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사진은 또 다른 언어라 할 수 있다."

 

 

 

사진인문학 수업은 사진이 단순한 기술이 아닌

소통을 위한 언어도 될 수 있다는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아

이제는 일상의 도구가 된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으로 진행된다.

 

특히 천경우 작가, 박평종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전시기획자, 박주석 작가, 오형근 작가, 김옥선 작가까지

사진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나서 사진철학과 작품 아이디어, 전시에 이르는 과정 등

사진학 전반에 걸친 심도깊은 얘기를 나누게 된다.
 

총 10회에 걸쳐 사진의 기원부터 소통언어로서의 사진, 사진의 원리를 활용한 화가 이야기,

한국인과 사진의 만남, 기술에서 예술로 발전한 사진의 발전사 등을 전문가가 자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서양과 한국에서 갖고 있는 사진 개념의 비교부터 한국사진의 흐름, 예술작품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사진학 전반을 흥미로운 주제와 작품예시를 통해 알아보게 된다.
 

특히 10회 중에서도 총 3회차에 걸쳐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통해

다양한 작품세계와 작업 과정 등을 작가에게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 중 <아줌마>, <소녀연기>, <화장소녀>, <중간인> 등 집단의 초상 작업을 계속해 온

오형근 작가의 작품세계를 직접 들여다보는 '2번째 작가와의 만남' 현장을 자세하게 소개해본다.

 

이번 작가와의 만남 시간은 박평종 작가와 오형근 작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오형근 작가의 <아줌마>, <군인들>, <여중생들> 등 집단 초상 사진을 직접 보며

작가의 의도와 연출법 등을 자세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형근 작가 

 초상 사진에 대한 미학적 원리, 개인 보다는 집단의 초상을 작업 하는 작가 

 

 

 


 

 아줌마 

1990년대 중후반, ‘아줌마’ 들의 집단 초상 작업을 통해 한국의 사회문제로 부각시켰다.
이는 긍정성과 부정성을 모두 나타내는 작업이지만, 작가는 주로 부정적이고 나쁜 시각을 표현 하고자 했다.
작가는 무단횡단을 하면서도 당당한 아줌마의 모습에서

누구도 가질수 없는 당찬 소신과 행동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시키는 집단적인 초상화 작업을 한다.
또한 작가는 사진의 톤, 조명 등 디테일한 것을 중요시하며

여러 아줌마들의 사진에서 퍼머 머리, 눈썹 모양, 입술 화장, 장신구 등 시각적인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특징을 표현하기 위하여 미끈하고 반짝이는 피부 질감을 표현하기 위하여 조명기술을 다양하게 구사했고

인화지에서 대비를 좀 더 강하게 주어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배경으로부터 인물을 확실히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을 사용했다.


 

작가는 ‘아줌마’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표정과 느낌을 긍정의 입장으로 표현하려고 초상 사진을 시작했으며

본인의 어머니 얼굴을 모티브로 작업했다.
특히 사진을 통해 이 사회가 중년 여성들에게 강하게 보이고 정형화 된 겉치례를 강요한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작품은 각자 다양한 아줌마들의 표정에 따라 각기 다른 주제의 이름을 붙였으며,

초상권의 문제로 인하여 일반인 보다는 보조 연기자의 의도된 연출로 3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전시 할 수 있었다.

 

 

 

 


 소녀 연기 

원제는 ‘소녀 도감’ 이었으나 어감이 좋지 않아서 제목을 변경했다.
작가는 소녀들 또한 아줌마들처럼 매스컴이나 미디어를 통해 상업적인 유형으로 정형화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소녀들의 일거수 일투족과 제스츄어, 연예인을 무조건 따라 하는 모습 등이 그대로 보여지도록 작업했고
특히 소녀들의 뒷배경을 동일한 바탕을 활용하여 인물을 부각시키도록 연출했다. 

 

사진에서는 부드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이 섞여 있기도 하고

물과 노을 등의 이미지가 소녀들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반 여학생과 연기 학원생들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신체적인 차이는 없지만 표현하는 자세와 포즈가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작업 시에는 서로 다른 조명을 사용하여 인위적인 팬시용품 같은 느낌을 연출했고

피부, 자세, 인상, 광택 등 디테일한 부분을 통해서 작품간의 차이를 읽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시차를 달리하여 초상을 바라보는 연출을 의도하기 위하여 여러 사진을 한장에 인화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여학생을 성 상품화 하는 경향이 많은 일본문화의 영향력을 알려주려는 의도로 사진에 등장하는 이름을 한자로 표기했다.
또한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는 만들어낸 인물이 진실일수도 있다는 의미와 함께
왜 이 소녀들은 연기를 하려는 걸까? 라는 의문점에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화장 소녀 

'소녀 연기'에서 몸에 밴 제스츄어를 통해서 감정을 읽어내려 했다면,

이 '화장소녀'에서는 화장법을 통해서 사춘기 소녀들의 인물을 분석해보는 작업이다.
초상 중에서도 더욱 디테일하게 얼굴 가까이에서 화장을 들여다보며

소녀들의 문화, 감정, 상황, 행동 등의 형태를 알 수 있다. 
 

미숙한 소녀들은 대부분 연예인의 영향을 받아서 화장을 따라 하고 있기에 그러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그러면서 왜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배우고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무작정 연예인을 따라 하는 모습은 은연중에 남성들이 원하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제기함과 동시에

상품화, 정형화된 화장법에 대한 불편함도 함께 표현하고자 했다.

 


 


 중간인 


서양인의 인종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고 그 감정을 담아 작업하게 되었다.
어떤 인물의 내면적인 모습보다는 얼굴로 대표되는 겉모습에 더 관심을 갖고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또한 내면의 숨겨진 가치가 아니라 전면에 드러나는 외모 등 표면적인 것을 중시하는 모습과

그러한 과정을 통한 새로움도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

 

 

 

 

 

다양한 작품을 직접 보며 작품에 대한 의미와 작업 과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어

사진예술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준 오형근 작가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치며

한 참여자에게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 보다는

드러나서 볼 수 있는 부분(외면)이 나타나는 작업을 시도했으며,

때로는 극명한 외면이 진실한 내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