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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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경청의 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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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경청의 이해와 가치

 

경청은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뿐 아니라, 그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고 반응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경청은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며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런 태도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며 가치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말하고 듣는 관계는 서로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 관계에서 존중은 또 다른 존중을 불러온다. 그러므로 나의 경청은 상대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고 자신도 상대로부터 존중과 이해를 받게 한다. 귀 기울여 들음으로 상대로부터 충분한 이해와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상대와 자신의 차이와 사이를 관계로 바꾸는 진정한 관계 맺기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궁극적 소통에 이르게 한다. 그러므로 귀 기울여 잘 듣는 경청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기법의 하나다.

 

 

 

 

 

 

ㅣ잘 듣는 법

 

경청을 위한 방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말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머릿속에 든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부분 대화를 하거나 상대의 말을 들을 때 머릿속 가득히 상대에 대한 자의적 판단과 규정, 추정 따위를 담고 있거나 자신만의 논리와 경험, 사고방식 등을 가득 채우고 있다. 상대의 말에 집중하려면 먼저 가능한 자기 생각은 내려놓고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야 한다. 자주 말참견을 하면 상대는 제대로 말할 수 없고 자신도 경청할 수 없다.

또한, 어떤 경우라도 상대방의 말을 잠자코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다.

 

경청을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상대가 잘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상대가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대화의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대화하는 분위가 굳어있고 무슨 말부터 시작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 말하는 사람은 충분히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없고 듣는 사람은 경청에 이를 수 없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편견 없이 들어야 한다. 이미 정해진 생각의 틀 안에서는 상대의 말이 올바로 들리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상대의 말을 도와주려면 마음을 열고 이해하면서 들으려고 애써야 한다. 마음이 열린 상대에게는 처음에 의도하지 않았던 것까지도 털어놓고 말하게 된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말의 내용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 내면의 동기나 정서까지 파악해서 진정한 경청에 이를 수 있다.

 

 

 

 

 

 

경청을 위한 마지막 방법은 자기가 경청하고 있음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듣는 사람의 좋은 태도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준다. 마음이 열린 화자는 편안하게 충분히 말할 수 있고, 듣는 사람은 말의 내용과 함께 화자의 깊은 속내를 이해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듣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듣는 사람의 의견 제시와 감정 표현은 여유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견이나 감정을 섣부르게 드러내다가 자칫 대화를 망칠 수도 있으므로 될 수 있는 대로 상대의 말이 끝난 다음에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대화 내용에 따라서는 메모를 하면서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들은 내용을 중간중간 확인해 가면서 듣는 것이 좋다.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이나 전환점에서 내용을 되짚어 확인하는 행위는 자기의 경청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훌륭한 방법이다. 다만 말의 마디마다 확인하는 행위는 말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으니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대화의 갈래는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 서로에 대한 견해와 감정을 나누는 자리에서는 힘들더라도 자기에 대한 비판을 끝까지 참고 들어야 한다. 비판을 참고 듣는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줌으로써 상대의 마음을 열거나 바꿀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말끝에 전환이 있을 수도 있고, 상대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이해해야 비판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청하고 있음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상대방의 말에 반응을 보이며 가능하면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여성 편력이 대단했던 미국의 한 영화배우는 여성의 마음을 얻는 데 단 세 마디면 충분하다고 했단다. “정말?”, “설마!”,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걸!” 이를테면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관계를 형성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얘긴데, 경청이야말로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기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하겠다.

 

지금까지 잘 들음, 경청에 대해 알아보았다.

대부분의 시니어는 잘 듣지 못하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잘 듣기 어려우므로 잘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시니어는 불통의 늪에 빠지기 매우 쉬운 세대인 셈이다. 그러나 비록 육신의 귀는 어둑할지라도 귀를 기울여 들을 마음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소리를 대하면 얼마든지 소통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변해왔고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변화를 무시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자. 새로운 세대를 외면하거나 마음 밖에 두지 말자. 그리고 노력하자. 빛의 속도로 달리는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민감함을 유지하려 애쓰고, 모르는 것은 젖혀두지 말고 알려고 노력하자. 때로는 싫은 것도 스스로 달래가면서 배우려 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들을 수 있게 되고,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게 되며, 저마다 속한 자리에서 가치 있는 일원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미 50+세대가 가진 높은 경륜과 성숙한 이성 그리고 비옥한 심성은 그런 노력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무릎을 접어 어린 손자녀의 말을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읽으며, 눈을 맞추어 웃어주는 마음이면 세상의 소리를 듣고 세상의 소리로 말할 준비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