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울50+(뉴딜)인턴십 참여자 인터뷰 ⑦

50+지역사회 브릿지 인턴십 | 이종신

 

㈜마을톡(대표: 조기환)은 ‘공릉생활’이라는 앱을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공릉생활은 맛집 정보, 놀거리와 볼거리 정보, 지역 매장 소식 등 공릉동에서 일상을 보내는 데 유용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공릉동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줄인다는 목표 아래 올해 7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기업은 2020년 서울50+인턴십 50+지역사회 브릿지 인턴십에 참여했다. 50+세대가 노원 지역 사회적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지역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사업이다. ㈜마을톡에는 7월부터 10월까지 세 명의 50+인턴이 근무한다. 10년 넘게 공릉동에 거주해온 이종신 님(51)도 이 기업에 합류한 50+인턴 중 한 명이다.

 

사업장 소재지, 사업 아이템이 모두 공릉동에 기반하고, 주민이 공릉생활 앱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라는 점에서 ㈜마을톡은 명실상부 공릉동 마을 기업, 공릉동 지역 기업이라 할 만하다. 오랜 기간 주민으로 살아온 지역에서, 지역 기업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은 어떤 경험일지 궁금했다.

 

 

- 50+인턴십에 참여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일을 찾으려고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중이었어요. 지역 신문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50플러스재단을 소개해줘서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이런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지원했죠.

 

-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나 보네요.

그렇죠.

 

- 사실 인턴이라는 건 50+세대에게는 낯선 개념이잖아요.

처음 지원할 때 자세한 내용은 몰랐어요. 인턴십에 대해 정확히 숙지하고 지원한 것은 아니었고, 4개월 정도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활동 전 교육 때 영화 <인턴>을 보고 처음 인턴십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나이에 인턴이라는 걸 해볼 기회가 잘 없으니 흥미로웠죠.

 

- 인턴십에 지원할 때 근무 희망 처를 두 곳까지 적게 되어있죠. ㈜마을톡 근무를 지망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사회복지사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사실 1지망 근무처는 (사회복지 관련) 센터 같은 곳이었고, 2지망으로 적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마을톡을 선택했는데, 여기서 근무하게 된 거죠. 그런데 여기 일이 너무너무 재밌는 거예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왔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반전이 있어서 재밌는 것 같아요.

 

두 명의 청년 창업가와 세 명의 50+인턴. 공릉생활 다섯 식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종신 님은 대학 졸업 후 자유직과 자영업에 몸담았다. 결혼을 하면서 오랜 시간 전업주부로 지냈다. 대학 동창 모임에 나갔다 친구의 소개로 한 신문사의 독자관리팀에서 뒤늦은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애들도 다 컸으니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마흔 넘어 시작한 일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조금씩 힘에 부치고, 일을 더 잘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에 직장 생활을 정리했다. 집에만 있는 것은 답답하다고 느끼던 차에 50+인턴십을 알게 돼 ㈜마을톡에 합류했다. 큰 망설임 없이 도전한 직장 생활이 그랬던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인턴 생활도 만족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계속 “운이 좋다”고 표현했다.

 

- 어떤 업무를 맡고 있습니까.

7~8월에는 (공릉생활 앱) 데이터 수집 기간이었어요. 앱에 내용을 채우는 일을 한 거죠. 동네 매장 정보를 사진과 함께 올리거나,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후기를 올리죠. 진짜 제가 공릉동에 12년, 13년 살면서 돌아다닌 것 보다 두 달 동안 공릉동 곳곳을 더 많이 돌아다닌 것 같아요. 9월에는 데이터 수집을 하는 동시에 여러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공릉동에 있는 다섯 개 공방(목공, 가죽, 도자기, 양초, 꽃꽂이)을 선정해 '공릉에 살다'라는 제목으로 지역 주민 대상 원데이 클래스를 직접 진행했습니다. 공릉생활 인스타그램으로 지원자를 모집했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영상도 올렸죠. 주민 반응이 진짜 좋아서 무척 보람을 느꼈어요. 지금은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인 상황이어서 공릉동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공릉동 도깨비시장 정육점 사장님을 인터뷰했죠.

 

- 기본적으로 외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출근해서 회의하고 ‘오늘은 어디 어디를 가자’ 정하고 동네를 쭉 다녀요. 도깨비시장에 가서는 수산물과 축산물을 파는 몇몇 가게를 정해서 할인 행사 품목과 같이 매일매일 바뀌는 정보를 업데이트해요. 카페 같은 경우는 갔을 때 콘센트가 있는 자리가 비어 있으면 즉시 글을 올려서 알리고요. 어디에 공부하기 좋은 카페가 생겼다 하는 정보도 올리죠.

 

- 주로 방문하는 곳은 식음료 매장인가요.

업종은 가리지 않아요. 대부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죠. 공릉생활 앱을 보면 음료 매장도 있지만, 좋은 데이트 코스를 소개하기도 하고, 수다 모임도 있고, 카테고리가 몇 개 있어요.

 

(공릉생활 앱 화면 갈무리)

 

“호박잎과 노각은 직접 농사지은 거라고 합니다. 엄청 싱싱싱! 오늘 배 무쟈게 좋다고, 어렵사리 구하셨답니다.”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곳입니다. 반려견과 산책 후 차 한 잔 다른 분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려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복숭아와 수박 할인행사 중! 24시간 영업이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할 수 있어요. 2층엔 반려동물용품과 이 세상의 모든 소스가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솔~~”

“와 저렴하고 맛있고 분위기 좋고 딱 제가 원하는 학교 앞 포장마차 느낌의 삼겹살 집이었습니다.”

 

공릉생활 앱에 올라오는 정보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입에서 입으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지던 온갖 동네 소식이 스마트 폰 화면으로 자리를 옮긴 느낌이다. 다만, 공릉생활은 ‘맛집’, ‘오늘의 수산’, ‘데이트’. ‘반려동물’, ‘카페’, ‘도깨비시장’과 같이 카테고리를 정해 체계적으로 정보를 분류하고 축적해간다. 단순 정보 외에도 인터뷰와 같은 시도로 좀 더 깊이 있게 공릉동 주민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로 진화하는 중이다.

 

- 여름이라 돌아다니기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너무 더웠어요. 하루에 만 오천 보를 걸은 적도 있었죠. 좀 힘들기는 했는데, 이 일이 제 적성에는 맞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는 사무직으로 일해서 제 적성을 몰랐는데, 생각보다 돌아다니는 게 재밌더라고요.

 

- 코로나 때문에도 애로가 많았겠죠.

서울생활사박물관 같은 곳에도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방문할 수가 없어서 못 했죠. 그래서 아예 ‘코로나’ 카테고리를 만들었어요. ‘여기는 며칠부터 며칠까지 휴업하더라’, ‘여기는 이렇게 바꿔서 영업한다더라’ 식으로 현재 이용할 수 없는 곳의 정보를 올리는 거죠.

 

-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가게 사장님들 중에 정말 열심히 하는 분들을 발견해서 많이 놀랐어요. 정육점 사장님은 매장을 차린 뒤에 공부하기 위해 대학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하셨다고 해요. 한식 자격증도 따시고요. 재래시장의 젊은 상인들을 모아서 배달 서비스도 계획하고 계세요. 정말 되게 열심히 하시는 모습에 감동했어요. 가게에서 그냥 물건만 살 때는 몰랐는데, 다들 스토리, 히스토리가 있더라고요. 공릉동에 정말 구경거리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제가 직장에 다니느라 이전에는 동네를 많이 다녀보지 못했는데, 옛 화랑대역 쪽에 철도공원도 있고, 경춘선숲길도 있고, 진짜 많더라고요. 커뮤니티도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고요.

 

공릉동의 재래시장인 도깨비시장은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같이 들르는 곳이다. 

 

그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현장 조사를 다니며 동네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됐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고, 열성적으로 주변에 소개하게 된 동네 가게도 생겼다. (주)마을톡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젊은 창업가 두 명이 이끌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줬다.

 

- 젊은 분들과 함께 일하는 건 어떻습니까.

20대, 30대 청년과 같이 일을 하고, 동등한 관계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어요. 정말 재밌었던 게 여기서는 서로 호칭을 외국 이름으로 부르거든요. 브라이언, 데이빗, 제니퍼 식으로요. 부장님, 차장님 그런 호칭을 안 쓰니까 격이 없어지고, 서로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죠. 가족 중에 대학생도 있고, 취업 준비하는 친구도 있어요. 보면 되게 지쳐서 힘들어하는데, 여기 두 분한테는 그늘이 없더라고요. 대학 다닐 때부터 창업 준비를 한 분들이라 신선했어요. 더 좋았던 건, 50+인턴 세 명이 너무 찰떡궁합이어서, 두 분 대표님까지 해서 다섯 명이 의기투합이 잘 돼요. 정말 즐거워요.

 

- 근무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어느 선까지 의견을 이야기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가 있어요.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어떤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닌데, 훈수를 두는 것처럼 비칠까 해서요.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는 잔소리나 오지랖으로 느껴질까 싶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 50+인턴십 참여 전과 비교해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저는 중, 고등학교를 거쳐서 대학에 가고, 회사를 가는 것처럼 진짜로 틀 안의 생활밖에는 안 해 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창업한 분들을 처음 만났고, 제가 틀 안에서 봤던 것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넓은 세상이 있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는 많아도 되게 좁게, 틀에 박혀서 살았는데, 다른 형태의 삶도 있구나 생각했죠. 대학생, 고등학생인 제 아이들한테도 이제 한 가지 기준만 세우지 않고, 좀 더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직장 생활이었지만 그는 잘하고 싶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맡은 일을 잘하기 위해 모질게 애를 썼다.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새로 배울 것이 있으면 집에 와서도 매달렸다. 핸디캡을 하나하나 극복해가면서, 결국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그가 인턴으로 보내고 있는 시간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정말 너무 가볍게 시작했어요. ‘한 달에 57시간(월 필수 근무 시간)이 얼마나 되겠어, 대충 며칠 하면 되는 거지’라는 알바의 심정으로 시작했던 건데, 여기에 점점 마음이 가는 거예요. 좀 더 열심히, 좀 더 몰입을 했죠. 인턴 근무가 제 생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일하는 날도 그렇고 쉬는 날도 그렇고, 길거리를 가다가 새로운 가게만 보면 사진을 찍어요.

 

 

직장 생활이 그랬듯 인턴 생활도 재미있고 만족스럽다. 그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평가하지만, 나름의 필연이 보였다. 고충에 매몰되기보다는 배우는 것에 주목하고,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놓지 않았다. 고민에 앞서 움직이고, 계속해야 할 이유는 자신에게서 구했다.

 

- 50+인턴십 기간이 끝난 후 활동 계획도 세워봤나요.

이전 직장에서 제안이 와서 또다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 대표님께서도 또 다른 형태로 계속 같이 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해서 고민스럽긴 해요. 여기 일도 너무 좋아서요.

 

- 앞으로 지역 사회에서 해보고 싶은 일도 있습니까.

이 일을 시작하고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여기 공릉동에 커뮤니티가 되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런 커뮤니티 활동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청소년 관련 활동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 딱 정해진 게 있는 건 아니고요.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 여러 커뮤니티를 살펴보고 생각하려고요.

 

다시 직장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마을톡과 인연을 이어갈 수도 있다. 바람대로 주민들과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그가 즐겁게 일할 기회를 잘 찾아가리란 생각이 들었다. 공릉동이 어떤 곳인지 묻자 그다운 답이 돌아왔다. 이제 구석구석 잘 알게 된 마을에서 그는 더 기껍게 뿌리내릴 것이다.

 

여기가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고요. 제가 사는 동네가 되게 조용해요. 아이들 키우면서 살기에도 너무 좋았고요. 병원이나 쇼핑할 곳 같은 인프라도 한두 정거장만 나가면 다 있는데, 물가는 좀 싸고요. 자기가 사는 동네는 다 좋아하잖아요? 저는 되게 좋아요. 교통이 좀 불편하다는 것 외에는요. 저희 아이들 학군도 괜찮았거든요. 저는 되게 만족스러웠어요.

 

 

 

인터뷰 기획·진행 l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

50+지역사회 브릿지인턴십 사업 운영 l 노원50플러스센터 

사진 l 김태은 

 

* 서울50+(뉴딜)인턴십 현장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참여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의 내용이 모든 사업 참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입장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50+(뉴딜)인턴십 

50+세대가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앙코르커리어를 개척할 기회를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입니다. 서울50+인턴십(파트타임형)과 서울50+뉴딜인턴십(풀타임형)으로 나뉩니다. 2020년 8개 세부 사업별로 참여자를 모집해 300여 명의 50+인턴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1년 상반기에 새롭게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사업 소개(클릭) 

 


 

연재 순서

① 시니어 톱 모델의 자영업 유람기 

② 초보 직업상담사의 영화 같은 실전 체험

③ 딩동댕 유치원 PD, 아이돌 세계에 뛰어들다

④ ‘그냥 재밌어서’의 힘 

⑤ 오래된 골목에서 그리는 스마트한 미래

⑥ 주거 복지 현장의 부동산 전문가

⑦ 너무너무 재밌는 동네 인턴 생활(현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