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직업 전선에서 일정한 연령이 되면 정년이 된다. 더구나 무인화, 자동화 시대가 대세가 되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명예퇴직이나 조기 퇴직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는데 정년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어느 날 불쑥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난감할 것이다. 그러나 좌절보다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은퇴한 50플러스 세대의 연극 활동상을 보기 위해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를 찾았다.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극으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펼치고 있는 연극 연출가와 배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흔히 ‘종합예술’ 연극을 통해, 진지한 삶의 이야기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공감하며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다. 연극은 연출가의 지도 아래 배우들이 극본에 의한 연기를 하면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일이다.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라고 하듯이, 좋은 연극을 접하다 보면 자신도 변할 수 있다. 그것은 연극 자체가 ‘사람들이 보는 바로 앞에서 특정 주제의 이야기를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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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연극 연출가 안은영(여, 55) 씨. 그는 아마추어 극단을 이끄는 연출가로서 갓 프로무대 데뷔를 마친 연출가로서 언제나 연습실에 들어설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과거 미국과 멕시코에서 십수 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할 무렵,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사고 후유증으로 한참 동안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했다. 그때,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연극교실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곧장 ‘내일 죽어도 오늘은 연극 한바탕하고 죽겠다’라는 마음으로 연극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2017년 50플러스센터에 커뮤니티를 구성, ‘표현하는인생연구소 협동조합’을 출발시키게 되었으며 이후 아마추어 극단까지 만들게 되고, 다시 연극교실에서 만난 인연들과 의기투합하여, 창작극 ‘강 여사의 선택’, ‘말괄량이가 길들이기’, ‘강 여사의 선택 2021’, ‘강 여사의 선택 2022’를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올 10월 대학로에서 성공리에 공연을 마친 ‘강 여사의 선택 2022’는 이미 늙은 부모를 케어하는 늙어가는 중년의 자녀 세대가 겪는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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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극 ‘강 여사의 선택 2022’는 늙음을 혐오하고 존재 자체가 주는 기쁨 따윈 무시하는 풍조가 가득한 요즘의 현실에서, 막 오십을 넘은 요양보호사 지수와 검버섯이 가득한 일흔일곱 살의 어머니 강 여사, 나이 든 딸과 더 늙은 엄마. 그들은 늙고 병들어 가는 것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당당하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한다. 특히 ‘존엄사’를 고민하는 강 여사와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선택을 관객이 어떻게 지켜보게 될 것인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나이 들어감과 죽음’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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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한 두 배우 역시 서울시50플러스재단 내 연극 커뮤니티 ‘달콤 2막’을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었다. 배우 겸 강사인 김명희(여, 56) 씨는 처음 연출가 안은영 씨를 만났을 때 향기가 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연출가를 향한 막연한 짝사랑이 극단 문을 두드리는 용기를 주었다고 했다. 또한 연극을 통해 장애를 극복한 연출가를 보고 자신도 도전 의식이 생겼다는 배우 정호정(여, 54) 씨. 두 배우 역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처음으로 연극을 시작할 때, 자신들을 믿어주고 칭찬까지 아끼지 않았던 연출가의 관심과 격려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며, 그때 연극에 참여하게 된 것이 어쩌면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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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만능주의 풍조가 대세인 시대요, 사회 전반에서 경쟁이 지나치고 때로는 서로를 적대시하기도 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잠자는 의욕을 샘솟게 할 수 있다는 명약임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나 할까. 흔히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한편으로 연극의 화려함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연출가 안은영 씨의 지론이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무시하고, 화려한 무대의 겉모습만 보고 덜컥 달려드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50플러스 세대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지나친 고집을 내세우거나 남의 말을 경청할 줄 모르는 자세, 왕년에 잘 나갔던 시절만을 내세우며 나이나 성별, 직업 등을 따지는 경우가 있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 연극이라는 것이다. 이는 연극을 통해 배우 자신도 모르게 살아온 족적이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연극은 철저한 협업이며, 인간의 민낯을 다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연극을 시작하려면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있는 분, 싫어하는 것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아마도 어마어마한 성장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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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연극 연출가요 배우로서 꿈을 피우고 있는 연출가와 배우들, ‘살아 있는 생물이요 종합예술’인 연극을 보다 발전된 형태로 업그레이드시켜 새해 대학로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문 시니어 극단으로 자리를 잡아, 연극계에서도 파란을 일으킬 수 있도록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50+시민기자단 추대식 기자 (choopr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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