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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은 지나갔지만 최근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우리에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팬데믹 기간 중에는 기업에 대한 정부 자금지원, 풍부한 시장 유동성으로 구조조정과 파산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계 기업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사업 및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분야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주요 요인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 혁신과 자동화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업종에서 일자리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상용화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은 고용 패턴을 변화시키고 특정 직종을 대체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둘째, ESG 경영 등 지속가능한 경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의 증가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기업들이 환경 친화성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셋째, 노동시장의 변화이다. 팬데믹 이후 일자리의 성격이 변하고, 원격 작업과 프리랜서 업무 등의 유연한 노동 시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고용형태와 인력구조의 변화를 촉진시킨다.

 

이 밖에도 국내 경기의 부진과 교역량 둔화, 고금리 영향으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구조조정, 정리해고와 같은 용어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종합하면 우리는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상시 구조조정의 시대를 마주하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상시 구조조정 시대를 대비한 중장년 노동자 퇴직관리

 

상시 구조조정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지역, 산업, 직업 간 이동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정책과 지원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 기술혁신과 자동화가 진행되고 기업의 업종 간 전환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일부 직업은 취약해지고, 다른 직업은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요구받게 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자리 불안정성은 증가되고, 자주 직업을 변경하거나 업무 영역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장년 노동자들은 직업 전환에 특히 취약한 계층이다. 일반적으로 중장년 노동자들의 경우 기존에 보유한 기술은 노후화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으며 이·전직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고용조정 관행은 주로 '인력 감축'에만 치중되고 '재취업 지원'에 대해 소홀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퇴직관리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퇴직관리란 조직 내 인력의 적정한 퇴직 수준을 예측, 유지하고 퇴직 결정의 전후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는 조직관리 활동이다. 과거의 퇴직관리는 주로 급박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근로자와 고용 관계가 끊어지는 상황에서 임기응변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IMF 외환위기 시기에 많은 정리해고와 일자리 상실을 초래했다. 우리 사회는 이로 인해 12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는 힘든 상황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최근의 퇴직관리는 대규모 고용조정을 예방하고 성과가 부진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퇴출하면서도, 퇴직자에게 지원을 제공하여 기업의 인적 자원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전략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구조조정으로 떠나야 할 직원이 떠나고 남아야 할 직원이 남아야 경쟁력이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퇴직관리는 단순히 해고의 규모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직원들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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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노동자를 위한 퇴직관리 서비스

 

일반적으로 중장년 노동자의 직업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퇴직관리 서비스의 기능과 혜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장년 대상의 진로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중장년 노동자에게 현재의 역량과 경험을 기반으로 가능성 있는 다양한 직업 전환의 선택지를 평가하고 제안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시 제공해야 한다.

 

둘째, 퇴직관리 서비스는 중장년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한다. 이를 위한 적절한 교육 및 훈련기회를 제공하고 역량 향상을 위한 자원과 지침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중장년 퇴직자들의 취업지원을 위해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구직 활동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직업 전환의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채용공고를 제공하고 적합한 직장으로 연결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넷째, 중장년 노동자의 직업 전환 과정에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과 노력에 대한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여 스트레스를 낮춰주고 의욕을 갖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퇴직 및 이·전직 절차에 대한 지원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퇴직과 이·전직은 종종 복잡한 절차와 선택사항을 포함하게 된다. 연금, 금융계획, 건강보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런 결정을 도와주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직업 전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장년 퇴직관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전략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상시 구조조정 시대를 맞아 직업 전환에 취약한 중장년층에 대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퇴직관리 서비스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현재의 공공, 민간 영역의 관련 정책은 중장년 노동자의 퇴직 후 또는 퇴직을 눈앞에 둔 시점에만 적용되는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회적으로 퇴직관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으나 아직도 체계적인 퇴직관리가 부재한 실정이고, 퇴직관리 전문가도 부족하여 기업현장에서는 노사갈등과 시행착오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상시 구조조정 시대에 요구되는 퇴직관리 시스템의 사회적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부문의 협력이 효과적일 수 있다. 본고에서는 공공부문으로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전략을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사회적으로 퇴직관리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퇴직관리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과 활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퇴직관리 전문가는 단순 직업훈련이나 취업알선 전문가와는 구별되며 진로상담 및 평가, 커뮤니케이션, 법적지식, 심리적 건강 지원, 직업훈련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기업 및 노동자에게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민간협·단체 차원에서 ‘퇴직관리지도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시장에서의 수요는 많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민간의 다양한 경로에서 양성되는 퇴직관리 전문가를 활용하여 기업에게 상담 및 자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퇴직관리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은 퇴직관리 전문가에게도 실무경험을 축적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며 궁극적으로는 관련 분야 시장을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이 될 수 있다.

 

현재 퇴직관리, 이·전직 서비스 시장은 직업훈련, 취업지원 및 알선 기능에 편중되어 있는 편이다. 정작 기업과 중장년 노동자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퇴직관리 컨설팅, 진로상담 및 평가, 퇴직과 이·전직 절차에 대한 지원 기능은 취약하다. 이에 천편일률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저성과 서비스들을 정리하고 중장년 노동자와 업계의 특정 요구에 부합하는 퇴직관리 종합서비스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전달할지 고민해야 한다.

 

중장년 노동자의 직업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개인의 커리어 상담과 역량 진단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커리어 상담과 역량 진단을 위한 전문인력 확보, 인프라 구축에 지속 투자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를 통해 직업 전환 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수요를 확대할 수 있고 체계적인 이용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연결되는 교육훈련 및 구직 서비스는 이미 민간과 공공부문에 이미 충분히 공급되어 있어 연계활용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재단에서 훈련사업을 지원할 때 직업훈련기관이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 취업알선까지 하도록 하는 기존 사업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많은 훈련기관들이 훈련 품질과 훈련생 관리보다는 취업알선에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현실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훈련기관 및 훈련과정에 대한 품질관리 수준을 엄격히 정비하여 직업훈련기관은 학습 성과에 집중하도록 하고, 취업 알선은 민관협력 차원의 시스템이나 일자리 플랫폼을 구축하여 지원하도록 개선해 나간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원고의 내용은 연구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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