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언택트 수업을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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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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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길에 들어섰다. 스스로 작정하지 않았다. 뜻밖의 재앙을 만났기 때문이다. 낙오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공포감을 떨쳐내기 위해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지난 봄학기 50플러스 캠퍼스에서 수강료 환불 공지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19년 가을 학기에 들었던 같은 주제 강의를 이어 듣고 싶어서 접수했었다. 그 강의는 온라인 접수 시작한 지 불과 10-20분 사이에 마감된 강의라 허탈감은 더 했다. 마치 경쟁률 높은 시험에 합격했다가 취소 통보받은 것처럼 황당하고 허탈했다. 휑한 가슴을 채울 방법은 시간이 지나도 마땅한 게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가을 학기를 기다려야 했다. 강의 공지가 언제 올라오는지 각 캠퍼스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그러던 7월 어느 날 홈페이지에 익숙지 않은 단어 웹엑스(webex), 줌(zoom)이 등장했다. ’이게 뭐지!‘ 한동안 멍한 기분이 들었다. 본인의 부족한 IT기술 능력으로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대안을 찾을 방법은 없었다. 대안이라면 코로나19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언제 멈출지 알 수 없고,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가을 학기 개강 공지 날짜가 다가오는 즈음에는 원하는 강의가 미개설 될까 마음 졸이기도 했다. 드디어 9월 개강 강의 접수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은 비대면 강의 공지로 ’강의 장소‘란에 ’Webex 실시‘로 표기되어 있었다.

 

 더 이상 주춤거릴 수 없었다. 스스로를 낙오자로 만드는 것 같은 위기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듣고 싶었던 강의를 과감히 접수했다. 물론 비대면 강의다. 한편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산하 캠퍼스에서도 비대면 강의 수강자를 위한 webex 비대면 화상 어플 활용을 위한 강의를 개설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수강자가 속속 접수를 했다. 필자도 놓칠 수 없는 기회라 접수하려니 8월 중순 이후로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더 늦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중부캠퍼스 학습지원단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지원단과 8월 7일 1:1로 대면 실습과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나흘 뒤 8월11일 서부캠퍼스 학습지원단의 지원 강의 ’웹엑스 기초 사용법‘를 비대 면으로 처음 들었다. 복습하는 시간이라 어렵지는 않았지만 환경 설정 버튼 즉 음소거, 비디오소거 등이 조금 헛갈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가을 학기 강의가 시작되는 9월 1일이었다. 오전에 문자로 강의 시작 안내 문자를 받았다. 처음 접하는 비대면 화상 수업이라 30분 먼저 들어오란다. 워밍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초대장에 적힌 안내대로 미팅번호, 비밀번호를 쓰고 40분 먼저 들어갔다. 강의 주제는 ’소식지(중부락서) 만들기와 (과제)편집 아이디어‘로 첫 강의 내용은 ’소식지의 이해와 중부락서‘ 구성 분석이었다.

 

 일방적 전달 방식이었다. 대면 수업 같으면 수강생끼리 인사하고 소개하는 시간, 중부락서 책자를 직접 보고 다른 소식지와 비교하는 등의 쌍방 소통 수업으로 진행되었을 텐데 그 부분이 없었다. ’편집 아이디‘는 각자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으로 수업을 끝냈다. 좀 지루하고 얼떨떨했지만 첫 비대면 수업을 별 사고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9월 1일 비대면 첫 수업 듣고 이틀 뒤 9월 3일 오후 2시부터-4시까지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듣는 날이었다. 두 번째라서 마음 졸이지 않고 느긋하게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강의하는 장소 기기 문제인지 원인은 모르겠지만 강사님이 시작을 하다가 끊기기를 거듭하여 세 번째로 시도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사전에 수강자로부터 받은 소개 자료를 참고로 강사님이 질문하는 등 첫 수업과는 다른 분위기이었다. 두 시간 연결해서 수업 듣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는지 50분 수업 뒤 10분을 쉬었다. 실기가 바탕이 되는 수업이라 첫 시간부터 각자 집에서 해야 하는 미니북 만들기 숙제를 내줬다. 두 번째 수업이라 강의가 끊겨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화면에 잡힌 내 모습이 어색해서 비디오를 소거했다가 해제하는 등 딴짓도 했다.

 

 수업을 두 번 듣고 필자 수강 장비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데스크톱과 스마트폰을 연동해서 사용했는데 화면에 내 이름이 두 개로 보였다. 하나는 가상 배경으로 대체하고 하나는 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화면이 너무 크게 잡히는가 하면 잡히지 말아야 되는 방안 물건들까지 잡히는 게 아닌가! 쑥스럽고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상대방이 그런 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으리라 믿었다.

 

 두 개 기기를 이용한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듣기에는 화면이 적어서 데스크톱과 연동하는데 탑에는 마이크와 웹캠이 없다. 그래서 두 개의 기기를 이용한 것이다. 새로운 수업 형태에 적응하기도 벅차서 웹캠 매장에도 다녀오고, 유튜브에 올라온 비대면 수업에 필요한 장비에 대한 정보도 수집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웹캠 대신 구형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웹캠 대신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웹캠 가격이 급등해서 당장 장비 구입이 망설여지는 상황에서 유용한 정보가 아닌가! 어플 ivcam을 깔고 실행해 보니 신기하게 훌륭한 카메라 노릇을 했다.

 

 지난 9월 10일에는 오전에 동네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성인 독서회에서 zoom 프로그램 화상 토론회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그림책 만들기 강의 두 번째로 듣고, 저녁 먹고 7시부터 1시간 동안 시민대학 주관 ’코로나19 블루‘ 강의도 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화상회의를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오가는 시간 등 불편함을 상쇄해 차츰 애용하는 쪽으로 간다는 말이 실감 나는 하루였다. 하루에 강의 3개를 장소를 달리해서 들었다면 피곤했을 텐데 그렇지 않고, 시간에 쫓기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전자편지, 문자, SNS도 비대면 간접 소통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화상미팅이나 수업도 두려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비대면 수업을 들으며 뉴노멀 시대에 적응해 가는 본인이 쑥스럽지만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IT기술도 보강하는 등 좀 느리지만 따라가고 있으니 말이다. 흔히 50+세대한테 좀 쉬엄쉬엄 일해도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배우는 것은 쉬엄쉬엄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