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집’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시행한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참여한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의 결과물입니다.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더함플러스협동조합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모두들과 그 너머

 

활동회원 오피니언

박소연

 

재작년에 ‘모여라 주거협동조합’(이하 ‘모두들’)에 입주했던 나는 현재 ‘모두들’에서 나와 다른 집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모두들’에 열심히 놀러 가는 중이다. 나는 입주할 때부터 ‘모두들’을 대안 공동체로 이해하고, 사회의 난민문제, 청년빈곤 문제, 주거문제 등 여러 맥락의 사회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공동체로 여겼다. 그러니까 공동체가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이 강했던 것이다. ‘모두들’에서 살다가 떠나면서 많은 생각이 동시에 스쳤다. 양 끝단에 있는 생각들 속에서 마음이 이리 저리 널뛰었다. 모두들은 치안이 좋지 않고 자연이라곤 콘크리트에 난 이름 모를 풀과 무서운 산 뿐인 곳에 위치했다. 이곳에서 벗어나 자연도 적당히 누리고 깨끗하고 안전한 거리를 누릴 수 있는 서울의 어딘가를 생각한다. 그러다가 또 터무니없는 생활비 때문에 아등바등 대느니 적절한 집세와 생활비를 지불하며 여기서 사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모여 살며 새로운 관계를 꿈꾸다가도 이제 그만 혼자서 외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고, 더 이상의 사람은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집, 우리가 만드는 규칙 속에서 살고 싶지만, 내 육신과 영혼을 온전히 책임질 이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무게가 무겁다. 많은 시간 열심히 ‘모두들’에 대해 고민하고 집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어느 날은 모든 것을 툭 털어내고 그로부터 나를 방어했다.

 

결국 공동체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은 작은 이 순간 내가 살아내는 것 자체였고, 딱히 ‘해결책’은 찾아내지 못했다. 공동체가 사회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는 지난 날의 나의 믿음은 신기할 정도로 붕괴했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 공동체를 바라보는 것은, 저비용으로 지역 사회를 활성화 시키려는 정책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한국의 정책을 살펴보자면, 1960~90년대에는 국가 주도의 물리적 재개발과 같은 방식이었다가 2000년 이후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였다.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함께 물리적 재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정체성, 문화, 참여와 같이 도시의 삶을 포괄하는 도시 재생으로 지역 발전 정책이 변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나 예술가 집단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모두들’이 지속적으로 문화재단 및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하지만 실제 지역에서 일어나는 과정들은 끊임없는 일상이 쌓이고 반복되는 일이다. 즐겁고, 불안하고, 지치는 일들이 줄기차게 남아 이어진다. 해결하고픈 사회문제를 목표로 정해두고 달려가더라도 변수가 많아 쉽게 목표 지점에 다가가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니 사회문제를 해소했다고 이야기되는 공동체들은 ‘오래 살고 보니 이런 날도 있군’ 하는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공동체를 투입해 사회문제해결을 도모하려는 정책이 왕왕 실패하는 것은 성공의 조건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공동체는 도구로써 사용하기 어렵다. 사람과 상황이 다양한 만큼 변수와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해결하려고 덤벼도 자기 맘처럼 해결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공동체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애당초 어려운 일이라면 ‘모두들’이 굳이 지역 사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 순간 ‘모두들’만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각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까지 ‘모두들’에 쌓인 이야기들로 어떤 이야기를 엮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과 상황이 한 공간에 모여 있기 때문에 공동체들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획일화된 조건 보다 더 큰 가능성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모두들’에 들어와 사는 친구들은 입주한 이후로 큰 변화 를 겪는다. 누군가와 함께 동거한다는 것과 ‘모두들’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들이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나 또한 ‘모두들’에서 살던 1년 동안 생활방식과 생각 그리고 고민이 집약적으로 변화했다. 우리 몸에 새겨진 ‘모두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10년 뒤 세상의 뒷목을 칠 놀라운 상상력을 고민한다면 안정적인 ‘모두들’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새롭고 놀라운 모두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소연

사회학을 바탕으로 도시, 공동체, 도시 재생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명한 정치사회학 책을 읽었을 때 받은 충격처럼, 충격과 흥분으로 가득찬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직 못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