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의 장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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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시민참여회의

2020년 여름, 대한민국의 서울 시민으로 살아가는 삶은 참으로 힘겨웠다. 유례없이 긴 장마로 어둡고 축축한 하늘을 내내 머리에 이고 살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더 빠르고 더 넓게 온 나라 사람들의 삶을 위협했다. 거기에 정치와 종교를 합친 신념에 충실한 사람들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뭇사람들의 마음은 오후 두 시 땡볕 아래 선 것처럼 달아올랐다. 마스크 한 장 너머의 세상이 위험하기만 하니, 그 안에서 갇힌 사람들은 일상을 잃거나 위축되어 살아간다. 이런 때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50+시민참여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50+시민참여회의는 기관 협력 사업으로 서울시 ‘민주주의 서울’이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두두&50+민랩’이 주관한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특별히 50+세대를 공론의 장에 서게 하는 일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로 50+세대의 지혜는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위해서 지난 5월에 15명으로 추진단을 구성했고, 추진단은 교육과 기획 회의를 통해서 시민제안을 발굴하는 회의인 소공론장과 이를 50+시민정책 제안으로 확정하는 과정인 대공론장을 설계했다.

 50+시민의 토론과 의제 발굴을 위한 소공론장은 2020년 8월 24일과 26일 두 번에 걸쳐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 중부캠퍼스에서 열렸다. 취재한 행사는 8월 26일 오후 2시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회의였는데, 50+세대와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10개의 정책의제 발굴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회의장인 중부캠퍼스 4층에는 ‘세대공존’, ‘공유’, ‘관계’, ‘환경’, ‘건강’의 5개 주제별 테이블이 마련되었고, 테이블마다 사전에 참가를 신청한 50+시민들이 도우미 두 명과 함께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두 시 정각, 진행자인 김수진 메인 퍼실리테이터가 행사 시작을 알렸고, 회의에 앞서 훌라댄스 공연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 고선주 생애전환지원본부장의 격려사가 있었다.

 이어진 50+시민참여교육에서는 홍익대학교 구민정 교수가 ‘민주시민과 아름다움’이라는 주제 강연을 했다. 구민정 교수는 상상하는 능력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며 50+세대가 사회적 상상력으로 민주시민의 역할을 감당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해의 도시 서울, 지혜와 용기가 가득한 도시 서울, 포용의 도시 서울을 상상하자고 요청했다.

 이어서 50+시민참여회의 개관과 과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진 뒤 회의를 시작했다.

 이날 소공론장의 중심인 회의는 1시간 20분 동안 주제 테이블 별로 주제 키워드 찾기와 구체적 문제 발견하기, 문제 정의하기 과정을 거쳐 각 팀별로 두 가지의 의제를 발굴했다. 테이블마다 모두 50+세대로 이루어진 구성원들은 예정된 시간을 꽉 채워 가며 진지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의제를 선정해 다듬는 각 과정에 참여했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두 개씩의 의제를 이어진 전체회의에서 발표했다.

 ‘세대공존’팀은 행복한 마을을 위한 세대융합 주거정책과 50+세대의 교육 공유를 위한 시스템 확장을 제안했고, ‘공유’팀은 50+가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 마련과 50+축제 개최를 제안했다. ‘관계’팀은 50+세대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50+세대가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제안했으며, ‘필 환경’팀은 다음 세대를 위한 친환경의 길과50+세대가 환경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건강’을 주제로 삼은 팀은 비대면 시대에 맞는 운동시스템 개발과 생활 주변의 운동 시설 확대를 제안했다. 이날 제안된 것들은 이후 추진단 회의의 숙의를 거쳐 추리고 다듬어져 실행 가능성에 기반을 둔 정책 제안으로 ‘민주주의 서울’에 전달될 예정이다.

 모두 열 개의 의제를 도출한 회의는 추후 일정을 안내한 뒤 끝났다.

 예정 시간을 살짝 넘겨 끝난 이 날 회의를 지켜보며 50+시민참여회의가 좋은 기획이며, 상당히 잘 준비되고 진행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50+시민참여자들이 적극적 태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생각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이 시대의 50+세대는 다음 세대가 깔아준 자리에 안주하는 세대가 아니라 창조적이고 생산적 역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세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날 회의를 마친 후 50+시민참여회의를 총괄기획 운영한 두두협동조합 이귀보이사장은 두 번에 걸쳐 소공론장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든 기획과 추진을 50+세대가 중심이 되어 능동적으로 감당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소공론장에서 발굴된 제안이 정책 제안으로 완성되는 일정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미루어지게 된 점을 아쉬워했다.

 참으로 힘겨운 2020년 여름날의 하루, 50+세대가 사려 깊은 민주시민으로서 서울시 정책 제안을 위해 힘쓴 시간은 이 시대의 암울함을 넘어서기 위한 받침돌이 될 수 있다고 여겨졌다. 새로운 세대를 낳고 길렀으며 그들과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50+세대는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시대의 물레방아를 힘차게 돌릴 수 있는 상상의 힘과 지혜를 가진 세대임이 분명하다. 그들의 참여와 지혜가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되고 수행되어서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보다 유익하게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