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프로젝트] 새로운 인생 2막의 도전! 규방공예 자격증 과정 

 

사랑채가 조선시대 남성들의 공간이라면, 여성들만의 공간은 규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방은 양반집 규수와 동네 아낙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네에 크고 작은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솜씨 좋은 아낙들은 바느질감을 얻을 수 있는 일터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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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늘꽂이 조각 잇기.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한복과 이불을 바느질하고 남은 조각으로 방석, 가위집, 인두집, 수저보, 골무, 다과보 등 생활소품과 사주보, 연길보, 혼서지보, 기러기보 등의 혼례용품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우리 규방공예는 자랑거리 두 가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의 업사이클링, 제로 웨이스트 환경 운동을 서양보다 몇백 년 앞서 실천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여성만의 커뮤니티 공간을 이때부터 조직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여성에게 가혹했던 사회적 규범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창작 활동을 독려하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였으며, 마을에 소소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커뮤니티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커뮤니티는 육아, 교육, 상권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한 오프라인 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배움에서도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강사를 선택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원하는 기술 습득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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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무들.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규방공예만큼은 반드시 함께 바느질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바느질만 배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운 남편, 속상한 자식, 하수구에 문제가 있는 이사한 집, 빨리 돌아오는 제사 이야기 등 근황 토크가 쏟아져 나와야 비로소 진정한 규방 커뮤니티가 완성됩니다. 여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난주에 만든 볼록한 골무는 경상도식이라고 자랑도 하고, 그 예쁨에 감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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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늘꽂이 아랫판 붙이기.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바로 이렇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그것을 들어주고, 작품을 보여주고, 만지고, 살피고, 탐나는 조각 천을 얻고, 내게 없는 실이나 바늘을 빌리면서, 서로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규방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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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볼록 나온 골무.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규방공예는 고운 한복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다소곳하게 앉아 한 땀 한 땀 꿰매는 것을 예상했지만, 겪어보니 그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온몸의 힘을 어깨와 팔에 전하고, 손가락 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매서운 눈썰미로 작품의 좌우 대칭을 예민하게 맞추고, 뛰어난 균형감과 미적 감각은 타고 나야 합니다.

 

가끔 수강생들 입에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만하면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 손가락이 아파요.~”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면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선생님은 “힘들어요? 힘들면, 다른 사람을 시켜요. 예전에 고종 황제가 테니스를 치는 사람을 보고 ‘신하를 시키지 왜 직접 해요?’ 했답니다!” 하십니다.

 

잠시 묵묵히 수련에 들어갑니다. 힘이 들어도 마법같이 규방 문안에만 들어서면, 넉넉하고 풍성한 칭찬 보따리가 호르르 열리게 되는 것이 바로 규방 커뮤니티, 규방공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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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늘꽂이 솜 넣기.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비단의 호사스러움을 눈에 담고, 손가락 마디마디 촉각에 그대로 전합니다. 차가운 바늘로 조각 천 사이를 누비며 하나둘 이으면 조각보가 되고, 주머니가 됩니다. 구름처럼 풍성한 솜을 꾹꾹 채워 넣으면 빵빵하고 땅땅한 바늘꽂이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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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방공예 작품.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지난 시간에 만든 조각보, 다과 보, 연잎 다포, 괴불노리개, 골무 등 모두 테이블 위에 나란히 줄을 세워봅니다. 왜냐하면, 오늘이 바로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예쁜 작품을 사진으로 찍고 지금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금요일 2시, 바느질 가방 메고 10주 동안 센터 4층을 향했습니다. 어떤 분은 “다음 주 금요일에는 뭐하지요?” 합니다. 이보다 더 큰 아쉬움의 표현이 있을까요?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wej25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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