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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고령화와 중장년 인구에 대한 재조명

 

 

한국은 급속한 인구고령화를 경험하며 2000년 고령화사회에서 2018년 고령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2년 후인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1 고령인구 내에서도 돌봄 수요가 높은 85세 이상 후기고령인구 비율이 향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령인구 부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2021년 중장년층 행정통계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부양 주역인 40~64세의 중장년 인구는 2021년 기준 2,018만 2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40.3%를 차지한다. 이러한 중장년층 집단 내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며, 생산연령인구의 고령화에 대한 이슈와 중장년의 사회적 기여를 확대·연장하기 위한 정책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중장년은 모든 사회에서 생애주기 특성상 경제활동을 수행하며 자녀를 부양하고 노년기를 대비하는 안정적인 시기이다.2 또한 중장년은 지속적으로 경력을 개발하고 장기적인 자립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시기이다.3

 

표준적 한국 중장년의 이중 가족 부양

 

중장년은 40~64세의 연령 계층으로, 자녀와 노부모 사이의 세대이다. 중장년은 경제활동을 통해 자녀와 노부모를 이중 부양하는 시기이다. 표준적 한국 중장년은 31~63세 기간 동안 첫째와 둘째 자녀의 출산·양육·교육·취업·결혼을 지원하고, 이중 40~54세 기간 동안에는 은퇴한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한다.4 즉 한국의 중장년은 본인이 고령인구로 진입하기 이전 40~54세에 본인의 자녀와 부모를 이중 부양한다.

 

어느 나라보다 드라마틱한 인구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에서 이러한 중장년의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 가족부양 가치관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이 충분하지 않다. 인구고령화시대 노부모의 수명 연장, 자녀의 교육기간 연장과 노동시장 진입 지연 등에 따라, 한국의 중장년은 가족 이중 부양 기간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장년은 이와 같은 가족의 경제적 부양을 책임지고, 한국 사회에서 핵심생산연령인구로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즉 중장년의 다수는 일 중심의 삶을 살아왔거나 현재에도 일 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다.

 

통계로 살펴본 중장년의 일 특성5

 

40~59세 중장년의 고용율은 77~78%(40대 77.8%, 50대 77.4%)로 30대의 78.2%와 비슷하며, 이들의 대다수는 임금근로자이다.6 40~59세 중장년은 다른 연령에 비해 실업률이 낮은 편(30대 2.7%, 40대 2%, 50대 1.7%, 60대 이상 2.8%)이다.7


40~64세 중장년의 주된 일자리 특성을 살펴보면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 간의 차이가 크다. 임금근로자는 근속기간 5년 이상(40.2%),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38%), 제조업 분야(22%)의 비중이 높아 일자리의 안정성이 비교적 양호한데 반해, 비임금근로자의 경우 근속기간 3년 미만(81.6%), 종사자 규모 4명 미만(94%), 도매 및 소매업(25.2%) 분야의 비중이 높아 일자리의 안정성이 낮은 편이다. 4050세대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임금근로자의 비율이 낮아지는 반면 비임금근로자의 비율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40~64세 중장년의 77%가 근로·사업소득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득구간은 3천만원 미만이 57%로 절반 이상이다. 생산연령기의 소득수준은 노후소득 준비와도 관련성이 높으며, 현재 고령세대와 마찬가지로 성별 차이가 뚜렷하다. 성별 연금가입률은 여성 69.6%로 남성 82.2%로 보다 12.6%p 낮다.

 

40~59세 중장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40대의 경우 30대(163.2시간)와 비슷한 160시간이며, 50대는 이보다 적은 155시간이다.8 그러나 한국 임금근로자는 연령대에 상관없이 OECD에 보고된 어떠한 나라보다 근로시간이 긴 편이다.9


 

연령별 일자리 만족도를 살펴보면, 40대가 39.2%로 만족 비율이 가장 높고 그 다음 30대 36.2%, 50대 34.7%, 60대 이상 25.1% 순이다.10 중장년 일자리 만족도는 40대 이후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한다. 중장년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일자리 안정성이 낮은 비임금근로자 비율이 증가하는 것이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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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개념과 중장년의 행복 수준11

 

행복은 추상적 개념으로,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다. 행복은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 긍정·부정 정서 등과 동일시되며, 주로 일, 건강, 소득 등 삶의 영역별 만족도 및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로 측정된다.

 

한국 중장년의 행복 수준의 경우 연령별로 다르며, 40대의 삶의 만족도는 6.6점으로 30대와 동일하며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행복 수준이 낮아져 50대 6.5점, 60대 이상 6.4점이다.12


중장년은 언제, 무엇을 할 때, 누구와 있을 때 행복한지 살펴보면, 하루 기준 시간이 흐를수록 행복하고 의미있는 정서 경험이 증가한다. 또한 ‘배우자/연인/가족과 친밀한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하고, 그 외 개인적 휴식이나 수동적 여가활동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반면 일할 때 가장 행복하지 않고 스트레스 등 부정적 정서를 많이 경험한다. 즉 중장년은 일할 때 가장 행복하지 않고 부정적 정서를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은 가족부양 부담을 안고 오랜 시간 동료들과 부대끼는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개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에서 중장년은 핵심생산연령인구로 본인의 역량과 경력을 발휘하며 일적인 성취에서 높은 가치와 행복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그렇지 못한 결과이다.

 

중장년의 행복을 지원하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역할 기대

 

필자는 중장년의 일 특성과 행복 수준을 통해 다음을 생각해 본다.

 

이 시대 중장년은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에 매몰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동안 청년과 노년 세대의 낀 세대로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였던 중장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행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장년을 포함한 한국 사회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일 문화를 확립하고 사회적 공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인구고령화시대, 국가 경제와 사회 부양에서 큰 역할을 하며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장년이 행복해야 대한한국이 행복할 수 있다. 한국은 지금 중장년층이 바라는 행복한 삶에 대한 담론,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핵심생산연령대인 중장년은 가족·연인과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고 하루의 후반으로 갈수록 행복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워라벨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중장년이 행복하기 위한 일-삶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며, 서울시에서는 중장년 지원기관으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장년은 생애전환기라는 특성상 은퇴 후 노년기에 일로부터 벗어난 삶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후준비 차원의 접근도 요구된다. 2016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이 노년기 진입 이전 사전적으로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영역에서 균형잡힌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진단-상담-교육-기관연계-사후관리 등을 지원하는 노후준비서비스가 실시되고 있다. 2021년 법개정을 통해 노후준비서비스 전달체계는 기존의 국민연금공단에서 지자체와 협력하는 체계로 개편되었다.

 

서울시에서 중장년 대상 지원 조직인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의 일과 사회참여, 노후준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그간 운영 경험을 통해 중장년의 일과 행복을 지원하는 전문서비스기관으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전국 최초로 중장년만을 위한 공간 복지를 펼쳤으며, 이미 중장년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일과 활동 지원 모델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우리 사회 중장년의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사회문화환경을 조성하고 중장년의 현재 행복한 삶을 위한 일·생활 균형 모델 제시, 노년기 행복까지 담보할 수 있는 중장년의 노후준비 지원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1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이상이면 고령사회, 20%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한국의 경우 고령인구 비율이 2000년 7.2%에서 2018년 14.3%로 증가하였으며, 2025년 20.3%로 더욱 증가할 전망된다.

2 Havighurst, R. J.(1972). Developmental tasks and educations. New York: David McKay

3 Levinson, D. J.(1978). The Seasons of a man’s life. New York: Ballantine Books. 이진구 외(2018). 중장년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 평생교육·HRD연구. 14(3), 1-30

4 황남희 외(2019). 신중년의 안정적 노후 정착 지원을 위한 생활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혼인연령, 출산자녀 수, 자녀의 부양에 대한 인식, 은퇴연령, 기대여명 등의 평균적인 수치로 한국인의 가족부양시기를 산정한 것이다.

5 기존 연구 및 행정 자료에서 40~64세의 중장년으로 통계치를 제시하거나 40대, 50대, 60대 이상의 연령대로 통계치를 제시하는 경우가 혼재되어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자료별 연령 구분에 따라 중장년의 특성을 살펴본다. 여기에서 별도의 출처 표기가 없는 경우, 통계청(2022.12.20.), 2021년 중·장년층 행정통계결과의 자료를 활용하였다.

6 통계청(2023).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7 통계청(2022). 경제활동인구조사

8 고용노동부(2022).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9 2022년 연간 기준 한국 1,904시간, 미국 1,822시간, 독일/덴마크 등 1,400시간 미만 등이다.

10 통계청(2021). 사회조사

11 여기에서 별도의 출처 표기가 없는 경우 이태진 외(2021).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연구-국제비교를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활용하였다.

12 0~10점 척도로 숫자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 한국행정연구원(2022). 사회통합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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