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나들이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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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나라 이집트>, <창령사터 오백나한전>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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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온도가 점점 더 여름으로 다가가고 있는 오늘은 6월 6일. 친구와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나들이 계획을 잡아 봅니다. 몸과 얼굴에서 탄력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나이지만,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친구와 함께 주말을 여유 있게 보내다 보니 지냈던 나를 찾을 수 있어서 너무 좋기도 한 우리는 50플러스입니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뮤지컬도 한편 보고, 전시회도 관람하는 등, 이곳에서 하루 종일 놀아 보기로 합니다.

 

 

전철을 이용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는데요, 전철역 안에는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 홍보용 포스터가 한쪽 벽을 차지 하고 있었습니다. 이촌역에서 하차해서 몇 번 출구로 나가야 될지 좀 헷갈렸는데요. 포스터가 떡하니 나타나서 제대로 왔구나 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오늘 제가 친구랑 박물관에서 관람할 전시는 바로 창령사터 오백나한전입니다. 그리고 뮤지컬도 한편 관람할 예정입니다.

 


박물관 입구에는 유독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요, 아마도 뮤지컬 공연을 보러 온 모양입니다. 오늘 제가 관람할 공연은 어린이 뮤지컬 ‘태양의 나라 이집트’입니다.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공연이였다는 후기를 보고와서 그런지 벌써부터 기대만발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객석은 하나 둘씩 관객으로 채워졌는데요. 대부분 부모님들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저희처럼 성인끼리만 온 관객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공연을 보러 종종 다니긴 했었지만, 아이들하고 함께 하는 공연은 관람보다는 눈높이가 아이에게 맞춰진 상태라 공연에 집중을 하기란 어려웠습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에 집중을 할 수 있어, 공연 시작 전부터 마음이 설렜습니다.
 


커튼콜 전 배우들이 모두 객석으로 내려와서 사진을 찍어 주는 포토타임입니다. 이집트 여왕역을 맞았던 배우가 객석을 향해 ‘배우들이 객석을 전부 돌면서 포토 타임을 가질건데 어린이 어러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앉아서 기다려 달라’는 안내 멘트를 하자 경쾌한 음악이 흘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돌아다기 시작했습니다. 


배우들은 경괘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객석을 돌다, 기념사진을 위해 관객에게 포즈를 취해 줍니다. 저와 함께 사진을 찍은 이 배우는 용감한 전사 하쿠나입니다. 춤을 추며 제 앞을 지나 가는 배우님께 소심한 목소리로 ‘어른도 사진촬영 가능한가요?’ 라고 물었는데 선듯 옆에 와서 포즈를 취해 줬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포토타임으로 할애 해주었던 배우들의 팬서비스로 원하는 관객은 누구나 추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로 뮤지컬은 꽤 재미있게 막을 내렸습니다. 저도 물론 아주 재미있게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주고 그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공연이었습니다. 또한, 나를 위한 삶의 여가시간을 좀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뮤지컬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 건물 건너편에 있는 전시관으로 이동을 합니다.

 

 

비가 오락가락 함에도 전시관에는 많은 인파가 눈에 띄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전>은 국립중앙박물관 1층전시관에서 진행됩니다. 본래 입장료는 삼 천원이지만, 방문당일이 현충일인 관계로 특별히 무료관람이 가능하다하니,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안으로 들어와 보니 전시실로 가는 곳곳마다 볼거리가 꽤 있었습니다. 행사장 중심에 위치한 비석과 석탑 주변에는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이 노트에 메모를 해가면서 보물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경춘사 10층 석탑은 층층의 높이를 세며 11층이라는둥 9층이라는둥 의견이 분분하다 합니다. 우리는 안내문에 "10층이라고 적혀 있으니 10층이 맞겠지!!"맞장구를 치며, 목적지인 오백나한전을 향해 걸어갑니다. 
 

  
 
 

강원도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은 오래 전, 폐사된 절터에서 2001년에 발굴되었습니다. 나한은 불교의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로서, 다른 사람들을 그 길로 인도하는 자를 말합니다. 조각에 표현된 다양한 표정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불가의 진리를 깨우친 성자 ‘나한’이 일상 속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와 마주합니다.

 


수행하는 나한, 가사를 두른 나한, 전시관에 있는 나한은 모두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온화한 미소에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전시회 포스터의 표제 "당신은 당신으로부터 자유스럽습니까?"를 보며, 오늘 이런 나의 모습이 자유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자유스럽게 나와 있지만 무언가에 구속되어 있는 것인지, 잠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 순간의 자유를 맘껏 누리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란 생각이듭니다.

 


어두운 전시관, 희미한 빛을 등불 삶아 나한을 스케치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나한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온화함을 직접 느껴보고 싶으신가 봅니다. 

 


전시관을 다 돌아보는 것은 1시간 정도가 소요 되었습니다. 비록 좁고 협소한 전시공간이지만, 그곳에 있는 나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미소에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오백나한전 전시회는 6월 13일까지기 때문에, 이 글이 올라갈 즈음에는 전시는 끝났겠지만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서 한번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돌아볼 수 없었던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친구와 단 둘이 보낸 나를 위한 여가시간. 학창시절의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하고, 평소 소홀했던 친구에 대해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부모부양, 육아에 묶여, 잊고 지냈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의 50플러스를 즐겁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