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허기를 채워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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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말, 당신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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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한 전사 정혜신이 전하는 마음의 허기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집 밥 같은 심리학', 책 소개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에서 주목할 것은 '진정한 공감의 말은 어떻게 할까'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의사나 심리 전문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리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진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일상에서 공감의 말을 쓰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문제 해결이 된다고 보고 그가 내린 처방은 이론보다 정확하게 몸에 익혀 행하는 행동지침이다. '심리적 심폐소생술'이 그것이다. 행동지침이라고 말했으나 '공감실행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ㅣ적정기술, 적정심리학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 아침마다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오는 아이가 있다. 아이에게 맞지 않는 물동이와 불완전한 걸음 때문에 애써 길어오는 물에 절반을 흘렸다. 이를 본 전문가들이 이 아이에게 잘 맞는 물통을 만들어 주었다. 공처럼 만든 물통에 물을 담아 공놀이하듯 굴리며 올 수 있었다. 물통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아이들 삶은 물론 마을 사람들이 삶도 달라졌다. 적정기술이란 이런 것이다. 여기서 연유한 말, 적정 심리학이다. 적정 심리학의 키워드는 공감이다.

 

 적정 심리학은 '누군가의 고통에 눈길을 포개는 이들의 섬세한 뜨거움', 간단하고 평범한 하나, 전문가들의 심리학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꽂히는 뜨거운 한 마디가 절실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세월호 참사 때의 일이다. 초기에 많은 심리치유 전문가들이 현장에 왔지만 그들은 이내 사라지고 뜻밖의 사람들이 현장에 남았다. 자원활동가들로 그들의 수는 갈수록 늘었다. 자신들도 무기력하면서 유가족의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이들의 일상어들, 공감의 말들이 모여 치유적 에너지가 생겨났다. 이론으로 무장한 전문가의 말과는 달랐다.

 정서적으로 절박한 순간에 필요한 것은 존재의 수용이다. '네가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와 같은 존재를 인정받는 말이다. 객관적 조언은 옳지만 절박인 이들에게는 요리가 아니라 그에 맞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 자원활동가들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준 것이 산소호흡기였던 셈이다.

 

 

 

 

 

 

 

ㅣ공감의 말은 존재를 인정하는 말

 

 부모와 갈등으로 밤거리를 배회하는 아이가 있었다. '너 그러면 안 되지. 집에 들어가'라는 말을 주로 듣던 아이가 '너 집에 못 들어가고 있구나.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와 같은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심리적 지지자의 말이며, 그럴 만한 이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공감의 말이었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할 때 심리적으로 허기진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의 사람이 있다. 누구든 그를 만나면 ‘대단하다, 뭔가 달랐다’하면서 칭찬과 존경의 말을 했다. 그러나 집안 행사에 참석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그보다 네댓 살 많은 이모를 만났다. ‘옛날에도 그렇게 고생했는데 그 큰 회사를 운영하느라 고생이 많다. 어려서 위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괜찮냐’며 성공한 그를 안쓰럽게 생각했다. 그는 이모를 만나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지치고 외로운 자신을 위로받고 싶었다. 정서적 허기 때문이다.

 수년간 정성스럽게 병수발을 들어준 여성에게 상당한 재산을 상속해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한 노인이 있었다. 주위에서는 노인이 판단력이 흐려진 것을 의심했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것도 아닐 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노인은 결심을 무르지 않았다.

 성공한 사람들은 ‘존경한다, 고맙다’ 소리는 많이 듣지만 그들은 '나' 자체에 주는 관심이 아니라 성공에 주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돈 권력을 다 가진 사람들이 더 예민한지도 모른다.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나 성공한 사업가, 노인 모두는 정서적으로 허기진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정서적 허기를 채워주는 말도 존재를 인정하는 공감의 말이다.

 

 

 

 

 

 

ㅣ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괜찮다', '뭐 그런 거 가지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 힘내라' 라고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이때 상대의 말에 공감해 주고 그저 옆에 있어 주면서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물어봐 주는 게 진짜 위로고 공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감의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공감의 말은 '너와 나 모두에 대한 공감의 말'이다. 상처 입은 존재들에는 예외가 없다. 특정한 맥락과 상황 속에서는 나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항상 그런 존재일 수는 없다.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는 자기에 대한 감각이 살아 있어야 공감의 말을 할 수 있다.

 저자는 공감의 말이야말로 어떤 치료제나 고스펙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의 처방보다 강력하게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을 대할 때 그가 갖춘 외형적 조건이나 삶의 내력이 아닌 존재 자체에 초집중하고, ‘내 감정’을 묻는 질문과 지지를 통해 존재의 핵심을 정확히 자극하는 것이 서로를 살리는 일은 전문가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