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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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세상 모든 일이 말처럼 쉬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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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이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흔히 하는 한탄이다. 그러나 정말 말이란 쉬운 것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런 것도 같지만 그 쉬운 말을 제대로 잘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걸 보면 말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ㅣ 말은 정말 쉬울까?

 

연속기획 첫 편에서 우리는 50+세대가 언어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사실 언어사용의 어려움이란 유사한 조건에 놓인 모든 세대가 함께 겪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편에서는 말이 어려운 이유를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

 

거의 모든 사람이 거울을 가까이하고 산다. 특별히 자기 외모에 관심이 커지는 나이가 되면 하루에도 수십 번 거울을 보며 자기 외모를 살핀다. 그러면 용모와 복장의 잘잘못을 알게 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말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은 어떤 도움 없이는 거울로 보는 것처럼 자기 언어가 어떤 모습인지, 상대에게는 어떤 모양으로 전달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자기 말의 단점이나 잘못을 알 수 없고 그것을 고쳐나가기도 어렵다. 그저 말이란 참 어렵다고 탄식할 뿐이다.

그래도 50+ 세대를 포함해 말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 어려움을 헤쳐나갈 최소한의 준비는 된 셈이다.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기 말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지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ㅣ알라딘의 마술램프

 

우리 언어는 곧 우리 생각이다.

그러므로 언어가 어렵다고 느끼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의 생각이 부족하거나 정리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의 생성을 돕거나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처럼 말이 되면 참 좋겠다.”라는 소원을 품은 사람은 적어도 그 생각이라는 것을 먼저 정리해 놓고 나서 알라딘의 마술램프를 문질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램프요정 지니가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도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처럼 정리되지 않은 말을 하게 될 테니 아깝게도 소원 하나를 그냥 날려버리는 셈이 된다.

말을 잘하고 싶으면 멋진 음성 만들기나 요령 습득에 앞서 자기 생각을 먼저 정리하고 그 생각을 나타내는 언어표현력을 갖추어야 한다.

 

 

 

 

 

 

l 자기 생각처럼 말을 해야만 하는 이유

 

말하기라는 것이 여간해서는 우리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동안 쌓인 오해를 풀자고 사람을 만났다가 말싸움 끝에 더 큰 오해를 안고 돌아오는 일이 수두룩하다.

자신은 분명히 명쾌하게 설명하는데 상대는 고개를 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서적으로 충만한 느낌을 분위기 좋게 설명하는데도 상대는 공감하지 못하는 일도 많다.

정말이지 말이란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말하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살다 보면 자기 생각과 마음을 언어로 표현해야만 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언어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생존을 위한 소통의 수단이다. 그러므로 자기 생각처럼 말하는 것은 사회인으로 살아가기에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l 생각처럼 말하기 위한 해법

 

우리가 생각처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겠지만 원론적으로는 첫째, 말하려는 생각은 있지만, 그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탓이다.

이 경우 생각처럼 말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리가 안 된 생각을 그대로 내뱉으니 말도 뒤죽박죽될 뿐이다. 이런 사람은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말과 생각이 분리되는 두 번째 이유는 생각이 정리되어 있더라도 그 생각을 말하려는 태도와 준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려는 생각이 준비된 후, 실행할 태도를 확고하게 하면 비로소 생각이 말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생각처럼 말하지 못하는 세 번째 이유는 정리된 생각을 음성언어로 옮기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적합한 대사를 위해 열심히 혼자 연습하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완벽한 문장은 완벽하게 구어로 표현되어야만 말이 완성된다. 같은 문장이라도 발화자의 발성, 발음, 억양, 포즈, 빠르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발화자의 표정과 자세, 태도, 호흡, 복장 상태 등 모든 것이 소통의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좋은 말을 위해 충분히 준비하고 연습하면 된다.

이러한 해법을 위해 다음 편부터는 우리 언어의 주된 기능인 쓰기와 읽기, 듣기, 말하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한다.

 

 

 

 

 

 

 

l ‘백설 공주’ 속의 마술 거울

 

동화 ‘백설 공주’ 속에서 왕비가 가진 거울은 왕비의 질문에 진실로만 대답한다. 그 때문에 백설 공주는 죽고 살기를 반복한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우리도 그런 거울을 가지고 있다. 거의 누구나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우리 언어의 모습을 보여주는 현대판 마법 거울이다. 자기 혼잣말이나 친구와의 대화를 저장했다가 다시 들어보면 자기 언어의 민낯을 여실히 보게 된다.

동영상을 이용하는 방법은 더 좋다. 자기 언어와 언어 아닌 소통요소들의 모습을 함께 알 수 있다. 가히 사람의 언어를 비추는 최고의 현대판 거울이라고 할만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돌려주는 자기 언어의 모습이 영 생소하더라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발전의 시작이다.

이제 마술 거울을 찾았으니 가능한 한 자주 자기 말의 모습을 비추어보아야 한다.

자기 말의 모습을 알려고 노력하고, 그것이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하고, 그 앎을 따라 몸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우리를 언어사용의 어려움에서 구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