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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연금개혁과 전후 베이비붐 세대

 

2023년 프랑스 사회를 들끓게 했던 은퇴연금 개혁안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제 은퇴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연금을 100% 받기 위한 납부기간 또한 2027년부터는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늘어난다. 경력 단절 없이 더 오래 일을 해야 하는 요인이 커진 셈이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인구구조 변화를 봐야 한다. 프랑스의 높은 출산율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7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1973년부터 제1차 오일쇼크와 경기침체, 낮은 혼인율 등의 이유로 출산율이 떨어져, 등락은 있으나 지금까지도 1.8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전후 찾아온 평화, ‘영광의 30년’이라 불리는 경제호황과 맞물려 등장한 베이비붐 세대는 달라진 은퇴연금 수령 개시 기준에 맞춰 더 오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프랑스의 55~64세 고용률은 56%로 유럽연합 전체 평균 60.5%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연령에 따른 고용률 격차를 보면, 25~49세 81.8%와 비교해 55~64세 56%는 크게 낮은 수치다. 은퇴를 목전에 둔 60~64세의 경우는 여전히 30%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추세로 보자면 2000년대 들어 중장년층 고용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누차 진행된 연금개혁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연금개혁은 프랑스 정부가 중장년층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가장 주요하게 활용하는 방법으로, 건강 등의 이유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더 오래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유인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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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의 중장년 고용지원 프로그램

 

프랑스 정부 차원에서 중장년층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은 아래와 같다.

 

고용주 지원제도


먼저 2006년부터 도입된 ‘시니어 계약직 CDD Senior 제도’가 있다. 이는 58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고용주에게 일정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정책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계약직 고용계약을 맺을 때 요구되는 법적 요건이 면제된다는 점이다. 보통 크리스마스나 휴가 시즌에 요식업, 숙박업 등에서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일손 확보가 필요한 경우 허용된다. 일상 업무, 고위험 업무 등은 계약직 고용계약을 맺을 수 없지만 시니어 계약직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다른 정책으로 ‘포괄 정규직 CDI inclusion 제도’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위기가 가속화되던 2020년 말에 도입된 이 제도는 57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실직으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이 다시금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사회적기업들이 국가 지원금을 받아 채용을 한다. 2020년 기준으로 3,800개 이상의 회사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고용 규모는 약 13만 5,4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시적 고용계약이 아니라 정규직, 즉 은퇴 시점까지 고용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장년 구직자 지원제도


중장년 구직자 지원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원활한 재취업을 돕고 노동시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직무역량 향상 등에 초점을 두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문화 계약 contrat de professionnalisation’ 제도는 45세 이상 구직자를 고용한 경우 적용된다. 일종의 인턴제도로서 직업 공간에서 이론은 물론 실무를 함께 익힘으로써 업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경우에도 보다 효율적인 직무능력 습득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을 추구한다. 구직자에게는 실무전문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고용주에게는 경제 지원과 사회보험 분담금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지자체 중심 중장년 고용지원 프로그램: 그레타 Greta


프랑스 중앙 정부가 거시적 관점에서 고용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과 노동시장 상황에 고려해 맞춤형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한다. 그런 점에서 그레타는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중앙 정부(교육부)의 관리는 받지만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은 지역별로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레타는 성인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제공하는 공공 교육기관의 조직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상당 수준의 직업 관련 교육도 제공한다. 프랑스 교육부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 각 도département마다 최소 하나의 그레타 센터가 있으며, 그 개수는 총 147개에 달한다. (해외 영토를 제외하고 프랑스에는 96개의 도가 있다). 센터를 포함해 그레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곳은 4,750곳이며, 온라인 교육이 늘면서 접근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평생 교육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중장년층은 서비스의 중요한 타깃이다. 그레타가 내세우는 핵심 목표는 성인들과 노동자, 그리고 구직자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생애 설계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라 사회 진출 계획을 세우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에서부터 자격증 준비 등 직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 상당한 중요도를 둔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직무 교육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데 은행업과 보험업 같은 금융업은 물론, 요식업, 멀티미디어, 전자전기, 건설업 등은 물론 그래픽 디자인과 예술 등도 아우른다.

 

프랑스의 수도권이라 할 수 있는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에서는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총 375곳에서 그레타 교육이 이루어지며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1,330개이다. 이를 통해 2022년 4만 2,225명이 직무 실습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고객 기업은 796개, 전문 강사는 1,234명을 기록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분야도 항공업에서 에너지, 인사관리와 디자인 등 다양한 업종을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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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의 고용지원 프로그램


파리시는 지난 2020년 11월 ‘파리 일자리 부스트Paris boost emploi’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파리시 차원에서 5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해 파리의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책 목표는 파리시민들에게 무료 취업 교육을 제공하고 4만 5,000명에 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직업 경험을 쌓게 하며 장기 실직자도 줄여 나가는 것이다.

 

파리 가정관리 및 돌봄 일자리


중장년 구직자에게 초점을 두는 것으로는 ‘파리 가정관리 및 돌봄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46세 이상의 중장년층, 소외계층, 학업을 중단한 세대 등이 대상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사 서비스업종에 대한 취업교육을 제공한다. 교육을 수료하면 일상적인 가사 서비스부터 보육 서비스, 그리고 노인 및 장애인 돌봄 서비스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이 주어진다. 가사 서비스업종은 심한 인력난을 겪는 분야이다. 2021년부터 시작해 매년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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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다이나믹 Dynamiques Emploi


46세 이상 중장년 등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일자리 다이나믹이 있다. 크게 3개 축으로 16개 세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먼저 ‘사회진출 준비’로 관심 분야 탐색부터 직종 이해 등에 대한 도움과 교육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직종 변경’은 이직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이해를 높이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재취업 준비’로 본격적으로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개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력서 작성 등부터 채용 회사 검색 등 실제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부분들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준다.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중장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프로그램은 사회 재진출을 위한 교육이 중심이 차지하고 있다. 전과 다른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환경에서 계속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을 갖추고 직무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Bourgain. L. (2023). Contrat de professionnalisation, 10 choses à savoir. Juritravail

Centre d’observation de la société. (2023). La fécondité est stable depuis 40 ans en France.

Dares. (2023). Les seniors sur le marché du travail en 2021 : Un taux d’emploi toujours en progression

Fontaine. C. (1978). La chute des naissances en occident. Reveu d’économie Politique, Vol. 88. No. 6.

Greta Île-de-France. (2023). Guide de l’offre 2022-2023.

Insee. (2020). Tableaux de l’économie française.

Mairie de Paris. (2023). Paris Emplois à Domicile Catalogue des formations 2022/2023.

Mairie de Paris. (2020). Emploi : un plan de soutien en faveur des Parisiens.

Mairie de Paris. (2023a). Les offres de formation « Paris Emplois à Domicile »

 

 

1 https://www.greta-iledefrance.fr/doc/ReseauGretaIDF_Offre2022-23_Jan2023.pdf 

2 https://www.paris.fr/pages/paris-emplois-a-domicile-des-offres-de-formations-dans-le-domaine-des-services-a-lapersonne-2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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