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몽! 지금부터 시작이다. 나의 꿈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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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50+ 남부캠퍼스 아몽 바이올린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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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 셔츠에 하얀 바지 그리고 단아한 꽃나비 스카프, 까르르 웃는 모습에 소녀 감성이 남아있다. 50+ 여성들로 구성된 바이올린 동호회. 지난 19일(금) 오전, 경기도 부천시 경인로에 있는 카페 연습장에서 그들을 만났다. 인터뷰는 자못 진지했다. 어떤 이는 인터뷰 도중 기억이 나질 않을까, 감정을 놓칠까 걱정되어 답변 토씨까지 적어왔다. 코로나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확장 분위기이다. 만남이 매우 조심스럽다. 모두 마스크를 벗지 않고 눈으로 표정을 보면서 대화를 나눴다.

 

 궁금했다. 중년 여성들로 구성된 바이올린 동호회 이름 ‘아몽’이 무슨 뜻인지. 코로나가 주위에 맴돌고 있어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만나서 연습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아몽은 한자 뜻풀이로 아(我), 꿈 몽(夢)이다. ‘나의 꿈’이다. 아몽은 오래전부터 – 아마도 사춘기 소녀 시절부터, 아니면 자식들이 성장하고 생활에 여유가 생겼을 때, 바이올린 연주하는 모습과 소리에 ‘삘’(feel)이 꽂혔던 마음을 간직하다, 모월 모시 악기 전시 판매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4명이 서로에게 불꽃이 튀면서 도원결의했다. 작년 10월 일어난 사건이다. 신생팀이다. 지금은 회원이 7명으로 급성장(?) 했다. 얼마나 의욕이 넘치는지, 안상은 회원은 하루에 6시간 연습한다고 하고 윤을하 회원은 저녁에는 헤드폰을 쓰고 전자 바이올린으로 연습한다고 한다. 그 나이에, 헐~ 대학입시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앙상블 연주는 개인 연습이 끝나면 단체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올 2월 ~ 3월 두달은 코로나가 한창이어서 단체 연습을 하지 못했다. 4월 기세가 꺾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될 때 그들은 다시 만났다. 그래서 방역 지침을 엄격히 지키면서 5월부터 단체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건강한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신생팀이라고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결성 2달 만에 첫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작년 12월 2일 서울 구로구 궁동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떨리는 손으로 활을 잡았다. 예스터데이, J에게,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사랑으로 등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팝송과 대중가요를 들려드렸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아몽 회원들은 이미 피아노, 첼로에서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경숙 회원은 한때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맡기도 했다. 윤을하 회원은 첼로, 아코디언, 기타, 클라리넷이 가능한 만능 연주우먼이다. 아몽의 살림꾼이자 프로그램 기획자이다.

 

 

 

<지난 해 구로구 종합사회복지관, 데이케어 센터에서 연주 봉사 모습>

 

 그렇다면 바이올린이 만만한 악기? 천만의 말씀, 답은 ‘아니다’이다. 왼손의 팔꿈치를 올리고 비틀어서 바이올린의 현을 짚어 음정을 내야 하는 운지법부터 힘들다. 활을 잡는 오른손도 매한가지다. 평소 50+의 자세가 전혀 아니다. 그리고 초급과정이 지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비브라토’가 기다리고 있다. 아몽 회원들도 아직 제대로 비브라토를 내기는 어렵다고 한다.

 

 문미애 회장은 이 바이올린을 애물단지라고 불렀다. 자식과도 같다고 했다. 품을수록 멀리 달아나고 내 손에 있어 버릴 수도 없다고 말한다. 레슨 선생님이 내주시는 숙제도 어렵다고 한다. 그렇지만 딱 마음잡고 3년만 하기로 했다. 아이처럼 힘들다고 칭얼댈 때마다 남편은 그만두라고 한다면서 오히려 그럴 땐 오기가 발동했단다. 회원들은 지금 바이올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바이올린은 소리의 여왕이라고 한다. 음색이 화려하고 음역대가 높으며 연주하는 모습이 품격 있어 보이지 않는가.

 

 

<사진 좌부터 이경숙 회원, 문서윤 레슨 선생님, 안상은, 문미애, 윤을하 회원>

 

<연습 연주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 때는 미소를 가릴 수 없어 마스크를 벗었다.>

 

 

 회원들은 이 어려운 악기를 자신들이 연주할 수 있게끔 지도하고 있는 레슨 선생님에게 감사의 박수를 모아준다. 문서윤 레슨 선생님은 천안에 사신다. 회원들과 동년배이다. 악기사에서 소개받고 의기투합했다. 교직을 마치고 지금은 바이올린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레슨 선생님은 마음이 여리고 감정이 복잡한 중년 여성 지도법 팁 하나를 준다. 연주에서 미흡한 점을 지적하려고 할 땐 먼저 칭찬을 9개 한단다. 그러고 나서 “이거 하나만 고치면 되는데....”라고 말하면, ㅋㅋ 집에 가서 열심히 연습한다네.

 

 인터뷰가 길어졌다. 이젠 연주를 청했다. 실력도 점검할 겸. 감히 내가 음악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죄송스럽지만, 사진을 찍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클래식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 웬걸! ‘내 나이가 어때서’ 그리고 ‘보랏빛 엽서’가 연주되었다. 요즘 트로트가 대세다. 아몽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은퇴자 중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봉사 연주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집에만 있으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다. 이들은 ‘둥지’ 증후군에 노출된 50+ 시기이다. 그들에게 친숙한 노래로 다가가기 위해서 트로트를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될 것 같아 비대면 라이브 공연 계획을 꾸미고 있다. 일명 <50+ 사랑의 콜센터>, 멋지다. ‘사랑의 콜센터’ 진행 방식은 남부캠퍼스 관내 복지시설의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곳과 아몽이 연주하는 곳에서 이원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희망곡을 신청하면, 멀리 떨어진 아몽이 실시간에 희망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으로 공연을 감상한다. 이날 어르신들이 생신을 맞이했다거나 특별한 기념일이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몽 회원들의 노트와 메모, 사랑하는 바이올린>

 

 

 계획된 인터뷰를 마치고 커피 타임이 같은 자리에서 뒤풀이로 진행되었다. 이제 동네 어머니 사랑방 대화가 시작됐다. 웃음이 한껏 녹아있는 ‘라떼...’성 말씀이 나왔다. 다들 손주까지 보신 50+이기에 삶의 지혜와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딸과 날카로운 육아 신경전을 벌인 이야기도 꺼낸다. 손주 보는 것이 자식 키우기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혹시라도 누가 될까 봐 그렇단다. 그러니 어머니 역할보다 할머니 노릇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남편 흉을 보면서 사랑의 눈빛은 초승달을 그린다. “육십까지 달려온 인생의 역에서 늘 그리워하다 만난 바이올린에게 조급하지 않게 아끼며,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달라고 청해보는 것이 하루의 즐거움”이라며, “신나는 연주가 필요한 곳으로 찾아가는 멋진 아몽의 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헌신했고 직업에 충실했으니 이제는 당당하게 이것은 “나의 권리다.”라고 외치면서 오늘도 바이올린을 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