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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3국은 모두 입헌군주제 복지국가로서 언어와 민족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을 보면 노르웨이 18.3%, 스웨덴 20.3%, 덴마크 20.4%로 OECD 국가 평균인 18%를 상회한다(2022년 기준). 이에 따라 중장년과 시니어들을 위한 생애설계, 평생교육, 노후준비를 돕는 정책의 필요성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북유럽만의 특화된 민중교육 프로그램인 시민학교(Folkehøgskole)는 1800년대 중반 덴마크의 교육자이자 신학자인 니콜라이 그룬투비의 교육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룬투비는 강의, 대화, 스토리텔링을 통해 국가, 사회, 문화, 종교,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1844년 덴마크 최초의 시민학교를 열며 “교육은 인생을 위한 준비가 아닌 삶 그 자체여야 한다”는 평생교육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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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북유럽 시민학교 교육과정은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학위, 자격 등의 취득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삶을 생각하고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험도 따로 없고, 고등학교 졸업 후 꿈을 찾아 떠나는 청춘의 공간으로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20대 이상의 참여자(중장년 포함)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중장년들에게는 지난 삶을 돌아보고 은퇴 후를 계획할 수 있는 희망의 장이다. 시민학교 운영방식은 함께 기숙사에서 숙식하는 것으로 공동체 속에서 소통하고 배우는 관계를 중시한다. 특히 중장년 시니어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들은 주로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곳에 시민학교를 세우는

편이다.

 

노르웨이

 

155년 역사의 노르웨이 일반 시민학교는 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정식 교육기관이다. 보통 1년 과정으로 운영되며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과 창업 등의 선택을 앞둔 인생의 갈림길에서 한 해 동안 원하는 분야에 몰입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반 시민학교 과정에 나이 제한은 없으며 중장년도 참여가 자유롭다.

 

네스토르(Nestor)는 중장년과 시니어에 특화된 시민학교로서 은퇴 준비, 사회 환원, 행복한 배움을 목표로 한다. 네스토르의 ‘55+시니어 코스’는 55세 이상 기업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생설계 강좌를 3~4일에 걸쳐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제는 인생설계의 도전과 기회, 연금과 보험, 정신건강, 영양 식이요법, 자산관리 등이다. 노르웨이의 시니어 코스는 단기 프로그램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학습비용이 높고 기업체에 근무하는 은퇴준비자들의 참여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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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대로 중장년 또한 일반 기숙과정 시민학교에 지원이 가능하다. 노르웨이 시민학교는 ‘시민학교 교육법’에 따라 기숙사를 갖추는 등 규정을 만족하면 교육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외부 지원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기숙사비, 실습비 등을 납부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과정에 따라 8만 크로네(약 1,000만원)에서 16만 크로네(약 2,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2020년 노르웨이 시민학교는 학생 수 7,519명으로 사상 최고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생의 10% 정도가 시민학교를 선택할 정도로 인기가 높고, 시니어 프로그램으로 특화된 학교에도 중장년의 지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스웨덴


스웨덴은 156개 시민학교에서 1,0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0세 또는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1년 미만의 단기 과정 위주로 운영된다. 소개하고 싶은 곳은 가이에르(Geijer) 시민학교로 문화, 문학, 음악 등 인문 예술 활동에 집중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청년들과 함께하는 수업으로 세대 간 소통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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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웨덴 시민학교 시니어 프로그램은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지속가능성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2023년 주정부의 지원 감소로 일부 카운티 시민학교가 직원을 해고하고 시니어 프로그램을 축소하기도 했다. 스웨덴 리토리나(Litorina) 시민학교의 경우 2023년 가을학기에 9개 과정을 취소하고, 계획한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을 보류하기도 했다.

 

덴마크

 

덴마크의 경우 70여 개의 시민학교에서 3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중장년 위주의 단기 과정들과 4~5개월 이상 단위로 이뤄지는 청년 위주의 장기 코스들이 있다. 매년 1만여 명의 학생들이 덴마크 시민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시니어 프로그램으로는 덴마크 최남단 해변가에 위치한 마리리스트(Marielyst) 시민학교가 빼어난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기숙학교로 은퇴를 앞둔 중장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공예와 글씨기 창작 활동 등을 통해 활동적이고 헌신적인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영감, 지식, 용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액티비티 건강 활동, 은퇴 교육은 중장년들이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일을 할 수 있는 역량, 열정,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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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북유럽 국가들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에 대응하여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독려하고자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등의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시민학교 시니어 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의 능동적인 사회참여와 계속적인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북유럽 시민학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 대학의 전공이 맞지 않아 다른 꿈을 찾아온 학생, 다른 분야를 탐색하는 직장인과 중장년, 퇴직 예정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학생이 구성된다. 세대 간에 소통하고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물론 북유럽 시민학교 시니어 프로그램은 사회적 특성상 재교육을 통한 일자리로의 복귀보다는 연금, 복지, 건강, 여행, 문화, 예술 관련 주제로 은퇴 후 인생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수준이 높고, 유아기부터 자연을 접하고 살며 개인의 꿈을 찾아 사회생활을 해왔다는 배경이 작용한다.

 

 

하지만 열정을 잃으면 비로소 늙는다. 북유럽 시민학교 시니어 프로그램은 중장년들이 건강한 정신과 왕성한 활동을 유지하도록 도움으로써 다시금 사회에 참여하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선순환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들에게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열정과 팔팔뛰는 새 심장의 동력을 달아줄 때다. 한국 현실에 맞는 중장년 인생학교 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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