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놀이를 다시 만나다
전래놀이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제기차기나 윷놀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놀이였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일을 준비하면서 언젠가는 전래놀이를 수업에도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배워야 할지는 막연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선경 교수님의 수업을 먼저 들었던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전래놀이 지도자 과정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수업은 제가 알고 있던 전래놀이를 조금씩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직접 만들고, 몸으로 놀아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놀이의 재미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 문화와 교육적 의미도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재미
제기를 만들 때 습자지를 겹쳐 동전을 넣고 고무줄로 묶고, 윷가락에 색을 칠하고 나만의 윷판을 그려보고, 산가지에 색을 입혀 원통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평소라면 완성된 놀이도구만 보고 지나쳤을 텐데, 직접 만들어보니 과정 하나하나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만든 놀이도구라 그런지 완성했을 때 애착도 남달랐고요. 무엇보다 직접 만들어보니 “이렇게 만드는 거구나”를 몸으로 익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중에 학습자들에게 설명할 때도 단순히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자신 있게 알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몸으로 직접 배우며 놀아보다
제기차기, 팽이치기, 고누놀이, 비석치기, 청어엮자 등 이름만 들어봤던 놀이들도 직접 해봤습니다.
제기를 활용한 놀이는 발로 차는 것 외에도 정말 다양했고, 나만의 팽이를 만들어 돌릴 때에는 고운 오색 팽이들이 한데 모이니 작품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고누판 위에서 다음 수를 고민하고, 다양한 비석치기 놀이를 하고, 청어엮자를 하며 다른 사람들과 팔을 끼고 함께 몸을 움직이다 보니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한 차시 한 차시 정말 재미있는 수업이었습니다. 역시 놀이는 직접 놀아봐야 알겠더라고요!
특히 단순히 놀이의 규칙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지, 미션이나 다른 활동을 더하면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전래놀이를 ‘알고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3. 실제 교육 현장까지 이어지는 배움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교수님께서 놀이의 방법만 알려주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셨다는 점입니다.
실버센터와 가족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셔서, 강의실에서 배운 놀이를 실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대상자들의 연령도 다르고, 반응도 다르고, 놀이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직접 현장에 나가보니 수업을 준비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앞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가르치게 될 저에게는 이 경험이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사용하고, 놀이를 계기로 서로의 문화를 이야기한다면 학습자들에게도 훨씬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것 같았습니다.
4. 12차시, 나만의 전래놀이 수업을 만들다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직접 학습계획안을 만들어보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학습 대상과 수업 시간, 준비물부터 도입·전개·마무리까지 한 차시 한 차시 직접 구성해보았습니다.
남생이놀이부터 제기차기, 윷놀이, 칠교놀이, 팽이치기, 고누, 산가지, 주령구, 비석치기까지 다양한 놀이를 배우고 이를 수업으로 연결해보면서 어느새 12차시의 수업안이 완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전래놀이 수업이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완성되고 나니 꽤 뿌듯했습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자격증 하나가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수업 자료가 생겼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번 과정을 통해 전래놀이가 단순히 ‘옛날 놀이’가 아니라는 것도 새롭게 느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놀이하며 자연스럽게 협동심을 기르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인내심과 배려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놀이를 통해서는 수리적 사고를, 낱말놀이를 통해서는 어휘력과 언어 감각을 키울 수도 있고요. 여기에 놀이마다 다양한 미션을 더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사고까지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직접 놀이도구를 만들고 놀이 방법을 새롭게 구성해보는 과정에서는 창의력도 이끌어낼 수 있고요.
무엇보다 이런 모든 과정이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전래놀이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놀면서 배우고, 그 놀이에 담긴 우리 생활과 옛 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래놀이는 좋은 교육이자 문화 전달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래놀이 지도자 과정은 저에게 자격 하나로만 남지 않았습니다.
전래놀이를 배우고 싶다는 작은 마음으로 시작한 배움이, 두바이로 이주한 현재 두바이 문화센터에서 한국어 강사로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주었습니다.
강의실에서 배운 전래놀이를 이제는 두바이에서 한국을 처음 만나는 외국인과 재외동포 학습자들과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 수업마다 직접 해보고 고민하고, 현장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덕분에 전래놀이를 단순한 놀이가 아닌 하나의 교육이자 문화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배움의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