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젠가는 은퇴한다. 하물며 직장인이라면 은퇴는 숙명에 가깝다. 정년까지 어찌 버텨본다고 해도, 그 뒤에 남은 기나긴 삶이 두렵다. 하물며 조기 은퇴라니. 당장 먹고 살 문제만 생각해도 막막해진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은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날이 갈수록 노동강도가 세지는 직장 생활을 경험하며, 별다른 준비 없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어려움을 목도한 그들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유행의 대척점에서 철저한 조기 은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파이어(FIRE) 운동, 즉 경제적으로 자립한(Financial Independence) 자발적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실천하는 이들을 파이어족이라 한다. 파이어족으로 사는 것은 매일의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안고 사는 삶을 지속하는 것을 거부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소비를 조장하는 시장의 유혹과 결별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삶을 재조직해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성취하고 남은 삶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삶을 선택하는 결단이다. 

 

이들 파이어족은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텃밭에서 채소 등 식재료를 직접 길러 먹기도 하고,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공유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며, 영화관 나들이와 외식보다는 친구들끼리 모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관람하는 등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생활의 윤기는 잃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한다.

 

재정적으로 자립하고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25’와 ‘4%’라는 두 가지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

’25’의 법칙은 1년을 살기 위한 금액의 25배를 마련해야 조기 은퇴가 가능하다는 의미.

가령 1년 생활비로 5000만 원을 가정한다면 그 25배인 12억 5000만 원의 종잣돈이 필요하다.

 

‘4%’ 법칙은 조기 은퇴자가 25의 법칙에 의해 마련한 종잣돈의 수익금 중 4%를 남겨두고 나머지로 생활할 수 있어야 인플레이션과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 등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파이어 운동의 기본적인 개념은 짧게 벌고 길게 쓰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은퇴 생활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상관없는 것들을 줄이며 소소한 만족감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은퇴 후에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파이어족은 재테크의 방식이라기보단 라이프스타일의 문제에 더 가깝다. 파이어족에겐 조기 은퇴를 통해 자기가 추구하는 삶을 살겠다는 굳은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물론, ‘25의 법칙’과 ‘4% 법칙’에서 알 수 있듯 은퇴 후를 위한 체계적인 재무 설계는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선결 조건이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