진행한 센터장과 신연주 PM 등 실무자들의 노고가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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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50플러스센터의 <커뮤니티 전시회>에서 임은정 센터장(맨 우측), 후원자(왼쪽에서 세번째)와 커뮤니티 대표들이 전시회 개회 커팅식을 하는 모습. 시민기자단 서상록 기자

 

 

이번에는 커뮤니티 작가들을 만나봤다. <그림조아>에서 수채화와 펜드로잉도 그리면서 <동그램>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하는 이정록 작가와 시간을 가졌다.

 

Q. 이정록 작가님 대단하십니다. <그림조아><동그램> 두군데 커뮤니티에서 작품활동을 하시네요. 러프드로잉(Rough drawing)과 디지털드로잉(Digital drawing)을 동시에 하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이정록 작가) <그림조아>에서 펜화를 통한 소묘와 수채화를 그리고 있지만 물을 조절하고 색을 만들어내는 게 생각보다 힘듭니다. 디지털드로잉은 수채화와 달리 실수를 해도 얼마든지 다시 고쳐서 작품을 완성해 갈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쉬울 것 같기도 했지만 사진을 합성해서 나만의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같이 하고 있습니다.

 

Q. <동그램> 디지털 드로잉 작품 중에서 커뮤니티 배너에 이 작가님의 반 고흐의 자화상이 대표작으로 담겨있네요. 이 작품을 그린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이정록 작가) 개인적으로 반 고흐의 그림을 무척 좋아해서 시작했고 금방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완성하는 데 3개월이나 걸렸습니다. 고흐의 자화상에 사용된 수많은 붓터치의 질감과 강도, 효과 등을 분석하며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터 앱에서 하나하나 찾아내서 적용하다 보니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거장의 작품을 모두 끝내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성화(聖畫)와 같은 교회 미술은 물론이고, 수채화와 디지털드로잉을 접목해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는 이정록 작가의 열정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이번에는 이미 여러 대회에서 입선, 특선 등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전문작가들로 구성된 〈e그림〉 커뮤니티의 김세아 대표작가와 잠깐 인터뷰하였다.

 

Q. 출품한 작품들이 매우 인상 깊고, 특히 <생명의 근원>이란 작품이 시선을 확 사로잡습니다. 작품명과 제작 기간 등 잠깐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김세아 작가) 어렸을 적 바닷가에서 자라서 물에 대한 경험이 많습니다. 그때 물속에서 조류를 따라 흔들리는 해초의 기억 파편들이 제게 영감을 준듯합니다. 바다는 아르케(그리스어; 生命)의 근원으로서 이러한 역동성과 신비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작품 제작은 약 1주일 정도 걸렸는데, 작품을 구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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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의 역동성과 신비함을 표현한 김세아 작가의 <생명의 근원> (출처: 서초50플러스센터 제공) 

 

 

Q. 작품활동에 대한 향후 또 다른 목표가 있으신가요?

 

(김세아 작가) 디지털 드로잉에서 아날로그 드로잉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색감과 터치를 전통 드로잉에서 그대로 표현하고 살려내는 세계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지 모르겠네요.

 

프로작가다운 강렬한 색감과 터치, 그리고 세련된 구상을 가진 김세아 작가의 다음 작품과 아날로그 드로잉으로의 또 다른 도전을 기대하면서, 마지막 인터뷰는 <그림조아> 커뮤니티의 여러 작가를 짧은 기간에 상당한 수준으로 지도하신 김남향 화가 선생님을 만나봤다.

 

Q. 이곳 전시장에 디지털 드로잉 커뮤니티만 절반이 넘고, 작품들의 구성과 색감도 세련되고 인상적입니다. 지금의 트렌드가 계속해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수채화, 소묘 같은 전통 드로잉의 미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남향 화가) 디지털 드로잉은 같은 작품을 수없이 프린팅해낼 수 있지만, 전통 드로잉은 세상에 오직 한 작품만 존재합니다. 붓 터치로 물감의 농도와 질감, 수많은 효과를 표현해낼 수 있는 유니크함 그 자체입니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몇 번씩 고쳐서 색감을 바꾸고 재창조할 수 있는 디지털드로잉에 비해 전통 드로잉에서 한 번의 터치는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순간이 영원히 기억되는 거죠.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길에 세 가지를 말한다.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하거나,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아니면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는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라고 한다. 창조는 나를 찾는 시간이 아닐까! 누군가가 수많은 그림 작품 중에서 내 그림에 시선이 꽂혀 물끄러미 바라보고 사진도 찍고 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지 않을까. 그간의 피, ,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나의 창조물에 누군가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은 분명 삶의 의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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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조아> 커뮤니티 작품 앞의 관람객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남기고 있다.시민기자단 서상록 기자 

 

 

취미가 일이 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있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렸더니 전반전이 벌써 끝나버린 우리네 중장년 모두에게 쉼표가 있는 인생 후반전이 되길 응원해본다.

 

 

시민기자단 서상록 기자(qmsss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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